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고물가에 TV·휴대폰 안바꾼다'…삼성전자, 재고 증가에 생산 조정

가전 수요 급감에 재고 급증…부품업체에 공급 조절 통보
삼성전자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부유층 집중 공략"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22-06-24 06:05 송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삼성전자가 급격히 늘어난 재고 관리에 나섰다. TV와 스마트폰, 가전 등 제품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협력사에도 부품 공급 조절을 통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었던 외부 활동이 늘고, 고물가·고금리까지 이어지면서 가전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특히 글로벌 고물가(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고소득자층(부유층)이 주로 찾는 프리미엄 제품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24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로 예년보다 2주 정도 더 늘어났다.

재고회전일수는 보유 중인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기간이 짧을수록 제조사는 비용 부담이 적다. 제조사는 평균 70~80일, 유통회사는 평균 50~60일의 재고회전일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재고자산도 49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3775억원) 대비 53.9%나 늘었다. 이중 조립이 완료된 제품이나 상품은 14조6929억원이다.

재고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 업체에도 물량 조절을 통보했다. 앞서 일본 닛케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재고 급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규 조달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스마트폰이 전시돼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스마트폰이 전시돼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삼성전자의 가전 재고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늘어난 수요가 꺾이면서 시작됐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가전 교체 수요가 줄었다.

고물가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소비자들은 생활에 필수적인 식자재와 에너지 비용이 늘면서 가전 교체를 뒤로 미뤘다.

이다은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필수재인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가계들은 다른 항목에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줄었다"며 "가구·전자 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도 가전 수요에 부정적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그동안 0.25%였던 기준금리를 3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이달 1.75%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이자 비용이 늘면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고물가·고금리·수요 감소의 영향은 유통 매장에서부터 드러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의 올해 1분기 재고회전일수는 74일로 평균(50~60일)을 웃돌았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도 지난 3월 기준 재고회전일수가 57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서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위기 돌파를 위해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작된 삼성전자 '상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확대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미엄 제품 구매층인 고소득자들은 고물가나 고금리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폴더블폰이나 QLED TV, 비스포크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TV만 하더라도 올해 1분기 전세계 TV 시장 판매량은 490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지만 QLED 판매량은 23% 증가한 330만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는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문제다. 한 회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그러나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네오(Neo) QLED 8K' (삼성전자 제공) /뉴스1
삼성전자 '네오(Neo) QLED 8K' (삼성전자 제공) /뉴스1



ke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