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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제품 사기거래' 신고에 안심하라던 쿠팡…환불 사유는 "고객 변심"

의심 신고하자 "국내업체 정확한 상품" 안내…판매자 부실검증에 피해
유령회사는 고객정보 얻고 잠적…전화번호·주소 범죄 악용되면 어쩌나"

(경남=뉴스1) 김명규 기자 | 2022-06-23 16:49 송고 | 2022-06-23 17:58 최종수정
쿠팡을 통해 해외 유령회사와 상품거래를 한 A씨의 배송조회 내역. (독자 제공) © 뉴스1
쿠팡을 통해 해외 유령회사와 상품거래를 한 A씨의 배송조회 내역. (독자 제공) © 뉴스1

쿠팡에 입점해 판매가격을 반값에 올린 뒤 물건을 배송하지 않고 잠적하는 '유령회사'가 등장해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 우려가 크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사기거래를 의심하고 문의한 고객에게 "국내 판매처로 확인된 정확한 상품"이라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입점 등록업체 검증 시스템이 허술한 상태에서 쿠팡이 유령회사와 거래를 이어가도록 소비자를 안심시켜 피해를 더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5일 쿠팡을 이용해 안주류를 구입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 국내업체가 1kg에 2만원 안팎으로 판매하고 있는 안주를 다른 업체가 반값 수준의 가격(9700원)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정보 상세페이지에는 국내업체가 판매하는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라고 안내돼 있었지만 판매자가 외국업체로 등록돼 있고 상품발송지도 해외였다.

A씨는 쿠팡 고객센터에 "사기거래가 의심된다. 국내업체가 판매하는 제품과 같은 것인지 판매업체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쿠팡은 고객센터 채팅상담을 통해 A씨에게 국내 온라인 판매업체인 "S사 라이브쇼핑 제품으로 확인된다"며 "쿠팡에서는 판매자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한 상품만을 판매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쿠팡의 안내를 받은 A씨는 "해외서 배송되던데 같은 판매자가 맞다고 하니, 믿고 배송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답한 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기입하고 해당 상품을 결제·주문했다.

하지만 A씨가 주문한 제품은 결제 일주일이 지난 23일 오전까지 입금확인 상태를 유지한 채 배송되지 않았다. 현재 해당 상품 거래 페이지는 '판매종료 또는 중지되어 해당되는 상품을 찾을 수 없습니다'는 문구가 떠 있다.

A씨는 유령업체와의 거래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쿠팡에 항의했다. 쿠팡 고객센터는 "개인 정보는 쿠팡에서 보호하고 있으니 안심해달라"고 말한 뒤 '단순변심'을 거래취소 사유로 기재하고 환불 처리에 나섰다.

쿠팡을 통해 해외 유령회사와 상품거래를 한 A씨와 쿠팡 고객센터와의 문의 대화 내용. (독자 제공) © 뉴스1
쿠팡을 통해 해외 유령회사와 상품거래를 한 A씨와 쿠팡 고객센터와의 문의 대화 내용. (독자 제공) © 뉴스1

하지만 이같은 고객센터의 안내도 소비자를 재차 안심시키기 위한 해명에 불과한 것으로 <뉴스1> 취재 결과 드러났다.

쿠팡 시스템상 상품거래와 배송을 위한 정보는 판매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판매자는 고객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을 알 수 있다. 

쿠팡 입점 관계자는 "결제대금은 쿠팡이 고객으로부터 받아 거래 성사 후 판매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고객이 결제에 사용한 카드번호나 계좌번호 등은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쿠팡에 판매 등록을 한 유령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업체로 추정되는 유령회사가 국내서 판매하는 제품 사진과 상세 페이지까지 그대로 베낀데다 일부 상품은 거래 후기도 남겨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국내 소비자 수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유령업체의 판매물품이 판매리스트 상위에 노출돼 있었으며 구매 후기도 3건 등록돼 있었다"며 "쿠팡에서도 안심하라고 안내해 의심하지 않고 거래했는데 환불을 떠나 유령회사가 가져갔을 내 개인정보가 언제 어떻게 악용될지 알 수 없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수습에 나선 쿠팡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비정상적인 판매행위를 탐지해 즉각 판매중단과 계정정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형사고소 등 엄정하게 대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령업체가 국내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어떤 방식과 경로로 악용할지 알 수 없고, 범죄에 악용된다 하더라도 쿠팡 거래를 통해 빼낸 정보인지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 소비자들의 우려와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관세청은 해외업체와의 제품 거래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될 경우 관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통관고유부호를 사용 중지하거나 변경해야 개인정보를 악용한 범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쿠팡 거래 취소 및 환불 안내 페이지. (독자 제공) © 뉴스1
쿠팡 거래 취소 및 환불 안내 페이지. (독자 제공) © 뉴스1



km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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