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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반도체 장비난…지금 주문해도 '2년 반' 지나야 받는다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 18~30개월까지 증가…반도체 투자 경쟁 영향
EUV·DUV 등 노광장비 부족 현상 심해…일각선 "가격 하락 방어 요인"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2022-06-26 06:17 송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6.15/뉴스1

삼성전자·TSMC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을 타개하기 위한 주요 제조사들의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이어졌지만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는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장비의 경우 최대 '2년 반'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체들의 공격적인 공장 증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비난은 장·단기 전략 수립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SML,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이 제조하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설비 리드타임(주문부터 납기까지 기간)은 18~30개월까지 길어졌다. 올해초(12~18개월)보다 상황이 더 악화했고 코로나19 이전(3~6개월)과 비교하면 최대 10배 차이가 난다.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이 길어진 것은 반도체 업체들의 시설 투자 증가로 주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0% 넘게 성장한 125조원을 기록했다. 그만큼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공장 증설이나 보강 투자를 위해 발주한 장비의 양도 늘어났다는 뜻이다. 

반도체 장비 중 가장 심하게 공급난을 겪는 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DUV 장비는 빛을 이용해 웨이퍼에 전자회로를 새기는 역할을 한다. 첨단 반도체 장비로 불리는 극자외선(EUV) 장비의 ‘구형 버전’이다.

DUV 장비가 크게 부족해진 건 수년 사이 중국 업체가 적극적으로 DUV 장비 매입에 나선 영향이 크다. 미국의 주도 아래 중국 업체들의 EUV 장비 수입이 금지되면서 이들이 첨단 공정 경쟁에서 레거시(구식) 공정 개발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연간 생산량이 50대 수준에 불과해 상시적인 공급난을 겪고 있는 EUV 장비는 물론, 증착(CVD·PVD) 장비와 에칭 장비 등도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이달 중순 2년 만에 유럽 출장을 떠났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광장비 전문 업체인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EUV 등의 원활한 조달 방안 등을 논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두고선 TSMC, 인텔 등과 경쟁해야 하고, DUV 장비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에서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ASML 방문 사실을 언급하며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산업기술 R&D대전에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2021.11.17 © 뉴스1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해외에 있는 장비업체를 만나 수시로 대책을 논의하고, 시설 투자를 탄력적으로 집행하는 식으로 반도체 장비난에 대응 중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팹 증설과 관련한 전략을 수립하며 반도체 장비 부족 상황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탄력적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며 “시설 투자를 얼마나 앞당겨 집행할지, 만일 장비 리드타임이 더 증가할 시 램프업(수율 향상) 과정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반도체 장비 부족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하면서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이나 첨단공정 전환 투자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장비 부족이 글로벌 반도체 공장 확장 시기를 2~9개월 늦출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P3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P4 기초 공사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청주 M15와 이천 M16의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7월에는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착공한다.

업계 일각에선 반도체 장비 부족 현상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공급과잉론’을 저지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물가에 대한 가처분소득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가전·IT 제품 수요가 감소했지만 첨단 공정 전환과 장비 부족에 따른 증설 제약이 일정 수준 공급을 제한해줄 것이라는 논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정 전환(Tech Migration)이 어려운 상태에서 장비 리드타임 증가로 공급의 제약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고객사들의 D램 재고도 2주 수준이라는 점에서 내년 공급 제약을 감안하면 가격 인하 요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e122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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