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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선 생명Ⅱ·모평에선 지구Ⅱ…계속되는 과탐 출제 오류 '왜'

역대 수능 오류 9문항 중 절반 이상이 과탐…과학Ⅱ서 주로 발생
시험 난도 높이다 검토 때 놓치기 쉬워…출제 개선안 재검토 요구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22-06-22 14:56 송고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을 유예하라는 법원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성적 통지가 보류됐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을 유예하라는 법원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성적 통지가 보류됐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평가에서 과학탐구 영역 출제 오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모인다. 수험생들의 피해가 큰 만큼 수능 출제방식·경향에 대한 재점검 요구도 나오고 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 9일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지구과학Ⅱ 과목 14번 문항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판단, 해당 문항을 '정답 없음' 처리했다. 이에 따라 지구과학Ⅱ 14번 문항은 모두 정답 처리된다.

역대 수능과 모의평가에서 과학탐구 영역 출제 오류는 여타 과목에 비해 유독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04학년도 수능에서 첫 출제 오류가 나온 이후 총 일곱 차례 아홉 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했는데, 그중 과학탐구 영역은 절반 이상인 다섯 문항을 차지했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다. 문제에서 주어진 설정에 따라 계산할 경우 특정 개체 수(동물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온다는 오류였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던 평가원은 법원이 출제 오류라는 판결을 내리고 나서야 해당 문제에 대해 전원 정답처리를 했다.

이외에도 △2008학년도 물리Ⅱ 11번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19번 △2015학년도 생명과학Ⅱ 8번 △2017학년도 물리Ⅱ 9번 등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
주목할 점은 과학탐구 영역에서의 출제 오류 5건 가운데 4건이 심화과목인 과학탐구Ⅱ 영역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과학탐구Ⅱ는 주로 최상위권 학생들이 응시하는 과목이다. 이 때문에 난이도 조절 과정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도를 높이기 위해 문제에 나오는 조건 등을 꽈서 내다보니 검토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시험 난도를 높이기 위해 문제에 여러 장치들을 두는데 그러다보니 출제·검토 과정에서 간과했던 문제 조건들이 나오는 것이라 본다"며 "특히 과학 쪽은 이론이 자주 변한다는 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제·검토위원들의 성의 부족이 드러난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오류로 드러난 지구과학Ⅱ 14번 문항의 경우 고난도 문항으로는 볼 수 없는 만큼 출제 과정에서의 단순 실수가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는 평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6월 모의평가 출제오류는) 창의적이고 좋은 문제를 만들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나오는 실수라기보단 매우 간단한 실수에서 비롯된 오류로 보인다"며 "지난해 수능 기준 지구과학Ⅱ 응시인원은 3570명(0.8%), 생명과학Ⅱ는 6515명(1.5%) 등으로 소수이다 보니 출제와 검토에 들이는 노력도 반감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평가원도 이 점을 인식해 지난 3월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는 영역·과목별로 고난도 문항 검토 절차를 신설하고 사회·과학탐구 영역 검토자문위원도 현행 8명에서 12명으로 확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개선안이 처음 적용된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도 출제오류가 발생하면서 개선안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출제 오류가 되풀이되면서 수험생들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6월 모의평가는 9월 수시 원서접수 전 시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인 만큼 이 같은 출제오류가 발생할 경우 본인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과학탐구Ⅱ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할 경우 그 타격은 여타 과목보다 더 크다.

일례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오류로 모두 정답으로 처리되면서 해당 과목 응시생들의 원점수 평균점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원점수 평균점수의 상승은 곧 생명과학Ⅱ 응시집단의 표준점수 하락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다른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수능 출제·이의심사제도 개선안에 대한 재검검 요구도 나온다. 임 대표는 "지난해 수능에서 오류가 발생한 이후 평가원에서 실시한 첫 시험이고 개선 방안까지 발표된 상황에서 집중 관리 영역 중 하나인 과학탐구에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제도 개선에 대한 대책 등이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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