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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물 빠지자 '환경 핵폭탄'…美 유타주 그레이트솔트호의 비극

염도 상승해 철새 머물기 어려워…광물채취도 난항
바닥 드러나자 '유독 물질' 검출돼…200만 주민 위협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022-06-08 12:41 송고 | 2022-06-08 15:51 최종수정
미국 유타주(州) 그레이트솔트호의 변화 모습.  그레이트솔트호의 수심은 1986년 4211.65피트(약 1283m)에서 2021년 4191.2피트(약 1277m)로 줄어들었다.(유타주 수자원부 홈페이지 캡처)© 뉴스1
미국 유타주(州) 그레이트솔트호의 변화 모습.  그레이트솔트호의 수심은 1986년 4211.65피트(약 1283m)에서 2021년 4191.2피트(약 1277m)로 줄어들었다.(유타주 수자원부 홈페이지 캡처)© 뉴스1

메마른 호수는 '환경 핵폭탄'으로 돌아왔다.

호수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흙들은 유독성을 품은 먼지가 돼 도시를 위협하고 있다. 호숫물이 줄어들자 염분은 점차 높아졌고, 호수에 살던 작은 새우들도 자취를 감췄다. 이 새우를 먹기 위해 호수를 찾던 수백만 마리의 철새 역시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미국 유타주(州) 그레이트솔트호의 이야기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사이언스지 등에 따르면 그레이트솔트호의 수위는 1847년 이후 꾸준히 낮아져 2016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호수의 수위는 1847년보다 3.6m 낮고, 저장된 물 절반이, 면적 3분의 2가 줄어들었다.

로키 산맥 중 와사치 산맥 서쪽 기슭에 있는 호수인 그레이트솔트호는 분지에 있어 흘러드는 강은 있어도 빠져나가는 강은 없다. 이 탓에 염도는 무려 5~27%에 달한다. 세계 바다의 평균 염도가 3.5%, 사해가 33.7%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호수 물 빠지며 염도 상승…철새 떠나고 광물 채취도 어려워

지난해 8월2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州) 그레이트솔트호에 철새 캘리포니아 갈매기가 앉아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지난해 8월2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州) 그레이트솔트호에 철새 캘리포니아 갈매기가 앉아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지난 십수 년간 미 서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진 데다 가정용, 농업용으로 호수에서 과도하게 많은 양의 물을 빠져나가며 호수의 수위는 빠르게 낮아졌다. 유타주는 지난 10년간 인구가 18.4%가량 증가하며 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빠져나간 물만큼 물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철새들은 갈 곳을 잃었고, 호수 기반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독성 물질까지 발견되며 생태계마저 붕괴하는 등 각종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졌다.

그레이트솔트호 주변 지역은 유타주 습지의 4/5를 구성하고 있어 매년 약 천만 마리의 철새가 들리는 곳이다. 그레이트솔트호에 서식하는 '브라인 새우(Brine shrimp)'는 철새들의 주 영양분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호수의 물이 증발하며 염도가 상승했고, 물 속의 조류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 조류들을 먹고 자라는 브라인 새우 역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서부 다른 지역들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철새들의 먹잇감도 점차 사라지며 철새들이 재충전할 장소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호수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7700여 개의 일자리도 벼랑에 놓였다. 브라인 새우는 양어장 물고기들의 식량으로도 사용되는데, 새우 개체수가 줄며 양어장들은 새로운 식량을 찾지 못해 곤경에 처했다. 또 호수에는 알루미늄 제조에 필요한 마그네슘과 휴대폰,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도 풍부하게 매장돼있다. 호수 수위가 줄어들어 광물 채취도 쉽지 않다.

유타주 산림·소방·토지 부서의 그레이트솔트호 전담자 로라 버논은 "호수 면적이 지금으로부터 10피트(약 3m) 더 줄어들면 광물 채취 관련 13억 달러(약 1조6310억원), 새우 산업에서 6700만 달러, 환경 및 보건 분야에서 5억 달러 등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십년간 쌓인 '유독 물질' 드러나…인근 주민뿐 아니라 생태계 위협

지난해 8월1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州)의 그레이트솔트레이크호가 메말라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지난해 8월1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州)의 그레이트솔트레이크호가 메말라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가장 큰 문제는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유독 물질이다. 유타 주립 대학의 유역과학(Watershed Sciences)과 대학원생 연구팀은 호수 바닥 속 독소를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 몰리 블라코프스키는 호수를 '배수구가 없는 욕조'로 비유했다.

그는 "채광, 제련 및 농업 유출수 같은 인간 활동의 부산물들이 한 세기 넘게 호수 바닥에 축적돼왔다"며 "이미 대기 중에 있는 다른 오염물질과 섞여 더 나쁜 쪽으로 상호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호수 바닥에는 비소가 많이 누적돼있는데, 호수 바닥이 더 노출되면 비소가 모래바람을 타고 인근 주민들에게 향할 가능성이 크다. 그레이트솔트호와 인접한 솔트레이크시티에는 18만 명이, 이 도시 권역에는 1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한다.

또 연구팀은 유독 물질이 생태계 전체를 뒤흔든다는 점을 경고했다. 블라코프스키는 "호수 인근 식물과 거미, 애벌레, 잠자리 등에서도 카드뮴, 구리, 납이 발견됐다"며 "장기적으로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호수 북쪽에 살고 있는 공화당 주 의원이자 목장주인 조엘 페리는 "우리는 아주 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환경 핵폭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타주 의회는 뒤늦게나마 호수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물 절약 방안을 내놓고 있다. 스펜서 콕스 유타주지사가 지난 4월 올해 수십억 갤런을 절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 긴급 가뭄 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유타주 의회는 지난 4월 물 보존을 위해 5억 달러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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