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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한달, 5공화국 '반면교사'로…'권력의 질량' 감시해야

[인터뷰] '5공 남산의 부장들' 저자 김충식 가천대 교수
"세상 진화해도 권력 퇴행 가능성…권력 영원하지 않아"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2022-06-06 09:05 송고
'5공 남산의 부장들' 저자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5공 남산의 부장들' 저자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5공화국'을 소환한 이가 있다. 바로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전두환 시대의 안기부장 5명의 이야기를 담은  <5공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서다.

김 교수는 30년 전 동아일보 기자시절 썼던 연재물을 모은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박정희 시대 중앙정보부장 10명의 얘기를 들려줬다. 남산의 부장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총 54만부가 팔렸고, 2020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개봉해 475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남산의 부장들이 출간된지 30년이 지난 지금 김 교수는 새 책을 통해 통해 권력의 치명적 유혹과 몰락 과정을 다시 한 번 해부했다.

'독재'로 얼룩졌던 5공화국을 지금 이 시점에 끄집어 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일까. 지난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김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이 와중에서 권력을 잡은 우쭐해진 사람들이 또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기에 그런 것에 대한 체크와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과거에 갖고 있던 권력의 질량이 이동해 청와대나 검찰 등에서 발생할 수 있기에 경계가 필요하다. 권력 앞에서 불나방이 되는 인간존재를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이번 책의 핵심 메시지다."

◇ 세상 진화하지만 '권력의 질량' 잘 감시해야

'권력의 질량'

그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단어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권력의 총량은 어느 시대나 정해져 있다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국가안전기획부(현재 국가정보원)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지금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다는 설명이다.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현재는 인공지능도 나오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경쟁하는 등 엄청난 진화를 이루고 있지만 권력은 성장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행할 수도 있다"며 "과거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은 퇴행하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현재 국정원은 개혁을 통해 과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그 권력의 질량을 누군가가 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수류탄같은 권력을 누군가 운용하게 되면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퇴행하고 제자리에 머무는 권력정치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며 "누구든지 권력을 잡았으면 내놓게 돼 있고, 내놓게 되면 공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을 권력자들이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석열 정부 탄생이 국정원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 정부에서 권력자들에 대한 감시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1년6개월만에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사실 윤 대통령의 정치는 2012년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에서의 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며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권력을 잡은 우쭐해진 사람들이 또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기에 그런 것에 대한 체크와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다. 그는 "현재 과거 남산에서 갖고 있던 권력의 일부가 검찰에 가있다고 본다"며 "과거 검찰이 늘 살아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만 권력자에 맞는 수사를 하는 행태가 있다는 비판을 받온 만큼 과거 무리한 기소에 대해 반성하고 새시대에 맞춰 나가야한다"고 설명했다.

'5공 남산의 부장들' 저자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5공 남산의 부장들' 저자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신문기사 하나로 외교부 차관, 기자도 맞던 시대

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도 소개했다. 5공시대 안기부는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었다. 백주대낮에 고위 공무원을 데려가 폭행하고, 기자도 잡아가 고문을 일삼던 시절이었다. 김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던 에피소드로 노신영 안기부장 때를 예로 들면서 서슬 퍼렇던 시절을 술회했다.

당시 노신영 안기부장은 외교부장관을 마치고 안기부장에 임명됐다. 그런데 한 신문에서 한국, 북한,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북한이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갔는데, 안기부가 취재원이 당연히 외교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외교부 차관, 기사를 쓴 기자를 잡아다가 폭행했다.

김 교수는 "노신영 안기부장은 직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가 와서 맞고 있는데도 어쩌지 못했다"며 "당시 전두환 체제는 대통령이 한 번 화내고, 장세동 경호실장이 관심을 가지면 폭력이나 고문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보도로 인해 5공시대에 고초를 겪은 적이 있다. 1985년 8월 24일 중국에서 망명을 목적으로 한국으로 오던 폭격기 한 대가 전북 이리쪽 논에 추락했다. 서해 방공망이 뚫린 것으로 전두환은 당시 국가안정보장회의를 열어 '서해상공 폭격기 접근을 보고 아군이 유도 비행 중에 기름이 떨어졌고, 사이렌을 울려서 주민대피를 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는 "취재를 해보니 정부 발표와 달리 당시 사이렌을 들었다는 주민이 없었고, 당시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 군의 유도비행에 대해 답변을 못해 기사로 썼는데 나와 편집국장을 포함해 3명이 안기부에 잡혀갔다"며 "갔더니 6개월 전 총선때 왜 야당 편을 들었냐는 점을 집중적으로 물으며 구타하고 고문했다"고 말했다.

1985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3년 앞둔 시기였다. 올림픽을 개최 예정국에서 한 언론사의 편집국장과 기자를 데려다 3박4일간 일어서지도 못하게 두들겨 팬 것이다. 김 교수는 "당시에는 흔하게 발생했던 일이었는데도 야당에서도 문제 삼았고, 세계적으로도 망신거리가 됐다"고 회고했다.

◇1인 주연에 4인 조연…긍정하기 어려웠던 전두환

5공시대의 안기부장 5명은 전두환(중앙정보부시절)부터 유학성, 노신영, 장세동, 안무혁으로 이어졌다. 이 중 가장 짧게 자리에 있었던 전두환이지만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전두환 1인 주연에 나머지 4인의 조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5공 시대가 출범기 정통성 부재 때문에 발생한 저항에 맞서서 안기부가 끊임없이 방어전을 펼치다가 끝난 시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5공시절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신문기자로서 5공 8년을 보낸 그의 전두환에 대한 회고는 어떨까. "안타깝기도 했고 분노하기도 했다. 그의 무지한 행태에 개탄하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긍정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김 교수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전두환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가 군사반란을 일으켰을 때 당시 20사단장이었던 박준병 소장은 전두환의 군사 출동 지시를 거부한다. 이 때문에 훗날 박준병은 12.12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박준병에 대해 전두환은 그 일에 대해 이후 한번도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보안사령관, 민정당 사무총장도 시켜줬다.

김 교수는 "박준병이 12.12 당시 전두환의 지시를 거부한 이유로는 그가 역사를 배웠다는 점과 초급장교때 이한림 사령관의 부관으로 일하면서 반란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가졌던 점이 꼽힌다"며 "그럼에도 전두환이 이후 이 일에 대해 박준병에 대해 한번도 불평한 이야기를 못 들은걸 보면 매우 특이한 리더십의 사람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5공 시절이었던 때까지 총 15명의 부장들을 다뤘다. 이후 21명의 부장(국정원장 포함)에 대해서도 다룰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후배들 중 누군가가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5공 남산의 부장들' 저자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5공 남산의 부장들' 저자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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