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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 감독 "이광수의 힘, 김설현 본연의 매력 담아" [N인터뷰]

이언희 감독 "남의 일에 오지랖? 당연한 선의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2-06-06 08:30 송고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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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종영한 8부작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평온한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비상한 기억력을 가졌지만 번번이 공무원 시험에서 낙방하는 마트 사장 아들 대성(이광수 분)과 경찰인 여자친구 아희(김설현 분) 그리고 마트의 직원들이 마침내 살인범을 잡는 이야기다.
대성이 '마트 영수증을 통해 살인범을 쫓는다'라는 독특한 설정부터 흥미를 돋운다. 추리, 스릴러 등 장르적 재미에서 깊숙이 들어가보면 이웃에 대한 무관심 외면 그리고 편견을 넘어 연대하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로 확대된다.

독특한 소재가 주는 참신한 재미와 진부하지 않은 감동을 안기며 호평을 받은 '살인자의 쇼핑목록'. 이언희 감독은 드라마 종영 후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단편소설인 원작을 영상화하며 거친 고민 그리고 연출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신경 쓴 점을 되짚어 봤다. 또 통통 튀는 매력의 캐릭터들을 책임진 주연 이광수와 김설현의 활약은 물론, 이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작 소설을 영상화하면서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원작을 읽은 분들은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를 많이 느끼실 거다. 원작은 단편소설이기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짧고 강렬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충분히 그 자체로 재미있지만 영상화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 고민 과정에서 '동네 마트'라는 이야기의 배경에 주목했다. 우리는 모두 어느 '동네'에 살고 있고 그 동네에는 대부분 일상적으로 스쳐지나가는 마트가 있는데, 그 일상적이지만 보통은 우리 인지의 영역 안에 들어오지 않는 마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점이 바뀌다보니 우리가 특별히 주목하지 않지만 주변에 흔히 존재할 것 같은 인물들이 중심이 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었다. '마트'라는 배경을 중심으로 가져오면서 사건 자체도 비대면이 아닌 '대면'으로 겪게 되는 일들이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고 지금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코믹, 휴먼 장르와 스릴러라는 상반된 장르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톤 조절도 중요한 연출 포인트였을 것 같다.

▶드라마의 기획적 측면에서는 복합 장르를 지향했지만, 연출하는 과정에서는 장르를 분리하지 않으려고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상황들이 서로 다른 장르처럼 느껴지더라도 결국은 하나의 흐름을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기를 바랐고, 그 상황마다 표현 방법과 수위에 대해 고민했지만 그 장면만을 위해서가 아닌 전체 이야기에서 균형이 맞는지 고민했다.

-대성은 배우 이광수 본연의 매력이 잘 담긴 캐릭터로 보였다. 배우의 매력을 활용한, 혹은 더 매력이 배가된 장면이 있었나.

▶당연하게도 어느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모든 캐릭터는 달라질 수 밖에 없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캐릭터를 통제하길 원하고 그럴 수 있는 연출자도 있겠지만, 저는 같이 작업하는 배우에 따라 제가 생각했던 인물이 달라지고 깊어지는 것에 놀라고 때때로 감동하는 것이 정말 좋다. 물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제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안대성이라는 인물이 있었지만, 이광수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동안 그 기대치를 넘어서는 순간들이 끊임없이 있었고, 지금의 안대성은 이광수 배우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인물이었기에 특정한 장면을 꼽는 건 너무 어렵다. 모든 안대성의 순간들은 이광수 배우이기에 만들어졌고 완성되었다.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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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현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작품같다. 어떤 면을 끌어내고 싶었으며, 잘 표현된 예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언젠가는 김설현 배우와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기에 그 기회가 온 것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동안 분위기 있는 역할들을 많이 하였고, 그 모습들도 참 좋았지만 제가 보고 싶었던 건 김설현 배우의 지금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하며 많은 것들을 보여주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보고싶다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로 김설현 배우를 만나고 나니 기대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밝게 빛나는 사람이었고 그 모습을 보고 나니 더더욱 욕심이 났다. 그래서 도아희에 대해서 특별히 뭔가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김설현 배우의 원래 매력이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랐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8부에서 대성이 범인을 잡고 마트에서 나온 이후에 아희와 눈을 마주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컷이 김설현 배우의 도아희로서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런데 그 때 아희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안심이 되면서도 김설현 배우와의 촬영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극에 등장하는 범죄가 우리 현실에서의 여러 공포를 담았다. 에피소드 소재를 선정한 기준이 궁금하다.

▶뉴스를 통해서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사건들이 있다. 누군가가 심각한 피해를 당하기 전에는 뉴스로조차 전해지지 않는 사건들은 더더욱 많을 것이다. 내가 그런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게 될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어딘가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들이고, 그 일을 겪게 되는 피해자들에게는 확률 100%의 사건입니다. 그런 사건들을 가지고 '동네 대면 스릴러'라는 목표에 맞추어 구성했다.

-범인을 추적하고 잡는 과정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나.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주인공인 대성은 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는다. 이 드라마를 작업하면서 저도 끊임없이 질문을 받았다. '대성이는 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거죠? 왜 자신의 일도 아닌데 오지랖을 부리는 거죠?' 초반에 저는 그 질문이 참 이상했다. 사건이 있고 피해자가 있는데, 심지어 친하지 않아도 피해자가 아는 사람인데 내가 그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나설 수 있는 거 아닐까? 당연한 일에 왜 질문이 필요하지? 하지만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을 해야 했고 '그냥' 이라는 말로 대답할 수는 없으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인간의 당연한 선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저는 현실에서 오지랖이 넓다고는 할 수 없고, 현실에서의 악의에 대해서 무력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야기 안에서는 과하더라도, 쓸데없는 오지랖이더라도 당연히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선의를 실천하는 인물을 보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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