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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반도체 아픈손가락 팹리스…대통령도 나섰지만 3년째 점유율 1%

한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수, 중국의 5% 불과
"팹리스-수요기업 협력 강화 필요…정부 전폭 지원 필수"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22-06-06 06:11 송고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선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 부문에선 여전히 존재감이 미약하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선 최강자인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6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전세계 팹리스 시장점유율 6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대만(21%)과 중국(9%)이 뒤를 따랐고 한국은 불과 1%에 그쳤다.

국내 기업 중 세계 50대 팹리스에 속한 기업은 불과 1곳(LX세미콘)이며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팹리스 기업 수도 중국(2810개)의 20분의 1 수준(5%)인 120개일 정도로 저변도 미미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1위인 한국이 정작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선 불과 3%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이같은 불균형을 개선하려고 했으나 성과는 별로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한국 팹리스 시장점유율은 매년 1%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은 65%에서 68%로, 대만은 17%에서 21%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4월30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4.30/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4월30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4.30/뉴스1

국내 팹리스 산업이 처음부터 불모지였던 건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팹리스 시장 규모는 피처폰 수요에 힘입어 연평균 41%씩 커질 정도로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으로의 전환 등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장기간 1% 수준에서 정체됐다.

그동안 국내 팹리스 산업이 중소기업 위주로 성장한 탓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만 고급 인력이 집중됐고, 자금 부담으로 신사업 투자가 부족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팹리스 산업 정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팹리스가 성공하려면 설계·개발한 반도체를 실물로 만들어 줄 파운드리를 확보해야 하는데,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기업이 해외 대형 고객에 집중하면서 국내 팹리스 기업의 이용이 어려운 점도 국내 팹리스 산업 성장을 제약했다.

메모리 반도체 최장자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이 D램 등의 가격 변동에 따라 출렁임이 심할 뿐만 아니라 팹리스 시장이 여전히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팹리스 시장은 한국이 놓쳐서는 안될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상위 10개 팹리스 기업의 매출액은 총 1274억달러(약 159조원)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의 매출 성장률은 21.1%로 높은 편이었지만 팹리스 시장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17개 반도체 기업 중 전년 대비 매출이 50% 이상 증가한 곳은 총 4곳인데, 모두 팹리스 기업(퀄컴·엔비디아·미디어텍·AMD)이다.

특히 반도체를 설계·개발하는 팹리스는 이를 실물로 만드는 파운드리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세계 1위를 노리는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대만의 경우 업계 일류인 TSMC(파운드리)와 미디어텍(팹리스)이 서로 일감을 주고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뛰어난 팹리스를 통해 파운드리 기업은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는 첨단 디바이스의 품질 향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만 신죽(Hshinchu) 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미디어텍 본사 전경© News1

업계에선 국내 팹리스 기업과 반도체 수요 기업 사이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만의 경우 TSMC는 중소 팹리스 기업들과 연합체를 구성해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는 반도체 설계 포트폴리오를 크게 확대하면서 경쟁력도 강화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자동차·조선·가전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했다"며 "국내 팹리스와 수요 기업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수다. 대만 정부는 회사 설립 때부터 출자 형태로 자금을 대주며 키운 TSMC의 성공 사례를 팹리스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이를 통해 성장한 미디어텍은 최근 전세계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미국의 퀄컴을 앞질러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도약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가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선 기업간 협력뿐만 아니라 인재 육성 정책과 자금 지원 등 정부의 활발한 지원이 필수"라며 "팹리스는 각 분야와의 협력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조성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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