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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구 없고 안내법도 몰라"…장애인 참정권 '사각지대' 여전

"장애인 투표 안내 교육 부실…도움 없이 투표하고파"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022-06-01 15:45 송고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 광주 남구 백운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휠체어 유권자 강경식씨(53)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집어넣고 있다. 2022.03.0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 광주 남구 백운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휠체어 유권자 강경식씨(53)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집어넣고 있다. 2022.03.0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투표하러 오시면 어떻게 안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8회 지방선거 날인 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투표소 입구에서 안내하던 투표사무원이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장애인 유권자 안내방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지금은 잊어버렸다"고 한참을 뜸들이다 답했다.
주택가에 자리한 해당 투표소에는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유권자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입구에서는 투표사무원 3명이 거주지 확인과 투표소 안내를 하느라 분주했다.

건물 2층에 마련된 투표소까지는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낮 12시쯤까지 해당 투표소에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장애가 있어 투표 보조를 받아야 하는 유권자는 한 명도 방문하지 않았다.

장애인 편의성이 낮은 투표소 환경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보조 용구를 지원받아야 하는 유권자가 투표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다. 현행법상 투표소는 고령·장애인·임산부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가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하지만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장애인 투표를 안내하기 위한 사전 교육이 부족하거나 투표 보조 용구 지원이 부족한 곳도 적지 않다"며 "사전투표를 포함해 오늘 오전까지 투표 보조를 받지 못해 되돌아왔다는 장애인분들의 민원을 10건 가까이 접수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점자형 투표보조용구에 투표용지를 끼우고 있다. 2022.2.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 용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점자형 투표보조용구에 투표용지를 끼우고 있다. 2022.2.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중증 시각장애인 곽남희씨(30·남)도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 당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투표용지는 6장을 받았는데 투표 보조 용구는 한 장이 부족했다"며 "투표소에 아예 준비가 안 돼 있어서 어머니 투표 보조를 받아 겨우 투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은 점자로 후보 이름과 소속 정당을 표기한 봉투 모양의 투표보조용구에 투표용지를 끼워 넣어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겉 봉투 종류 중 하나가 아예 투표소에 없어 도움을 받지 않고는 스스로 투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장애인 가독성이 낮은 선거 공보물도 선거철마다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후보는 점자 공보물 제작 의무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 후보자는 공보물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QR 코드를 책자에 표시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승헌 활동가는 "투표소에서 장애 유형에 맞는 편의 지원이 준비돼 있지 않은 경우가 여전히 많다"며 "발달장애인은 인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표 보조조차 허용하지 않는 지역구도 있어 장애인 참정권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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