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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에 바란다] ③5·31교육개혁 넘어서는 교육개혁안 마련하자

2025년이면 30주년인데 아직 5·31 테두리에 머물러
문명사적 전환기 맞아 새로운 교육개혁안 마련해야

(서울=뉴스1) 김성열 전 한국교육학회장 | 2022-06-02 07:30 송고
편집자주 경제적 성장과 자유의 확대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5월10일 출범했다.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와 시장 원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번영과 풍요를 꾀한다는 새 정부의 첫 일성에 따라 안팎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다만 새 정부 출범에 주어진 숙제는 녹록지 않다. 안으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경제'의 리스크에 직면한 데다 공수가 바뀐 여야의 갈등으로 '협치'가 요원한 상태다. 밖으론 재정긴축 기조가 글로벌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옥죄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러시아-중국의 대립각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뉴스1>은 험난한 고비를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윤정부 출범에 맞춰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시리즈로 싣는다.
김성열 전 한국교육학회장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김성열 전 한국교육학회장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윤석열정부가 지난 5월10일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교육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구성과 운영과정에서 교육이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 일각에 형성돼 있었는데, 대통령이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교육은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듯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 측면에서 교육은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함으로써 삶의 과정에서 선택 기회를 확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비판이 없지는 않지만, 교육은 여전히 계층 이동의 사다리이자 희망이다.
국가적 측면에서 보면 교육은 저출산 시대에 모두를 소중한 인재로 키워냄으로써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면서 기술 진보의 수준에 걸맞은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尹정부 임기 중 고교평준화 50주년, 5·31교육개혁 30주년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우리는 중요한 교육정책을 되돌아볼 계기가 되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년(週年)을 여러 차례 맞는다. 몇 가지 중요한 것을 들면, 2023년은 교육부 설치 75주년, 2024년은 고교평준화 정책 50주년, 2025년은 5·31 교육개혁 30주년, 2026년은 지방교육자치 35주년 등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종종 5년 또는 10년 단위로 특정 정책의 역사적 맥락을 살피고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기념행사를 한다.
윤석열정부가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언명한 만큼 이러한 역사적 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5·31 교육개혁 30주년을 맞는 2025년에는 우리 교육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오늘의 교육 문제를 성찰하고 해결 방안을 담은 교육개혁안을 마련하고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 윤석열정부는 교육개혁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 지식교육 중요성·가치 회복…불리한 계층에 고른 기회 제공

우선, 윤석열정부는 학생이 자유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을 교육개혁의 중요한 지향점으로 설정해야 한다. 자유시민은 교양과 실용을 균형 있게 갖춘 사람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넓은 안목에서 바라볼 수 있고, 변화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직업적 역량을 갖춘 인간이다. 학생을 자유시민으로 키워내기 위해서 그동안 소홀히 여겨졌던 지식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서 적용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윤석열정부는 학생이 자유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해소하는 방안을 교육개혁안에 담아야 할 것이다. 가정과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교육적 불리함은 정부가 나서서 해소해 줘야 한다. 불리한 계층에게 고른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 문화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할 것이다.

◇ 학교·교육 다양성 확대…더 큰 자율 보장하고 책무성 강화

둘째, 윤석열정부의 교육개혁은 학교와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이전 정부는 학교 간 서열화 해소와 평등이라는 명분으로 고교체제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은 결과적으로 들쭉날쭉한 학습자의 잠재적 역량을 개발할 기회를 제약하고 학교의 교육력을 약화시켜 왔다. 학교 간, 학교 내 다양화는 학습자들의 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고 학교의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다양화가 서열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세심한 정책 구상을 통해 이를 개선해 나가야만 학교와 교육의 다양화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윤석열정부는 단위학교에 더 큰 자율을 보장하고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위학교 운영에 대한 자율성의 부여는 학교 수준에서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추구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과 함께 단위학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하고, 시·도 교육청은 단위학교에 대해 군림하거나 지시·감독하기보다는 전문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동시에 단위학교는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교육의 효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학교가 자율성을 누리는 만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대학 특성 고려하지 않은 '경쟁적 대학생태계' 전환해야

넷째, 윤석열정부의 교육개혁안은 국가의 발전과 지역 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협동적, 상생적 대학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준에 의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 있다. 예컨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과 지역에 기반을 둔 교육 중심 대학이 경쟁 관계에 놓인다는 것이다.

대학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경쟁적 대학생태계는 대학의 발전을 왜곡하고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쟁적 생태계를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상생,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간 역할 분담, 연구 중심대학과 교육 중심대학의 협동적 분업, 국가와 지역과 대학 간의 지원과 협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협동적, 상생적 대학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

◇ 교육부 기획·조정 기능 빼곤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 

다섯째, 윤석열정부는 유·초·중등 교육행정 체제의 개편 과정에서 교육부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필요한 분야의 국가 기준설정 등 기획·조정 기능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해야 한다. 교육부는 공교육으로 정착되지 않은 유아교육, 지역과 개인의 노력에만 맡길 수 없는 특수교육 분야, 국가의 교육기준에 미달하고 경쟁에 뒤처지는 학생·학교에 대한 지원 및 교육격차 해소, 학생의 건강·안전, 교육수요자의 권리보호 등과 관련된 권한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석열정부는 디지털 사회에 걸맞게 중앙정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시·도 교육청 간 '열린 협치형 교육정책 결정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열린 협치형 교육정책 결정 체제는 교육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기관과 시민사회 간에 정책 소통을 기반으로 정책 결정에 관한 협동적 분업체계를 이룬 것을 말한다. 초연결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에서 형성된 공통된 의견을 오프라인에서의 집회 등을 통하여 표출하고, 자신들의 견해가 직·간접적으로 정부 정책에 수용되기를 원하기도 한다.

◇ 7월 출범 국가교육위, 국민 의견수렴·사회적 합의로 한정

앞으로 중앙정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시·도교육청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 결정 체제를 설계하고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교육에 대한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상호 협력으로 최적의 타당한 교육정책을 효율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7월 출범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교육제도 운영과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일에 한정하는 것으로 조정할 필요도 있다.

문민정부는 1995년 5월31일 정보화·세계화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대비해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 교육개혁안은 공급자 중심 교육이었던 우리 교육 패러다임을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그 개혁안 발표 이후 지금까지 우리 교육제도의 운영은 이 개혁안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의 확산과 디지털 기술혁명, 세계화와 탈세계화의 중첩적 전개,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 여성의 역할과 가족 구조의 변화 등 제2의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비해 윤석열정부는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으로 주인인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교육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5·31교육개혁안' 30주년인 2025년에 발표하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전 한국교육학회장,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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