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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큰 별이 졌다"…오월 마지막 날, 정동년 이사장 영면(종합)

안장식 열린 5·18 민주묘지, 비통함에 흐느낌만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정다움 기자, 이수민 기자, 이승현 수습기자 | 2022-05-31 16:28 송고
3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안장식에서 유족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2022.5.3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3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안장식에서 유족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2022.5.3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형님, 당신은 결국 오월을 벗어나지 못했네요."

'5·18 사형수'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이 오월 마지막 날 영면에 들어갔다.
유족과 5·18기념재단 관계자, 오월단체, 정계 인사 등 100여명은 3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안장식에 참석해 정 이사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가족을 비롯한 추모객들은 안장식이 진행되는 내내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29도의 무더운 날씨에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기 위해 자리를 떠난 이는 없었다.

정 이사장의 유골함 위로 흙이 쌓이자 유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배우자인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허토 차례가 다가오자 울부짖으며 삽을 내팽개쳤고, 땅에 주저 앉아 한동안 오열했다. 결국 허토는 하지 못했다.

장남 정재헌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여러번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더니 흙을 허토하며 아버지를 가슴 속에 묻어 보냈다.

고인과 친분이 있다는 이지현 5·18구속부상자회장은 헌화에 앞서 "형님 40년 동안 죄송하고 고마웠습니다. 잘 가십시오"라며 그를 애도했다.

이날 추도사는 김범태 5·18민주묘지 관리소장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고희범 제주 4·3평화재단 이사장, 김상윤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박종화 광주민예총 이사장 등이 준비했다.

박종화 광주민예총 이사장은 조시를 읊으며 "오월의 붉은꽃 정동년, 당신과의 이별을 인정해야 하는 오늘이 말할 수 없이 서럽다. 부디 잘 가시오"라며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3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안장식에서 유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2.5.3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3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안장식에서 유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2.5.3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안장식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5·18민주화운동의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영결식이 엄수됐다.

장남 정재헌씨는 추도사를 통해 "어김없이 찾아온 찬란하지만 가슴 아픈 오월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안고 살아가게 됐다"며 오열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1980년 전두환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당시 김대중 총재의 자택에 방명록을 남겼다는 이유로 갖은 고초를 겪은 5·18민주화운동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 28일 열린 제42주년 5·18민중항쟁행사위원회의 마지막 행사 '오월의 밤'에 참석하는 등 생애 마지막까지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고인은 지난 29일 오전 10시쯤 심장마비로 운명했다. 향년 79세다.

3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안장식이 열린 가운데 고인의 묘역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2022.5.3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3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안장식이 열린 가운데 고인의 묘역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2022.5.3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ddaum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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