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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두나무, 루나 팔아 1300억 챙겼다?…사실은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비트코인으로 바꿔 아직까지 보유중…법인세 300억원대 납부
비트코인 시세 40% 떨어져 처분액 1300억원 아닌 800억원대로 줄어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김지현 기자 | 2022-05-31 07:00 송고 | 2022-05-31 09:09 최종수정
서울 강남구 업비트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2.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강남구 업비트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2.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암호화폐 루나(LUNA)에 투자해 1300억원 규모의 차익을 실현했다고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루나를 비트코인(BTC)으로 바꿨을 뿐 아직까지 현금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루나를 비트코인으로 교환한 2021년 2월에 비해 비트코인 가격이 40%가량 떨어져 두나무가 루나로 얻은 수익은 현재 시세로 1300억원이 아닌 800억원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무형자산처분이익을 반영해 300억원가량의 법인세도 납부했다. 

두나무가 최근 테라 사태로 휴지 조각이 된 루나를 작년에 미리 팔아 1300억원을 챙겼다는 '먹튀 논란'까지 제기됐지만 실상은 비트코인으로 바꾼 것이며 그 가치도 시세하락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손에 쥔 현금 없다…비트코인으로 바꿔 처분 금액 40% 줄어

31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의 투자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해 2월 루나를 처분한 판매대금을 현재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고 있다. 루나를 처분하면서 현금성 자산으로 손에 쥔 것은 없는 셈이다.
현금화하지 못한 이유는 국내에서 원화 취급 거래소를 통한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가 사실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물론 빗썸,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에서도 법인이 계좌를 개설하고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장외거래(OTC)를 통해 보유했던 루나를 비트코인으로 교환해야만 했다. 앞서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4월 루나 2000만개를 취득했고, 이를 2021년 2월 처분했다.

처분할 당시 6100만원대였던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30일 현재 37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두나무가 루나 처분을 통해 번 금액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두나무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엔 무형자산(암호화폐) 처분이익이 약 1300억원으로 표기됐으나,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만큼 처분이익도 줄었다.  

2021년 2월 OTC를 통해 루나를 처분할 때 300억원이 넘는 법인세도 납부했다. 또 루나를 비트코인으로 바꾼 만큼, 추후 비트코인을 매각할 시 추가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도 고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 “루나는 ‘셀프상장’ 아냐”…규제 리스크에 전량 처분

일각에서는 2018년 4월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루나를 취득한 이후, 2019년 7월 업비트가 루나를 상장한 것을 두고 '이해상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코인을 이른바 '셀프 상장'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두나무 측은 당시 상장은 업비트 자체 심사를 통한 상장이 아닌, 해외 거래소 비트렉스와의 오더북(거래장부) 공유를 통한 상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시는 업비트가 비트코인(BTC) 마켓 거래장부를 비트렉스와 공유하던 시기이므로 비트렉스가 상장했기 때문에 업비트에도 상장된 것이란 설명이다.

루나에 투자한 것도 2018년 당시 암호화폐에 대한 산업적 이해도가 낮아 제대로 된 투자생태계가 마련되기 이전이라 신현성·권도형이라는 당시 전도유망한 창업가들이 두나무 측에 요청하면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투자하면서 혁신 생태계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며 "당시에 생소한 분야라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공동창업자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20억원을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루나를 처분한 시점은 루나값이 고공행진하기 이전이다. 당시는 개당 6000원대지만 그 이후로 시세가 급상승해 2022년 3월 12만원까지 뛰었다. 두나무가 보유한 루나를 최고가에 팔았으면 규모는 1300억원이 아니라 2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셀프 상장 논란이 불거지고, 테라 프로젝트가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등 규제 리스크가 큰 분야에 진출하자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루나를 처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와 맞바꾼 비트코인은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두나무 측은 "비트코인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검토한 바가 없으나, 루나로 인한 국내 피해 사례를 고려해 해당 비트코인을 사회 공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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