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어린이집 관둔 교사 "아동 평균 수준 낮아져…부모 학대도 심각" 토로

"밤 늦게 연락, 아파도 병원 안 데려가고 교사 원망"
"정상 아동들 피해, 책임은 누가 지나…혼자 키우길"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22-05-25 16:50 송고 | 2022-05-25 16:54 최종수정
© News1 DB
© News1 DB
어린이집 교사가 일하면서 느낀 고충을 토로하면서 관둔 이유를 밝히자 많은 누리꾼이 크게 공감했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글쓴이 A씨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일을 그만둔 이유 3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A씨는 퇴근 후에나 휴일에도 업무로부터 해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입학할 때부터 연락 가능한 시간을 몇 번이나 공지했음에도 오후 9시에 연락온다"면서 "SNS 친구를 걸기도 한다. 거절하면 그만이지만 보복당한다. 읽고 답장을 안 하면 다음날 크게 분노한 부모를 마주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로는 부모의 애매한 아동학대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켜만 보는 게 고통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물리적인 폭행만이 아동학대가 아니다. 열이 39도인 아이를 등원시키는 어머니께 '병원 데려가라'고 해도 대답만 하고 안 간다"면서 "일과 내내 구토하고 설사하는 아이는 체한 거라서 괜찮다며 연락을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등원이 안 될까 봐 다음 날에는 대문 앞에 아픈 아이를 몰래 두고 간다. 전화해도 안 받고 아이한테 물으면 병원도 안 갔다더라"라며 "이런 게 명백한 아동학대인데 우리나라 아동학대법은 유독 친부모 범위 안에서는 힘을 못 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비정상 아동의 비율이 점점 늘어난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슴 아프지만 현실적으로 교육 시설 종사자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본다"며 "'금쪽같은 아이들'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 유형이 드문 게 아니라 흔하게 된 지 꽤 됐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5세 아이는 친구의 장난감을 왜 뺏으면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6세 아이는 밥 먹기 싫다고 점심시간에 비명 지르고 식판을 엎고, 7세 아이는 운동화를 혼자 못 신겠다면서 나갈 때마다 현관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이에 대해 A씨는 "장애아는 아닌데 정상 아이도 아니다. 문제는 부모도 비슷한 인지 수준이라는 것"이라며 "그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부모에게 전화해 가정 지도를 부탁하는 교사를 원망한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비정상 아동과 부모의 기행에 교사와 정상 아동이 피해 보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아침에 등원시키며 세수·양치를 부탁하는 부모, CCTV를 열람하더니 다른 아이 발달 수준을 평가하는 부모, 교사 SNS 염탐하며 사생활 토론하는 부모, 기관 밖에서 만나면 갑질하는 부모 등이 있다고 A씨가 주장했다.

A씨는 "모두 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참아볼 수 있겠는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내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 일을 그만뒀다"며 "정상 아동들에겐 너무 미안하나 나도 살아야겠고, 그 아이들도 결국은 그런 사회구성원으로 채워진 사회를 살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깨우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부를 전체로 매도하는 거 나쁜 거 아는데 다문화가정, 미성년자 출산, 이혼 가정, 노산, 자녀 과잉보호, 스마트기기 노출 등 소수이던 사회 문제가 이젠 너무 흔해지면서 당장 10년 전의 아동들과 비교해봐도 평균 수준이 심각하게 낮아졌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A씨는 "이 많은 문제를 책임질 사람은 없고 피해자만 가득한 게 현실이다. 나는 무릎 꿇은 패배자인 걸 인정한다. 여전히 현장에서 이런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히는 종사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입사부터 퇴사 직전까지 목에 맺혔던 한 마디가 있다"며 "그렇게 이기적일 거면 집에서 혼자 키워라"라고 일갈했다.

이 글을 본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공감하며 경험담을 전했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교사 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어린이집 휴대전화를 따로 두고 있는데, 학부모가 내 차에 붙은 번호 보고 연락해서 소름 돋았다"며 "주말에 놀러 갔다 온 SNS를 보고선 월요일에 힘들어서 아이들 볼 수 있겠냐는 컴플레인도 받았다"고 분노했다.

이 게시물에는 "해가 갈수록 아이들이 이상해진다는 거 진짜 공감된다", "모두 교사 탓만 해대니 정작 자기 아이 문제는 보지도 못하고 비정상으로 키우는 것", "뭐든지 다 해주는 부모에 사회경험 부족한 자녀가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기이한 현상", "10년 전만 해도 6세 아이에게 글자 가르치고 서로 편지 주고받으며 놀았던 것 같은데 지금 6세 아이들은 포크질하는 법 가르친다", "지능의 하향 평준화가 심각한 수준"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sby@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