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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에도 혼란 여전…환경정책 '퇴보' 비판도

소상공인, 지불한 라벨 비용 '환불' 요청 러시…일부는 '폐지' 요구
환경단체는 '尹정부 정책 추진 한계' 비판…"정치논리 따라 달라져선 안돼"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2022-05-25 06:00 송고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는 '일회용 컵 반환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간담회'가 열렸다. © 뉴스1 신민경 기자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는 '일회용 컵 반환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간담회'가 열렸다. © 뉴스1 신민경 기자

환경부가 6월1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반년 후로 미뤘지만, 비판 여론에 떠밀린 '미봉책'으로 현장의 혼란마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환경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보증금제 시행을 3주 앞두고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점주들이 보증금제에 필요한 라벨 비용과 인력 부담이 가중된다면서 반발이 거세지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6개월 시행 유예를 급하게 결정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 카페·베이커리·패스트푸드 등 3만8000여곳에서 시행 예정이었다. 해당 매장에서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자원순환보증금인 '300원'을 현금이나 계좌로 돌려 받는 제도다. 가맹점주가 보증금 반환을 확인하기 위해 라벨의 구입 및 부착, 반환된 컵 보관 등을 직접 떠안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제도 시행 3주를 앞두고 일부 소상공인들이 보이콧 결정까지 내리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환경부를 압박했고, 그 결과 뒤늦게 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12월1일까지 6개월여간의 시간을 벌은 듯 하지만, 정부가 늦은 유예 결정으로 행정력이 낭비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현장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점주들은 환경부의 시행유예 결정에 라벨 비용 '환불' 전쟁을 치르고 있다. 6월10일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미 가맹점주들에게 라벨 주문을 지시했고, 정부의 시행 유예 발표 직전까지 라벨 비용을 입금한 가맹점주들은 환불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는 환불 요청에 대한 게시글이 빗발치고 있다. 이 중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빠른 환불을 요구하는 문의글도 상당하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유예 결정이 아닌 '제도 폐지'까지 요구하는 실정이다. 현재의 법 규정대로라면 시행이 재개될 12월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고 이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과 지속적인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점주들의 부담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증금제 '개선'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공개 시연회에서 직원이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업계의 반발 등으로 6개월 유예가 결정됐다. (공동취재) 2022.5.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공개 시연회에서 직원이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업계의 반발 등으로 6개월 유예가 결정됐다. (공동취재) 2022.5.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일각에선 환경부의 급작스런 시행 유예 결정을 두고 비난 목소리를 높이는 있다. 환경단체들은 2년 전부터 예고됐던 보증금제도가 유예되자 새 정부의 환경정책 추진력이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권과 업계의 압박이 환경 정책을 퇴보시켰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폐기물 문제는 업체나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가 앞장서서 추진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순식간에 퇴보한 6개월 유예 정책에 분노한다"면서 "폐기물 처리는 국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일회용컵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재활용은 대부분 되지 않아 쓰레기로 처리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전 세계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거나 시행하는 시점에서 한국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우를 범했다"면서 "지금의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올바로 인식했다면 환경부는 2년 전 계획된 제도를 유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4월 카페·식당 매장 내 일회용품 규제 재시행을 앞두고도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사실상 '무기한 유예'한 바 있다. 당시에도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지속되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일회용컵 규제를 유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인수위 해당 분과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주면 좋겠다"고 환경 정책 시행을 앞두고 제동을 걸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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