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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불러도 안와"…심야 택시대란에 시민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택시 안잡혀 한 잔 더하거나, 따릉이 타고 집가는 시민들도
거리두기 완화로 회식·모임 증가…심야시간 이용객 늘어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22-05-23 07:00 송고 | 2022-05-23 09:21 최종수정
지난 4월 26일 저녁 서울 종각역 부근에서 택시들이 운행을 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 4월 26일 저녁 서울 종각역 부근에서 택시들이 운행을 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30번 배차 시도해서 안 되면 따릉이타고 집 가려구요."

김모씨(30·여)는 21일 밤 11시쯤 강남역 인근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송파구 잠실동 집에 가려고 택시를 불렀지만 실패했다. 김씨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 1시간가량 택시를 호출했지만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다'는 알람만 떴고, 카카오 블랙, 모범택시 등 여러 종류를 불러봤지만 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공유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귀가했다.

같은날 자정 서울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신논현역까지 이어진 800m 도로에는 시민 70여명이 택시를 잡기 위해 서성거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불렀지만, 곳곳에서는 배차에 실패했을 때 나오는 알람음만 울려퍼졌다. 

강남역에서 친구 2명과 택시를 기다리던 김모씨(29)도 "경기도 화성에 사는 친구가 택시를 잡으면, 집 가는 길에 내려달라고 할 참이었다"며 "셋이서 30분째 애플리케이션을 돌리고 있는데 도저히 잡힐 기미가 안보인다"고 말했다. 

기다림에 지친 일부 시민들은 "한 잔 더 하고 다시 택시를 잡으러 오겠다" "친구들과 숙박업소에서 자고 아침에 귀가하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 "여기보다는 아파트 쪽 인근이 택시를 잡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며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매일 밤 서울 주요 번화가에서는 난데없는 '귀가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모임이 늘어났고, 심야시간(오후 11시~새벽 2시)에 택시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박모씨(52)도 지난 16일 삼성역 인근에서 회식을 마친 후 집까지 1시간을 걸어갔다. 김씨는 "자정 무렵에 술자리가 끝나 택시를 잡으러 거리를 나오니, 죄다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며 "20분 동안 택시를 잡으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집까지 걸어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8)도 "재택근무가 해제되면서 매일매일 회식을 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크다"며 "이제는 회식자리에서 다들 택시를 먼저 부르고 잡히는 사람은 먼저 귀가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택시, 따릉이를 잡지 못한 경우 웃돈을 주고 '합승택시'를 이용하는 사례도 벌어졌다. 지난 20일 주말을 맞아 서울에 올라온 대학원생 정모씨(29)는 "택시를 잡기 위해 서울역 승강장에서 줄을 섰는데, 도저히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일부 택시기사들이 목적지가 강남, 여의도, 은평의 경우에 한 해 합승을 요구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랑 같이 택시를 타는 것이 무서웠고, 요금도 5000원 더 비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들은 지난달부터 손님이 늘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운전기사 김모씨(70)는 "전에는 (택시호출) 콜이 없어서 빈차를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며 "택시에서 손님을 내리기가 무섭게, 다음 손님이 탑승한다"고 즐거워했다.

다만 이들은 심야 택시대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년간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사적 모임 인원제한으로 인해 승객이 줄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심야운행을 하지 않는 기사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배달, 택배로 일자리를 옮긴 택시기사들도 많다고 한다.

택시기사 배모씨(65)는 "코로나19로 밤 시간대 손님이 줄어들면서, 택시기사 대부분은 밤 근무조에서 낮 근무조로 출근시간대를 옮겼다"며 "2년 동안 낮 시간에 출근하는 생활 패턴에 익숙해졌다. 이젠 체력적으로 취객을 상대하기도 힘들고, 눈도 침침해져 심야시간에는 출근을 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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