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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일단 중국식 방역 따라간다…한미 인도지원 수용 여부는 '불확실'

김정은 "공산당과 인민의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경험 배워야"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2022-05-14 11:59 송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당 중앙위 정치국은 최대비상방역체계의 가동실태를 점검하고 정치실무적대책들을 보강하기 위하여 5월1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협의회를 소집했다"라고 보도했다. 협의회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주재했다. 신문은 전날 하루에만 전국에서 17만4400여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하는 등 지난 4월 말부터 5월13일까지 누적 52만4400여 명의 유열자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 수는 27명이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북한은 자체 역량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중국식 방역 모델을 적용 의지도 밝혔다. '통제 중심'의 방역 기조를 강화하는 셈이다.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가 소집돼 전염병 전파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협의회를 주재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스텔스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불과 하루 만인 13일에만 17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급격하게 대유행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앞서 북한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발생했다며 코로나19 변이와 열병을 구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은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열병을 코로나19 변이라고 간주하는 모습이다.

김 총비서도 "세계적으로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5월13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유열자(발열자) 총 수는 52만4440여 명이며 그중 28만81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13일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17만4440여 명의 새로운 유열자가 발생했으며 21명이 사망해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27명에 달한다.

북한은 "현 상황이 통제 불능한 전파가 아니라 봉쇄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 상황"이라며 아직은 자체 역량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도·시·군들에서 자기 지역을 봉쇄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빠른 확산세의 원인으로 약물 과다복용 등 '과학적 치료방법'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며 과학적 치료 방법 도입을 강조했고, 비축된 예비 의약품을 보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백신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한 북한이 충분한 의약품을 확보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일단 궁여지책으로 중국식 방역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이날 "우리의 방역 부문이 다른 나라 선진국들의 방역 정책과 성역 성과와 경험들을 잘 연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당(공산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베이징에서 방호복을 입은 주민이 가방과 짐을 가져 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베이징에서 방호복을 입은 주민이 가방과 짐을 가져 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에 따라 북한이 앞으로 중국이 주요 도시에 '봉쇄령'을 내린 것처럼 국경을 봉쇄하는 등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에 백신과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 공산당이 지역별, 직장별, 아파트별로 매일 신규 확진자 수를 체크하고, 당원들을 통해 주민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처럼 북한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김정은이 중국의 방역 성과 경험을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으므로 북한 간부들은 중국의 확진자 관리 및 치료 방식을 배우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에 코로나19 치료제와 검사 장비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맞닿아 있는 우호적인 이웃 나라"라며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하면서 지원할 뜻을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은) 그동안 중국산 백신(시노백, 시노팜)의 효능에 의문을 표시해 왔지만 상황의 급박성을 고려해 중국산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특히 북한 주민들의 공포심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조기에 민심을 안정시키는 차원에서도 중국 측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과의 지원 수용 협의에 나서고 신속하게 외부 지원을 받으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 북한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인도적 지원을 당장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은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백신 등 의약품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바 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오는 21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의 방역 체계 현황을 한미에 드러내는 것에 우려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방역 문제를 '국가의 존망'과 연결시켜 온 북한의 입장에서는 열악한 환경을 한미에 노출하는 것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방인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외부세계에 관련 내용을 '적나라하게'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다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북한의 선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른바 '선진국'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됐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아직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지 못해 통제력에 대한 판단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선 중국의 지원을 통해 상황을 관리한 뒤 한미, 혹은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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