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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형량 3배 늘린 괘씸죄 판결 피고인 "1심 판사에게 책임 물을 것"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 판사 2회 고소했지만 '각하'
국선변호인 "법의 상식 확인하는 데 너무 긴 시간 소요"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2022-05-13 20:23 송고 | 2022-05-14 07:19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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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1법정 2선고', '판결 번복', '괘씸죄 판결'로 불린 사건이 항소심 이후 5년 만인 13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피고인 한모씨(57)는 <뉴스1> 취재진에 "징역 1년을 선고했다가 몇 분 만에 3배인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판결을 바꾸는 재판이 어디 있느냐"면서 "나는 당시 '엉터리 재판하지 말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1심 판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뒤 받으려다가 무고 혐의 등으로 기소돼 억울한 상태였는데, 검사가 구형한 징역 1년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억울해 한마디했더니 법정경위들이 나를 대기실로 데려갔다"면서 "그러자 판사가 다시 나를 부르더니 '피고인'이라고 지칭하지도 않고, 내 이름을 고압적으로 부르면서 '아까 뭐라고 했느냐'고 따진 뒤 징역 3년으로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억울하고 분해서 교도소에서 극단 선택도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수차례 1심 김모 판사 앞으로 '편지'를 보내 항의했으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등에 김 판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두 차례 고소했으나 번번이 각하됐다고 한다. 각하 사유는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였다.

한씨는 "대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파기환송해줬지만 공정을 무시한 1심 재판장은 여전히 판사로 근무 중이다"면서 "나처럼 억울한 사람이 또 나오지 않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 잊어가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갑자기 판결이 나서 울화병이 다시 도진다"고 토로했다.

파기환송심이 다시 의정부지법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한씨는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의정부지법 본원과 고양지원에서 그런 판결 선고를 받은 이후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됐다. 주소를 서울로 옮겼다. 서울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9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단독 김 판사는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가, 한씨가 "엉터리 재판"이라고 항의하자 주문을 번복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변론종결 후 판결선고 시점까지 법정모욕적 발언 등 잘못을 뉘우치는 정이 전혀 없었다"고 양형 이유를 판시했다.

2심인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성지호)는 2017년 2월14일 한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의 선고는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피고인에게 훈계까지 마친 후 피고인의 퇴정을 허가해 피고인이 법정 바깥으로 나가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착해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해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 재판장이 선고절차 종료 전에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변경해 선고했다고 해서 거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판결 이후 한씨는 2017년 8월 대법원의 구속취소결정으로 1년간의 구금생활을 마치고 석방됐다.

이후 5년이 지난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한씨에 대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1심 재판장은 징역 1년이 피고인의 죄책에 부합하는 적정한 형이라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피고인이 난동을 부린 것은 그 이후의 사정이다"며 "1심 재판장은 이미 주문으로 낭독한 형의 3배에 해당하는 징역 3년으로 선고형을 변경했는데 당시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형사 판결 선고의 종료시점이 언제인지, 그 과정에서 주문의 변경 선고가 가능한지에 관한 논란을 정리했다. 변경 선고가 가능한 한계를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향후 하급심 운영의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국선변호를 맡은 추헌영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법원의 노력은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당사자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상고심 판결에 5년이나 걸린 것은 유감이다"고 밝혔다.

추 변호사는 "법은 상식이다. 상식을 확인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만약 그 기간에 피고인이 코로나19 등 건강상 문제가 생기기라도 했더라면 그 억울함을 어떻게 풀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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