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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이 전한 의료 실상 "북한 병원엔 약 없다…장마당 의존"

수십년간 '의약품 부족' 지속…"장마당 막히면 살길 막막"
"콜드체인 구축·모니터링 어려워"…백신 지원도 쉽지 않을 것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송상현 기자 | 2022-05-14 11:53 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하던 북한이 지난 12일 확진자가 나왔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전날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조선중앙TV 갈무리) 2022.5.13/뉴스1

"북한에선 병원에 가더라도 의약품이 없다는 사실을 다들 알아요. 웬만큼 아프지 않고선 병원을 찾지 않죠." 

탈북민 최복화씨(49·여)는 북한의 의료 체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씨는 "자가 진단을 한 뒤 시장에 가서 약을 구매하는 것이 (북한의) 일반적인 의료 시스템"이라며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북한 병원은 여전히 항생제나 해열제, 아스피린과 같은 수준의 기초 의약품만 구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십 년간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의약품 부족 사태부터 진단과 치료, 격리에 이르는 모든 의료 체계의 부실이 방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북한 의료 체계로 국제 수준의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운영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탈북민들은 북한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물리적 통제는 가능하지만 진단과 치료를 통한 의료 방역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민이자 북한 인권 단체 겨레통일연대 대표 장세율씨는 "통제력이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이동 통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의료시설과 의약품이 부족해서 병원에 가지 않고 자체 치료하는 비율이 높아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의약품 부족 문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과 경제난으로부터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교적 상급 의료 체계를 갖춘 평양 지역을 제외한 지역 주민들은 병원보다는 장마당에서 중국을 통해 들여온 약을 직접 구입하거나 한방 의학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해진다.

장씨는 "최근 청진, 함흥, 평양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의약품이 과거 고난의 행군 당시처럼 부족하지는 않다"면서도 "농촌에선 여전히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행정 구역별 도·시·군 단위로 상급 병원과 마을별로 우리의 동네병원 개념인 진료소가 있다. 산부인과나 심장병원, 치과와 같은 전문병원은 평양에 밀집해있다. 상급 병원을 제외한 대다수 의료기관에서는 진료를 받더라도 소염제나 해열제 또는 포도당 링거 위주의 기초적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북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2022.5.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북한은 최근 코로나19 변이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을 공식화하며 전국의 모든 도·시·군 단위 지역을 봉쇄하고 사업·생산·거주 단위별 봉쇄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북한 경제 활동의 주축인 장마당에서 방역물품이나 약품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장씨는 "최근 북한(대도시)에선 휴대전화 사용이 늘고 있어서 과거처럼 꼭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하지는 않고, 의약품 판매자에게 미리 전화로 연락을 한 뒤 집 주소로 직접 찾아가 물건을 사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동네마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민 한지연씨(30·여)는 지난 2년여간 북한 국경 및 전국 이동 봉쇄 장기화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한씨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 애도 기간이라고 해서 열흘 넘게 장마당을 포함한 모든 상업 활동을 중단한 때가 있었다"며 "당시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어 김치만 먹으며 너무나 힘들게 버텼다"고 떠올렸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2년여간 국경을 걸어 잠그고 코로나19 봉쇄에 돌입했다. 그러나 중국과는 물자 교역을 지속했던 점과 지난달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한 대규모 열병식 등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씨는 "방호복이나 병원 설비는 중국 또는 국제기구 차원에서 지원받지 않으면 북한 자체 생산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아직 백신이 북한에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시가 내려오면 주민 모두 다 접종하므로 접종률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국가방역체계를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정부는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의 필수 원칙인 현지 모니터링 요원 파견을 포함해, 국경 폐쇄 상태인 북한과 풀어야 할 난제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지 모니터링 요원 파견은 인도주의적 지원의 기본적인 절차인데 그동안 모니터링 요원을 허용하지 않아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백신의 경우 냉장시설도 함께 들어가야 해서 공급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은 전염력이 빠르고,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북한 주민에게 중등도가 치명적일 수 있다"며 "주민 대다수가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영양 결핍 상태에 있는 데다 식료품과 의약품 지원 없는 격리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확대됐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35만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발생해 16만2200명이 완치됐으며, 현재까지 18만7800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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