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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테라 사태]⑤개발자 권도형, '고래'에서 '죽음의 소용돌이'로

테라 생태계 확장 위해 비트코인 매집…세계 7위 비트코인 고래
흔들리는 UST·루나…비즈니스 인사이더 "죽음의 소용돌이"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2-05-12 16:34 송고 | 2022-05-12 17:14 최종수정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1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와 이와 연동된 루나(Luna)가 고전을 면하지 못하자, 세계 암호화폐 업계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모아졌다. UST와 루나의 창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다.

1991년생으로 이제 30대 초입에 들어선 그는 일주일 전만 해도 '세계 7위의 비트코인 고래'로 일약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죽음의 소용돌이'의 시작점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개발자 출신 창업자인 그가 암호화폐 세계를 흔들 수 있는 고래가 되기까지, 그리고 죽음의 소용돌이 핵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봤다.

◇담보물 없이 알고리즘으로 가치 유지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설계

권 최고경영자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와이파이 공유 서비스 '애니파이'를 창업했다.

이후 소셜커머스 '티몬'을 만든 신현성 티몬 의장과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 '테라폼랩스'다. 이 둘은 '스테이블 코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 변동이 없도록 설계됐다. 변동 폭이 극심한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가치 유지가 목적인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 기반의 탈중앙화금융(DeFi)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테라는 스테이블 코인 중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달러, 유로, 채권 등의 담보물 없이 암호화폐 거래 및 공급 조절 등의 알고리즘으로 UST의 가치를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이 아이디어는 2019년 출시부터 시장의 우려와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 독특한 실험에 나선 테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으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탈중앙화금융 서비스 시장 발달과 맞물리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UST는 한때 시가총액 180억2322만달러(23조원)에 이르기도 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UST의 성장과 함께 암호화폐 업계에서 권도형 CEO의 존재감도 커졌다.

테라 생태계를 지원하는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가 6일(현지시간) 3만7863BTC를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뉴스1

◇미국 SEC와 맞붙는 '암호화폐 고래' 권도형

2021년 9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테라폼랩스의 미러 프로토콜이라는 서비스와 관련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미러 프로토콜은 주식이나 암호화폐 가격을 추종하는데, SEC는 이를 일종의 미등록 증권으로 해석한 것이다. 권 최고경영자 측은 이 소환장이 적법하게 발부되지 않았다며 SEC를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 소송전뿐 아니라 UST 가치 유지를 위해 모아진 어마어마한 양의 비트코인 또한 그의 존재감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UST는 기본적으로는 루나와의 연동 메커니즘(체계)에 의해 가치가 유지되지만,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에서 소위 '대장주'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의 안정성을 빌려야 했다.

권 최고경영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테라 스테이블코인의 목표는 가장 큰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되는 것"이라며 "이 목표를 위해선 UST가 테라 블록체인상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더리움, 아발란체, 폴리곤 등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도 확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플랫폼으로 진출하려면 루나만 가지고 UST의 가치 안정성을 증명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담보로 가지고 있으면 가치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략하에서 테라폼랩스는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매입,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된다.

지난 8일 UST의 가격이 원래 유지해야 하는 1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테라폼랩스는 가치 안정화를 위해 보유한 비트코인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세계 7번째 '고래'의 비트코인 투입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4월4일부터 5월12일까지의 루나(Luna)의 달러 가격 및 거래량 추이 (코인마켓캡 갈무리)2022.05.12 / 뉴스1

◇8일부터 시작된 루나 사태, 권 CEO는 고군분투…외신 반응은 '죽음의 소용돌이'


8일 UST의 가치 유지 실패로 촉발한 루나와 UST의 동반 폭락으로 권 최고경영자의 행보는 바빠졌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UST 가격이 1달러 아래 있으면 UST 구매에 자금을 투입하고, 반대로 UST 가격이 1달러보다 높으면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식"이라며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 유동성을 공급해 UST 가치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UST는 안정화되지 않았다.

이어 11일 권 최고경영자는 루나 발행 가능량을 늘리는 등의 대응책을 내놓았다.

테라가 현 사태를 끝내려면 UST 공급량을 현저히 줄임으로써 UST 가격을 1달러로 다시 끌어올려 안정화시켜야 한다. 현재는 UST를 소각하면서 루나를 발행하는 구조이므로, 루나의 하루 발행 가능 물량을 늘릴 경우 그만큼 UST를 더욱 빨리 소각할 수 있어 가치 유지가 쉬워진다.

권 CEO는 해당 제안 외에도 UST 공급량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UST와 루나 보유자들에게는 비용적 부담이 있겠지만, 외부 자본을 더 많이 유입시키는 등 UST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UST 불안정과 루나 폭락에 대한 외신의 반응은 싸늘하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현상을 피하지 못하며 테라가 폭락하고 루나도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당초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성공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며 권도형 CEO가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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