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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백내장 수술 빨리 하시게…보험금 받기 어려워지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2-05-09 06:30 송고 | 2022-05-09 09:26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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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9일 서울 강남의 한 안과.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한쪽 눈에 보호대를 한 채로 대기실에 앉아 있다. 그는 백내장 수술을 받은 직후였다. 대전에 산다는 이 남성은 지인 추천으로 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남성은 "백내장 수술은 간단한 수술"이라며 "한쪽 눈 수술에 20분씩, 총 40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수술비용은 간단하지 않은 듯했다. 약 1000만원이었다. 기자가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하자 이 남성은 "실손보험을 든 것 있느냐"고 물었다.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백내장 수술 빨리 하시게. 앞으로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니, 시간 지나면 보험금을 받기 어려줘지네."

가입자가 정당하게 받는 보험금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질병에 걸리거나 다쳐 병원에 입원할 경우 가입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실손보험의 취지를 반박하려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점이다. 백내장과 도수치료 등의 '과잉의료'가 우려되고 있지만 실제 부담 의료비(실제 손실 비용)를 보험사가 보험금 명목으로 내준다는 인식이 이미 확산했다는 것이다.
병원이 '간단한' 수술의 비용으로 '1000만원'을 청구해도, 그 금액이 과하다고 해도 피보험자들은 보험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무리하게 요구하면 결국 누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현재 보험업계 최대 이슈는 보험사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비까지 지급해 손해가 발생하는 실손 누수이다.

예를 들어 백내장 관련 검사비가 지난 2020년 9월부터 급여화하자 일부 안과 병원들이 비급여 항목비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보험 누수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비급여 항목인 시력개선용 다초점렌즈비를 91만원에서 478만원까지 급격하게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실손누수의 주범인 '과잉의료'로 손해율이 악화하고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는 2조8600억원 수준으로, 전년 적자 2조5000억원보다 36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적자 규모가 늘어나자 매년 10% 이상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보험료를 15% 내외로 인상했지만 경과 손해율은 113.1%으로 전년보다 1.3%포인트(p) 올라갔다. 실손 누수에 따른 보험료 인상의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개정을 예고하며 보험금 누수 방지에 나섰다. 의료 진료비용이 공시된 가격보다 현저히 높아 보험사기 행위로 의심된다면 앞으로 금융당국이 조사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응만으로 실손 누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손누수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과잉의료를 자제하려는 의료계의 자정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는 소비지의 인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 줄줄 새는 보험금,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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