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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작가 "캐릭터 서사 부족 비판? 공감하는 부분도 있어" [N인터뷰]①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2-05-13 08:00 송고 | 2022-05-13 09:53 최종수정
티빙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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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극본 연상호 류용재, 연출 장건재)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다. 미스터리한 귀불이 깨어나 재앙에 휘말린 사람들의 혼돈과 공포, 기이한 저주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잇는 '괴이'는 귀불에 현혹된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으며, 마음속 어둠을 오롯이 마주해야만 하는 '용기'에 대해 곱씹게 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덕분에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공개 첫 주 유료가입기여자수와 시청 UV 역대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호평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괴이'는 각 캐릭터들의 설정값에 비해 이들이 가진 서사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집필을 맡은 연상호의 자가 복제, '연니버스' 클리셰 답습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호평과 혹평이 공존하는 '괴이'를 집필한 두 작가 연상호, 류용재와 최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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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괴이'가 공개됐다. 연 작가는 연출자로서 작품을 어떻게 봤나.

▶(연상호) 나는 연출을 하니까 현장에서 연출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 다른 분이 할 때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편집본도 마지막 완성 단계에서 본다. 그래서 극본을 썼어도 연출한 걸 보면 낯설더라. 내가 쓴 작품이라는 생각 못하고 봤다. '괴이'도 장건재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개성이 있더라. 개인적으로 내가 연출한 걸 보는 게 재밌진 않은데, 다른 감독님이 연출한 걸 보면 신선하고, 이 분은 이렇게 해석하는구나를 느껴서 그런 재미가 쏠쏠하다.
-'괴이'에서 두 작가가 합작을 했는데, 집필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

▶(연상호) 류 작가와는 '반도'를 함께 작업했고, '괴이'가 두 번째다. 사실 '괴이'는 내가 이전에 30페이지로 짧게 쓴 이야기가 있어서 거기에 덧대는 작업을 함께 했다.

▶(류용재) 연 감독님은 작가로서 비저너리 한 분이다. 작업할 때 지향점이 명확해서 길을 잘 갈 수 있게끔 해주신다. 그런 방식으로 작업했다. 아이디어를 찾는 게 힘들 뿐이지 감독님과의 작업은 시원시원하고 빨리 진행되는 편이다. 즐겁게 했다.

-극 중 저주의 형태를 '좀비'와 흡사한 형태로 표현한 이유와, 그 매개체가 왜 '눈'인지 궁금하다.

▶(연상호) 기획을 할 때는 한 회의 부제가 '좀비'였고, 대본에는 직접 '걔네 좀비니까 죽여야 해'라는 용주의 대사도 있었다. 사실 (시청자들이) 좀비물을 많이 봐서 좀비가 됐는데도 안 죽이면 답답해하지 않나. 감독님께서는 아무래도 좀비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우셨던 듯하다. 그래서 영상화되면서 관련 내용이 줄었고, 귀불을 벗어나면 나을 수 있는 것으로 했다. 매개체가 눈인 이유는 귀불이 사람의 형상이지 않나. 실제 눈은 아니지만 눈의 형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상념에 사로잡힌다고 기획했다.

▶(류용재) 결국 기훈과 수진이 저주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을 때, 원래는 (귀불을) 불에 태울까 했었다. 그러다 눈을 막고 주문을 쓰면 오컬트적으로 그 저주를 깨는 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눈'을 매개체로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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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를 집필하며 가장 주의했던 부분이 있다면.

▶(류용재) 외부에서 벌어지는 현상도 중요하지만, 각 인물들이 가진 상처들에 애착이 있어서 그것들을 언제, 어떤 식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연상호) 환각이라는 요소가 중요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지금 겪는 타임라인 안에 있는 일들이 현실인가 환각인가 그런 것들에 중점을 두면서 썼다. 기존 좀비물, 오컬트물과 큰 차이라고 한다면 '환각' 같은 요소인 것 같다. 극에서 기훈이 수진과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진짜 수진이 아니라 '기훈이 보고 있는 수진'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서운 모습을 진짜처럼 본 거다. 수진이 봤던 택배기사도 진짜인지 환각인지 왔다 갔다 한다. 그런 것에 차별점을 두고 쓴 것 같다.

-대본을 쓸 때와 달리 영상으로 풀어나가기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나.

▶(연상호) 감독님한테 죄송한데 극본을 쓸 때는 마음대로 써도 되니까 환각 부분에 사람이 풍선처럼 부풀고 하는 CG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그런데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효과를 다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감독님이 예산 내에서 풀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겠다 싶더라.

-2화 부제를 팬데믹이라 지은 건 코로나19 상황에 빗대서 정부, 국가기관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하려고 했던 것인지. 진양군에서 국소적으로 벌어진 상황이었는데 '팬데믹'이라고 해서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연상호) 코로나19 상황과는 상관없었다. 이걸 처음 작업한 게 코로나19 이전이다. 2017년에 이 이야기를 쓴 거라 전혀 상관이 없다. 팬데믹은 좀비 상황과 연결해 지은 제목이다.
티빙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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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품에 나오는 좀비들과 귀불과 눈을 마주한 뒤 지옥도를 보는 진양군민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성을 잃고 타인을 죽이려는 행동은 비슷한 설정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연상호) 가장 큰 차이점은 진양군민은 귀불에서 멀어지면 낫는다는 것이다. 보통의 좀비들은 한 번 감염되면 돌아오기 쉽지 않은 게 기본값이지 않나. 물리는 순간 끝났다는 느낌이 있는데, 진양군 사람들을 멀리 떠나면 다시 정상이 된다. 내부 갈등의 큰 요소도 그것 같다. (귀불과 눈이 마주쳐도) 일단 두면 괜찮아지는데 주변에서 좀비라고 생각하는 게 큰 차이다.

▶(류용재) 좀비들은 타인을 감염시키는 걸 목적으로 움직인다면, 귀불을 본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지옥도를 보고 자기 자신을 그런 대상으로 생각해 목숨을 끊으려고도 한다. 각자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회에서 목이 발견되면서 귀불의 이야기가 연장될 것 같은데 또 다른 불상이 등장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소재가 나올 수 있을지.

▶(연상호) 우리가 대본을 썼을 때는 엔딩 부분이 없었다. 감독님과 제작사가 상의를 해서 만든 장면이고, 나도 이야기는 들었다. 그와 별개로 사실은 괴이라고 하는 건 또 나올 수 있는 아야기다. '괴이'의 두 번째 이야기 나온다면 괴이라고 하는 설정은 좋으나 우리가 했던 페이크한 방식을 수정을 할 필요는 있겠다 싶다. 정교한 퍼즐 형태의 오컬트가 돼야지. 기훈과 수진이 멀더와 스컬리 같은 콤비가 돼 이야기가 더 나올 수도 있고. 기훈과 수진의 이야기나 '괴이'라고 하는 시리즈의 힘을 살리는 게 관객들이 원하는 방향인 듯하다.

▶(류용재) 귀불이라는 설정 자체가 발휘하는 영향력 때문에 지금의 구조가 됐지만, 다른 시리즈로 나온다면 콤비가 오컬트적인 사건을 조사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번 하면 재밌는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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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로 보이는 부분에 선글라스를 낀 기훈과 수진이 매력적이었다. 시즌 2에 대한 의지가 매우 확고한 장면으로 보였는데. 사실 '괴이'는 예상과 달리 고고학자와 문양 해석가가 시너지를 내는 포인트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을 후속작에 설계해놓은 게 있나.

▶(연상호) 농담 삼아 고문서에만 있는 옛날 민요를 부르면 요괴가 깨어나는 장면이 '괴이' 마지막에 있어도 좋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기훈과 수진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만한 캐릭터라고 본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아쉬웠던 부분에 '괴이'에 대한 기대 포인트를 더해서 대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류용재) 지금의 '괴이'는 사람들이 그간 겪은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를 극복한 사람이 다른 톤과 분위기로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걸 보여주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연 작가의 전작 '지옥'도 그렇고, 이번 '괴이'도 분량이 짧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엔딩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 짧은 분량에 함축적 이야기를 담아 다음 화에 대한 궁금증을 만드는 게 노림수였나.

▶(연상호) '지옥'은 크게 두 부로 나눌 수 있다.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뉜 느낌이라면 '괴이'는 완전한 하나의 이야기여서 형태가 다르다는 생각이다. (짧은 분량에) 특별한 이유가 있진 않다. 그간 드라마 시리즈 작업을 해왔을 때 퍼즐을 맞추는 형태로 이야기를 썼다면 '괴이'는 빠른 호흡을 가졌다. 한 편의 영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시리즈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챌린지 같은 게 있었다.

-'괴이' 속 캐릭터 서사가 부족했다는 평이 많았는데, 이러한 감상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상호)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괴이'가 다른 시리즈에 비해 퍼즐형 구성이 아니고 짧은 시간에 타이트하게 진행된 것이 (시청자에게) 낯설게 느껴진 게 아닌가 한다.

▶(류용재) 캐릭터 서사는 우리가 이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상 인물들의 내면으로 가야 드러나게 된다. 그러한 평들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또 그만큼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보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한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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