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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②"아동기본법 제정 통해 사회적 인식 바꿔야"

"보호대상 아닌 아동도 한 명의 권리 주체로 인정해야"
"현행법 학대 책임·관리 소재 불분명"…국회 입법 논의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노선웅 기자 | 2022-05-05 10: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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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1923년 5월 '제1회 어린이날 기념 선전문'에 담긴 첫 번째 요청사항이다. 아동을 한 명의 주체로 보고 존중해달라는 조선소년운동협회의 어린이날 선언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 아동 권리 요구안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인 올해도 여전히 한국의 아동 보호 법률은 아동을 보호와 훈육의 대상으로 단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와 시민단체가 최근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인 '아동기본법'은 기존 아동복지법의 한계를 넘어설 대안으로 꼽힌다.

5일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아동기본법은 아동을 권리 주체자로 명시하는 상징성과 메시지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가 소속한 사단법인 두루는 장애인·아동·청소년을 포함해 공익 인권 활동을 진행하는 비영리 단체다. 지난해 1월 가정 내 자녀 체벌을 용인한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63년 만에 삭제하는 입법 활동을 앞장서 진행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국내에는 학생인권 조례 외에 아동 인권을 명시한 법이 없다"며 "아동기본법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까지 모두 포함해 그들이 인권의 주체라는 점을 규정할 수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이 사건 대법원 3부 선고일인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8일 오전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35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2.4.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정인이 사건 대법원 3부 선고일인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8일 오전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35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2.4.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현재 아동 학대나 복지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인 법률은 아동복지법이다. 1961년 제정·공포된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처벌 위주 대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여러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해당 법은 아동복지 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명시한 '권리의 주체자'로서 아동 권리를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처벌에 치우치다 보니 관리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지원 연계 체계를 구축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아동이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었음에도 아동복지기관의 개입에 강제성이 없단 이유로 학대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건이나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법무부·행정안전부·경찰청 등 아동과 어린이 연령에 따라 주무 부서가 달라져 생기는 관리 소홀 문제가 현행법상 허점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아동기본법이 기존 아동복지법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1년 한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이자 향후 법 집행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모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단지 협약으로 존재할 뿐이었지만, 아동기본법이 제정되면 아동복지법 상위법으로서 여러 아동권리 법률들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며 "아동을 결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놓고 생존·보호·발달· 참여권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행법에는 중앙 정부나 지자체가 (아동 권리 보호) 책임을 진다는 표현이 없다"며 "아동기본법이 제정된다면 지방자치단체 또는 중앙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아동기본법은 1989년 제정된 영국 아동법(The Children Act)과도 주로 비교된다. 영국 아동법은 지방정부와, 이곳에 소속된 사회복지사들의 역할과 책임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법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한국과 같이 엄격하고 보수적인 영국의 양육 문화에서 수많은 아동 학대와 사망 사건을 경험하며 사회가 함께 세워온 아동 보호 시스템이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 옹호팀장(굿네이버스 제공)© 뉴스1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 옹호팀장(굿네이버스 제공)© 뉴스1

국내에서도 정치권과 학계·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동기본법 제정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달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아동기본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며 올해 하반기 정부 법안 발의도 준비 중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월 아동정책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아동기본법을 제정해 아동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황 조사 및 연구를 포함해 사회 합의 도출까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아동기본법은 언급되지 않았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 옹호팀장은 "아동을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동기본법을 통해 아동이 보호가 필요한 존재임과 동시에 권리의 주체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 역시 "아동기본법이 단순히 선언적 법으로 남지 않기 위해 구제 절차가 함께 반영돼야 한다"며 "단순히 아동에게 권리가 있다고 규정을 나열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아동 인권이 침해됐을 때 구체적인 구제 절차와 방안이 포함돼야 법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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