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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특수렌즈 끼고도 3억 잃은 도박꾼…'탄카드' 절대 못 이겨

선수·나라시·꽁지·재떨이 등 역할 분담 사기단
법원 "조직적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거액 편취"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2022-05-05 06:00 송고 | 2022-08-17 15:41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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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인에게 아주 솔깃한 제안을 하나 받았다. 도박판에 참여하면 카드 패를 볼 수 있는 특수제작 콘택트렌즈를 제공하겠다는 것.

A씨는 쉽게 돈을 벌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제안을 수락했다.

첫 도박은 2020년 11월17일 충북 진천군의 한 펜션에서 이뤄졌다. 도박에는 5~6명의 일당이 참가했다.

A씨는 특수제작 렌즈를 믿고 거액의 판돈을 걸었다. 상대 패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만큼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돈을 따기란 쉽지 않았다. 첫날에만 1억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

다음 날과 그 다음 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도박판이 벌어졌고 A씨는 4일 만에 3억2500만원이라는 거액을 잃었다.

열흘 뒤에는 진천군 한 찜질방으로 도박판을 옮겼다.

A씨는 이날도 역시나 돈을 잃고 있었다. 한창 도박이 이뤄지고 있는 중에 A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신이 사기도박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일당은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가 도박판에서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사기도박 일당은 속칭 '탄카드'를 이용했다. 탄카드는 카드 배열 순서를 미리 조작해 상대가 돈을 잃게 만드는 사기 수법이다.

피해자가 상대의 패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해도 패를 돌리기 전 이미 승패는 결정돼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A씨를 제외하고 도박판에 참여한 일당은 모두가 한패였다. 범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각자의 역할도 주어졌다.

B씨 등 5명은 직접 도박에 참여하는 속칭 '선수' 역할을 했다. 나머지는 피해자를 차량으로 태워주는 '나라시', 잔심부름을 하다가 탄카드를 만들어 몰래 교부하는 '재떨이',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꽁지' 등 전문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속여 온 일당은 내부자의 밀고에 덜미를 잡혔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은 사기와 사기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 등 7명에게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1년6월 실형에서 집행유예까지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자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도박사기 범행을 반복함으로써 거액을 편취했다"며 "피해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노력도 부족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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