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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교도소 대신 가 주면 5억"…사기 전과 12범의 유혹

피해자 131명·피해액 187억원 규모 '외제차 수출 사기'
주범 2명 징역 18년·공범 징역 7년…주범들 불복 상고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22-05-01 07:00 송고 | 2022-08-17 15:42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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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만 열두 차례에 달하며 수차례 실형을 산 맹모씨(49).

맹씨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마지막 사기죄로 출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인 2020년 5월 또 다른 사기 범행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외제차 수출 사기였다.

외제차를 할부로 구입한 뒤 위탁해 주면 해당 차량을 해외에 수출해 그 수익으로 할부금 대납 뿐 아니라 한 대당 2000만원의 배당금을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뒤 실제로는 해당 차량을 값싼 대포차로 판매해 뒷돈을 챙길 심산이었다.

맹씨는 먼저 사기단을 꾸렸다. 대표적인 인물이 맹씨의 지인인 우모씨(50)와 함모씨(25)다.

사기 전과 6범인 우씨는 장장 11년4개월 간 복역한 뒤 출소했음에도 불과 1년 만에 맹씨와 손을 잡고 외제차 수출 사기범행에 깊숙이 뛰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사기 전과 4범인 함씨 역시 출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 사건 범행에 가담했다.

함씨의 경우 처음에는 전체 범행 내용을 모르고 맹씨의 지시에 따라 2020년 6월 하순부터 피해자들로부터 중고차를 인수받아 성명불상자에게 인도하는 일을 했다. 성명불상자가 대포차 유통업자라는 걸 알게 된 건 다음달 초순이었다.

이 때 일이 어그러질 것을 우려한 맹씨는 함씨에게 일당 최고 100만원과 향후 수사를 받게 되면 주범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대신 5억원 상당을 주겠다고 함씨를 꼬드겼고, 맹씨의 꼬임에 넘어간 함씨는 이후 적극 조력에 나섰다.

지난해 8월10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 외제차 수출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을 향해 경찰 수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2021.8.10/뉴스1 © 뉴스1 DB
지난해 8월10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 외제차 수출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을 향해 경찰 수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2021.8.10/뉴스1 © 뉴스1 DB

세 사람은 철저히 역할을 분담했다.

우씨는 2020년 7월 제주시의 한 수산업체에서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피해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고, 맹씨는 중고차 수출업체 대표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마치 정상적으로 수출이 이뤄지는 것처럼 안심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함씨는 맹씨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이 구매한 차량을 대포차 유통업자에게 넘긴 뒤 수익금을 맹씨, 우씨 등에게 송금해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게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세 사람에게 당한 피해자만 131명, 피해액은 187억4500만원에 달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가명을 쓰고 전국으로 도주행각을 벌였던 세 사람은 지난해 3월 끝내 덜미를 잡혀 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6월부터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주범인 맹씨와 우씨는 범행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담 정도와 범죄 수익 등을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피해자는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고 "사기 당한 차를 결국 못 찾고 고가의 보험금과 자동차세를 내다 파산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이 사건은 정신적 살인사건"이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었다.

그 해 10월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당시 김연경 부장판사)은 주범인 맹씨와 우씨에게 징역 18년, 공범인 함씨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세 사람은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과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은 계속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강력히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맹씨와 우씨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 현재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이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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