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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 출범 5년…공존하는 '기회와 위기'

2017년 5월 파운드리 사업부 신설…오는 12일 출범 5년 맞아
파운드리 호황 '기회' 경쟁사 추격·선단공정 수율 복병 '위기'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2022-05-01 06:14 송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뉴스1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뉴스1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내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출범 5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과 비례하는 고객사 수 증가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다. 그러나 TSMC, 인텔 등 경쟁사들의 천문학적인 투자와 기술 추격, 선단공정 개발 난도는 명백한 위험 요인이다.

◇"고객사 3배 늘고, 첨단공정 점유율 40%"…삼성 파운드리 5년 성과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오는 12일 출범 5년을 맞는다.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파운드리팀을 떼어내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다. 지난 2005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뒤 12년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2017년 사업부 출범 당시 30곳 정도에 불과했던 고객사 수는 지난해말 기준 100곳 이상으로 3배 넘게 늘었다. 2026년까지는 300곳 이상의 고객사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다. 지난달말 1분기 실적발표에서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향후 5개년 수주 잔액이 전년도 매출의 8배 규모”라며 고객사 확대에 따른 수주 잔액 증가세를 강조했다.

1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첨단공정 시장에서 점유율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도 주요 성과다. 현재 5나노미터 이하 첨단공정 양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회사는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2022.4.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div style=" align="absmiddle" border="0" />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2022.4.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올해에도 파운드리 사업부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파운드리 공급난이 올해에도 계속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 확대가 담보됐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증가한 1287억8400만달러(약 161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파운드리가 취급하는 부품이 아주 다양해졌고, 자동차를 비롯해서 드론 등 모빌리티에 들어가는 전장 부품 종류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시장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나노 이하 양산을 할 수 있는 업체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보니 (삼성전자가) 2위 자리를 지키기만 해도 수주 물량은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5년차에 찾아온 '위기론'…삼성 "3나노 미세공정에 승부수" 

그러나 위험 요소도 만만치 않다. 최근 파운드리 수율 문제가 불거진 데다, TSMC의 투자 규모 확대,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입 등으로 점유율 확대가 녹록하지 않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삼성전자 위기론’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경쟁사 대만 TSMC는 올해 미국, 유럽, 일본 등에 47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에 나선다.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에 올해만 30조원 넘는 돈을 쏟아붓는다. 지난 2월엔 이스라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 달러(약 6조 5000억원)에 인수하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 의지도 밝혔다. TSMC는 대만 정부, 인텔은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있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등을 적기에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총수의 장기간 부재 속에서 메모리 사업부와 독립된 구조가 아니다 보니 시설투자 금액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설비투자 규모는 12조~16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칠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시장에 새로 진입한 인텔보다도 적다.

파운드리 시장 전망, 트렌드포스. © 뉴스1
파운드리 시장 전망, 트렌드포스. © 뉴스1

이같은 설비투자 규모의 차이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보다 3%p 오른 56%에 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18%에서 16%로 2%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우선 3나노 초미세공정 선점에 승부수를 걸었다. 반도체 업계를 주도해온 기존 핀펫(FinFET) 기술과 다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앞세워 내년 상반기 GAA 기술을 도입한 3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2025년엔 2나노 공정에 진입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3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는 TSMC보다 생산 시점이 조금 앞선다.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개발 가속화를 위해 신규 R&D 라인 확보를 준비 중”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전략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가 도입한 GAA 기술은 전력효율, 성능, 설계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공정 미세화를 지속하는 데 필수적이다. 기존 핀펫 구조보다 기술적으로 고난도지만 전력효율은 더욱 뛰어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 확장에 따른 시행착오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업력에 비해 빠르게 성장해온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고급 인력 육성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SMC 단기간 추격 쉽지 않아…압도적 투자 필요 시점" 

파운드리업계 압도적 1위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선 압도적 규모의 투자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등 ‘한방’이 필요하다. 1987년 설립된 TSMC는 40년 넘는 업력과 폭넓은 고객사 풀을 갖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파운드리 인력은 TSMC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부족한 인력이 문제라면 다소 마진을 희생하더라도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족한 자원으로 앞서 있는 경쟁사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안진호 교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순수 파운드리가 아니라는 점이 본질적인 불리함으로 오랫동안 지적돼 왔는데, 분사가 실현된다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 액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we122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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