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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한국보다 가난해질까?…루블화보다 추락 '엔화'

日 작년 무역수지 최악…42년만에 경상수지 적자 전망도
제로 금리에 물가 상승 악재…한국도 반면교사 삼아야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2022-04-29 05:30 송고 | 2022-04-29 08:22 최종수정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 하락보다 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28일 오후에는 달러/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이 1.26% 올라 130.04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130엔이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하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130엔 돌파는 20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엔화 가치 하락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1달러 135엔이 되면 일본은 한국·이탈리아보다도 가난한 나라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한국이나 이탈리아가 아닌,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일본의 원로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 교수의 말이다.

IMF 통계치를 활용한 노구치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1달러에 엔화 가치가 124엔에서는 1인당 GDP가 3만 6664달러이지만 135엔까지 떨어질 경우 3만 4073달러까지 떨어진다. 이 경우 1인당 GDP가 우리나라에 비해서 100달러가량 뒤지게 된다.

현재 1달러에 대한 엔화의 가치가 128엔에서 130엔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 만큼 역전의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노구치 교수는 이 기점을 "중대 국면"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일본은 전임 아베 신조 총리 시절부터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경제를 다시 활성화한다는 게 제 1의 목표였다. 따라서 엔저는 아베노믹스의 상징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원하던 엔저가 현실화되고 있는데도 지금은 무엇이 문제라는 말일까. 엔저를 통한 경제 회복의 근간에는 수출 증가라는 전체 조건이 깔려있었다. 실제로 엔저를 통한 수출 기업의 이익 증대는 현실이 되기도 했다.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2018년 -1조 6090억엔이었던 일본의 무역수지는 2020년 1조 160억엔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무려 -5조 3748억엔으로 크게 뒷걸음질 쳤다.

수출이 생각보다 크게 늘지 않았고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3월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했으나 현재 추세대로라면 42년 만에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 때문에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마저 지난 18일에는 "지금의 엔저가 바람직하고 좋은 엔저라고 말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는 '금리'라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해외 곳곳에 투자됐던 달러들이 빠져나가고 있는데도 일본은 금리를 선뜻 인상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대규모 재정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자칫 금리를 올릴 경우 재정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경기 회복도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가 올 경우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데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여기에 제로 금리마저 유지하면서 일본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전기와 가스 등 필수재 요금이 최소 20% 이상 오르는데 일본의 임금인상률은 20년 넘게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노구치 교수는 "엔화 약세가 급격히 진행되는 것은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인상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금리 억제책은 일본 경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이 같은 상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베노믹스의 실패가 우리에게는 일본 추월이라는 성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마냥 기뻐하기에는 우리도 마주 선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당장 반대편에 서있는 대만의 상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IMF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내놨는데,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거의 20년 만에 대만에 역전당할 거라는 예상이 나왔다. 지난 10년간 수출이 우리는 16% 늘어난 반면, 대만은 100% 늘어난 영향이 컸다.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우리보다 많고, 환율도 우리보다 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대만의 상황이 얼마나 좋은지 엿볼 수 있다.

더욱이 구매력 기준으로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대만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았던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 역시 일본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국민소득을 늘리기 위해서 어떠한 혁신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천천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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