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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논문 쓴 3명 중 2명, 입시 후 1편도 안 썼다

해외 논문 558건 전수조사…"생기부 기재 못한 이후 작성 급감"
공저자 끼워 넣기, 공신력 낮은 학회‧학술지 투고 정황도 나와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22-04-18 18:11 송고
(강태영·강동현씨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갈무리) © 뉴스1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 등 논문 실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고등학교에 다니며 논문을 작성한 고등학생 3명 중 2명이 대학 입시 과정에서만 단발성으로 작성했다는 분석이 18일 나왔다.

강태영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생과 강동현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생이 2001~2021년 국내 213개 고등학교 소속으로 작성된 해외 논문 5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학생 저자 980명 가운데 최소 약 67%가 논문 출간 이력이 1회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 결과는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보고서에 담겼다.

학교별 학생 저자 수를 보면 용인한국외대부설고가 20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과학영재고 179명, 서울과학고 129명, 경기과학고 79명, 대구과학고 69명, 민족사관고 68명 등이다.

학교 유형별로는 영재고가 491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율형사립고·외고·일반고 407명, 과학고 82명 순이었다.

연구진은 "특출 난 학생들만 논문을 작성한다면 그 수가 많지 않아야 하며 대학 진학 이후에도 계속 학술 연구 활동을 할 확률이 높다"며 "그러나 전체 저자 중 최소 약 70%가 고교시절 논문 한편만을 작성했으며 추가적인 연구 이력을 찾을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강태영·강동현씨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갈무리) © 뉴스1

2014년 이후 고등학생이 작성한 논문 편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논문 등재, 발명 특허, 도서 출간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추세는 자사고·외고·일반고가 견인하고 있었다. 영재고는 논문 작성량이 주기성을 띠고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데 비해 자사고·외고·일반고에서는 2014년 이후 급격한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작성이 대입을 위한 전략적인 수단이 아닌 청소년 시기부터 진지한 탐구 활동에 이뤄졌다면 입시 정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사고·외고·일반고에서는 컴퓨터공학, 의학 등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거리가 먼 분야에서 작성된 논문도 다수였다. 이들 학교에서는 컴퓨터공학 분야 논문이 27.4%로 가장 많았고, 생물학과 화학이 그 뒤를 이었다. 의학 분야 논문은 13.6%로 4위를 차지했다. 반면 영재고와 과학고는 화학, 재료과학, 생물학 세 분야의 비중이 가장 컸다.

◇의사 여러 명에 외고생 한명…공저자 '끼워 넣기' 정황도

연구진은 논문 저자들 간의 공저자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연구 부정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학 소속 연구자들 다수로 구성된 공저자 집단에서 고등학생 한두명만 들어있는 형태들이 발견된 것이다. 연구실에서 보조적인 역할만 하고 공저자를 '끼워 넣기'한 정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의사 여러 명과 함께 외고 재학생 한명이 끼어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의사들과 의학 논문을 작성한 외고 재학생을 검색한 결과 이 외고생이 이후 작성한 논문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대학 소속 연구자들과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1저자이자 교신저자로 참여하면서 대학 진학 이후에도 해당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 이어나간 경우도 있다.

학교 교사의 입시 지도를 거쳐 공신력이 낮은 학회, 학술지에 투고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고등학교 소속 저자들끼리만 공저자 집단을 구축하면서 고등학교 교사 한명이 포함된 경우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이 교사는 201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과 논문을 작성해왔다.

연구진은 "해당 논문들은 표면적으로는 국제행사이지만 실제로는 매해 한국에서만 개최되는 학회에서 발표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이들이 투고한 해외 학회 중 일부는 중국 고등학생이 발표한 자료를 수록하기도 해 학회 공신력이 다소 의심된다"고 봤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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