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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의 '앵커' 그녀, 왜 불안했나…천우희의 반전 스릴러 [시네마 프리뷰]

영화 '앵커' 리뷰…20일 개봉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2-04-14 10:00 송고 | 2022-08-17 15:15 최종수정
앵커 스틸 © 뉴스1
앵커 스틸 © 뉴스1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라(천우희 분)는 YBC 9시 뉴스 메인 앵커다. 세라의 뉴스 의상까지 간섭하는 엄마 소정(이혜영 분)의 참견이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누구나 선망하는 성공한 여성의 삶을 사는 듯하다. 남초 집단에서 유일하게 회의에 참석한 세라의 모습은 쉽지 않은 사회적 성공을 이뤄낸 한 여성의 모습이다.  
뉴스 시작 전, 세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이가 살해됐고, 자신도 곧 범인에게 살해당할 것이라는 제보전화였다. 제보자는 자신의 죽음이 정세라 앵커 입을 통해 보도되길 바란다고 했다. 세라는 장난전화라 생각해 전화를 끊었다. 이후 제보 내용을 전해들은 엄마 소정은 "네가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며 "언제까지 앵무새로 살 거냐"며 세라에게 취재를 부추긴다.

제보자가 알려준 집으로 향한 세라는 그곳에서 제보자와 그의 딸의 시체를 목격하게 되고, 이를 보도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앵커로서 더욱 승승장구하게 된 세라이지만, 그날 이후 곳곳에 나타나는 제보자의 환영을 보며 괴로워한다. 방송 사고까지 내고만 세라는 다시 사건 현장을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제보자의 생전 주치의라 하는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 분)와 만나게 된다.

앵커 스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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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는 단편 '봄에 피어나다'(2008)와 '소년병'(2013) '어떤 생일날'(2013) '감기'(2014) 등으로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정지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정 감독은 대외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과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미스터리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앵커'를 쓰고 연출하게 됐다.

그래서 제목은 '앵커'이지만 세라라는 한 여성의 이면을 장르적으로 다룬 영화에 가깝다. 앵커 자리를 지켜야 하는 압박감과 그 압박감의 근원이 되는 엄마 소정과의 관계가 영화 속 세라가 보도하는 살인사건과 함께 맞물린다. 앵커라는 직업이 다룰 수 있는 살인 사건과 같은 미스터리한 장치들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되는 심리와 미묘한 불안감으로 영화 초반 몰입도를 높인다.  
그 불안감은 의사 인호를 만나 증폭된다. "제보자의 얼굴을 봤냐"며 최면 치료를 유도하는 인호와 그런 그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세라. 제보자 외에도 그에게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경계심을 늦추지 못한다. 영화는 인호에 대한 새라의 의심과 더불어 소정과의 모녀 갈등도 더욱 깊어지는 밀도 높은 서사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천우희는 이 영화를 촬영하며 큰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앵커로서 신뢰감을 줘야 하는 연기는 물론, 진폭이 큰 감정 연기까지 담아내야 했다. 그는 영화 내내 세라의 예민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정과 두려움과 욕망, 고통까지 오가는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한편의 드라마틱한 심리 드라마도 완성한다. 엄마에 대한 압박감과 후배에 대한 불안감, 살인사건에 대한 집착도 오가며 이야기의 설득력과 몰입도를 더하는 건 천우희의 연기다. 영화 말미, 눈의 떨림만으로도 여운도 남기며 또 한 번 믿고 보는 배우다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천우희와 대립각을 보여주는 엄마 소정 역의 이혜영은 관록의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특유의 카리스마는 물론, 히스테릭한 캐릭터로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더한다.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 딸에 대한 집착이 드러나는 순간에는 장르의 공기가 바뀌는 듯한 열연으로 힘을 더했다. 이혜영과 더불어 신하균 또한 영화 내내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극을 이끈다. 관객들 또한 세라와 함께 신하균이 연기한 인호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몰입하게 되지만, 후반부까지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점은 다소 아쉬운 지점이다. 

'앵커'는 9시 뉴스 메인 앵커가 살인사건을 제보받고 취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전개로, 반전까지 담아낸 스릴러 장르의 묘미와 모녀의 애증의 관계를 엮어낸 점이 흥미로운 영화다. 세라가 겪는 미스터리한 상황들과 엄마 소정과 나누는 감정들에 공감하고 동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몰입감이 상당했다. 후반부에 각 인물들의 동기들을 세밀하게 부여한 점은 호불호가 갈릴 여지도 있다. 이는 각 인물과 영화에 명확한 개연성을 주며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으면서도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그 과정 또한 배우들은 생생한 연기력으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세 배우의 연기 시너지가 영화의 큰 동력이다. 오는 20일 개봉.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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