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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슈퍼컴퓨터 '알레프', 인류 진화의 기후·시공간 지도 완성

IBS 기후물리연구단·국제 연구진 공동 연구…네이처 게재
"기후변화 방치하면 인류도 과거 조상들처럼 이주할 수도 있어"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2-04-14 01:00 송고
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새로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과 화석 및 고고학 자료를 종합해 계산한 호모 사피엔스(왼쪽 보라색음영),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운데 빨간색음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오른쪽 파란색음영)의 선호 서식지. 음영 값이 옅을수록 서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입된 날짜는(1ka= 1950년 기준으로 1000년 전) 연구에 사용된 가장 최근의 화석과 가장 오래된 화석의 나이를 나타낸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2.04.13/ 뉴스1
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새로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과 화석 및 고고학 자료를 종합해 계산한 호모 사피엔스(왼쪽 보라색음영),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운데 빨간색음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오른쪽 파란색음영)의 선호 서식지. 음영 값이 옅을수록 서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입된 날짜는(1ka= 1950년 기준으로 1000년 전) 연구에 사용된 가장 최근의 화석과 가장 오래된 화석의 나이를 나타낸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2.04.13/ 뉴스1

인류의 조상들이 기후변동을 따라 이동, 적응하면서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규명한 인류 진화의 지도가 만들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 연구팀의 연구 성과를 알리는 브리핑을 개최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가 활용됐으며,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14일 게재됐다.

◇가장 포괄적인 인류의 역사 지도 제작

기존 연구에서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들을 통해 제시됐다. 하지만 인류화석 유적지 근처의 기후와 관련된 자료가 부족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오랜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단은 기후모델링, 인류학, 생태학 전문가로 팀을 구성하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연구단은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천문학적 변동을 이용해 기후 모델링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 200만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했다.

이어 공동 연구를 통해 과거 200만년 동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의 3200개 지점의 인류 화석과 고고학적 표본을 포함해 인류 역사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편집본을 만들었다.

또 기후 자료와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들을 결합하여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렌시스·하이델베르겐시스·에렉터스·에르가스테르·하빌리스 등의 종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를 구축했다.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부산대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장 2019.10.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부산대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장 2019.10.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초기 인류가 사랑한 '지중해 기후'…기후변화에 적응해 더 넓게 이주

이번 연구에서는 △초기 인류가 선호했던 기후 조건 △인류 종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기후의 역할 등을 규명하기 위해 이뤄졌다.

연구진은 고대 인류종이 서로 다른 기후 환경을 선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서식지가 2만1000년에서 40만년까지의 시간 주기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변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라 모두 이동되었음을 밝혔다.

천문학적 변동은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로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변화해 기후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우선, 연구진은 지난 200만년 동안 변화하는 기후와 식량 자원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설명하였다. 200만~100만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해 특정 지역에만 서식했다.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장은 "고대 인류는 남아프리카나 지중해 기후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높은 위도의 추운 유럽, 아시아 지역에는 좀 더 특정화된 인류들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운 곳에서 생존하는 데는 특정한 도구나 사냥 기법과 같이 인간이 적응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80만년 전의 빙하기 이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더 다양한 범위의 식량 자원에 적응했으며, 덕분에 하이델베르겐시스 종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먼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고 분석됐다.

이어 연구진은 다른 인류의 종이 접촉해 같은 서식지 내에 혼재 할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5가지 집단의 족보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30만년 전 아프리카 개체군인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하였음을 추정했다.

이번 연구로 재구성한 기후 기반 혈통은 유전자 정보나 인간 화석의 형태학적 차이 분석에서 얻은 최근의 추정치와 매우 유사한 결과다.

팀머만 단장은 "향후 연구에서는 이런 유전자 모델링을 해서 이렇게 과거 기후 변화가 어떻게 인류의 유전자 다양화에 미친 영향을 시뮬레이션 하려 한다"고 밝혔다.

◇200만년 동안의 지구 환경·인류 적응 담아내…미래 예측 토대 세워

이번 연구는 인간 기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고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자료를 활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위해 IBS 윤경숙 연구위원은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통해 역대 최고로 긴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이는 지난 200만 년의 지구 환경 역사를 다루는 최첨단 기후 모델을 사용한 최초의 연속적 시뮬레이션이다.

팀머만 단장은 "이 연구는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을 과거 데이터를 통해 얼마나 정확한지 입증했다"며 "기후 모델이 정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희가 100년 뒤에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모델도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인류의 조상들이 기후 변화를 이주를 통해서 적응했듯이 현재의 인류도 잘못하면 바뀌어 가는 지구 기후에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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