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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마까뇨 "세계 시민들, 우크라 고통 외면 말아야"

19년간 활동 이탈리아 출신 의사 "전방지역 의료 공급망 붕괴 위험"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 지역 의료 서비스 박탈 전쟁법 위반하는 것"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2-04-08 06:05 송고 | 2022-04-08 09:24 최종수정
지난달 31일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의 의료진들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지야에서 환자들을 특별 개조된 의료열차를 통해 이송하고 있다.(국경없는의사회 제공)© 뉴스1

지난달 31일 열차 한대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지야에 도착했다. 열차는 부상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특별 개조된 의료 열차로 이날 처음으로 환자 이송 작전에 투입됐다. 자포리지야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9명의 환자는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이 계속됐던 마리우폴을 빠져나온 환자들로, 부상 정도는 심했지만 다행히 안정된 상태였다.

환자들을 태운 열차는 자포리지야를 떠나 무사히 리비우로 돌아왔다. 전쟁의 포화를 뚫고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열차에 오른 이들은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의 의료팀이었다. 지난 7일 뉴스1은 바바라 마까뇨(Barbara Maccagno)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전쟁의 공포 속에서 단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들었다.

마까뇨는 이탈리아 출신의 내분비 전문의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2003년부터 이라크, 예멘, 콩고민주공화국, 미얀마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우크라이나에는 전쟁 발발 이후 3월 초에 입국해 의료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소속된 국경없는이사회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의료 지원과 인도적 물자 공급을 하고 있다. 직접 환자들을 치료하는 활동에 더해 우크라이나 내의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파견된 회원들은 피난민들을 돌보는 일도 함께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마까뇨가 전한 현장의 모습은 녹록지 않았다. 현지 상황에 대해 마까뇨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아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다"라며 "물론 어떤 곳은 더 위험하기도 하지만, 활발한 교전이 비껴간 곳에서도 끊임없는 공습 사이렌이 울리며 사람들은 공포에 빠지고 큰 정신적 충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병원 시설에 대한 폭격 등 비인도적인 전쟁 범죄가 상황을 더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제한된 역량마저 차단한다"라며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박탈하는 것은 전쟁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장의 모습도 시시각각 변해 적응하기 어려웠다. 마까뇨는 계속해 전선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지역마다 필요한 의료 지원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투가 치열한 지역에서는 직접적인 외상 환자가 많기 때문에 외상 안정화와 수술이 가장 시급한 반면 비교적 전투가 잦지 않은 지역에서는 외상보다는 다른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의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바라 마까뇨(Barbara Maccagno)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국경없는의사회 제공)© 뉴스1

마까뇨는 의료 서비스 지원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의료 공급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환자들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최전방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대피소나 지하실에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피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갇혀 있는데 인도주의 단체 또한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마까뇨는 의료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장에서 의료품이 부족한 현상을 빚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럭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우크라이나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 공수는 전혀 불가능하다"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물자를 들여오는 동시에, 지역단체와 협력해 가능한 병원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의료 물자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마까뇨는 외상 환자뿐만 아니라 천식, 당뇨, 고혈압 등 지속적인 약물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물자 공급망이 붕괴된 지역의 만성질환자들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을 수 있다며 실제 일부 병원에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제공할 인슐린이 부족하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마까뇨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육체적 고통에 더해 정신적 고통도 함께 겪고 있어 이에 대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는 두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피난으로 인한 강한 심리적 영향을 경험하고 있다"라며 "헝가리 국경 인근의 베레호베에서 활동하고 있는 팀은 피난민의 정신 건강 지원에 대한 필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고,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두려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전하지 않은 곳에 남거나,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낯선 곳으로 피난을 가거나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마까뇨는 전 세계 시민들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국경없는의사회는 인종, 성별, 종교, 정치적 신념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사람들의 의료적 필요가 국경보다 우선한다는 신념에서 시작된 단체"라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신념을 공유하고 취약한 이들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데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우크라이나 내부뿐만 아니라 몰도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러시아, 벨라루스 등지에서도 피난민과 부상자들을 위한 의료활동을 하고 있다. 미까뇨는 "'중립성'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중요한 활동 원칙 중 하나"라며 자신들은 분쟁 상황에서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환자의 의료적 필요에만 기반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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