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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부모에 대한 편견이 가족 해체…"코다 수어교육 절실"

[경계인 코다] ③법에 명시돼 있지만…공식 교육기관 없어
"농인 자녀들 가정 형편에 맞는 맞춤형 지원 및 교육 필요"

(서울·강릉=뉴스1) 박상휘 기자, 박동해 기자 | 2022-04-04 06:00 송고 | 2022-04-04 18:39 최종수정
편집자주 농인들 가운데 약 80%는 농인끼리 결혼합니다. 이들이 출산하는 자녀 가운데 90%는 청인인데, 우리는 그들을 코다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농문화와 청인문화라는 이중문화 속에서 살아가면서 부모와 세상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합니다. 반드시 알아야 할 그들의 삶을 살펴보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할 점은 없는지 총 3편의 기사 연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난해 2월 '제1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에서 핸드스피크 팀이 수어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농인을 부모로 둔 자녀들, 코다는 우리 이웃으로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인인 부모의 통역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는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를 잇는 연결 다리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부담에 비해 사회의 외면은 꽤나 가혹하다. 이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할뿐더러 영화 '코다'가 그리듯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때로는 자의와는 상관없는 선택의 순간에 놓이기도 한다.

코다들을 위해 시급한 것은 코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우고 먼저 어린 시절 코다들에 대한 수어 교육부터 국가가 지원해 체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지와 편견이 만드는 코다 가족의 해체

"사람들은 농인은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농인 부모로부터 청인 자녀를 강제로 떼어놓기도 하죠. 그렇게 가족이 해체되는 건 아니잖아요?"

국립국어원에서 특수언어를 담당하고 수어사전도 편찬하고 있는 이현화씨(36)의 말이다. 현화씨 역시 부모가 농인인 코다 가족이다. 그리고 그는 현재 언어학자가 돼 있다.

현화씨는 우리나라 코다들의 모임인 코다코리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사례와 상담을 해왔다. 특히 무지와 편견이 만든 가족의 해체가 결국은 상처와 아픔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한다.

현화씨는 "저와 알고 지냈던 한 코다는 어렸을때 '농인은 자녀를 잘 키울 수 없다'는 섣부른 판단에 친척 집에서 키워졌어요. 그런데 그 코다는 부모님하고 살고 싶었던 거죠. 지금도 부모님과 살고 싶어 하는데 지금은 당연히 수어도 안되고 성장하고 나니 부모와 자식 간에 거리감이 생긴 거죠. 부모와 자식 모두 찾아와 상담을 하는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코다코리아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으로 해체되는 코다 가족은 상당 수가 된다. 코다코리아 역시 정부 산하 단체가 아닌 만큼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전국에 코다의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인데 다만 그 규모는 작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농인의 규모는 약 40만 명인데 농인의 80%는 농인끼리 결혼하고 이들로부터 태어난 자녀 중 90% 이상은 농인이 아닌 청인이기 때문이다.

코다 가족의 해체는 결과적으로 농인 가족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코다들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코다들은 성장기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농인 부모는 또 나름대로의 마음의 빚이 된다고 코다들은 말한다.

현화씨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어렵다는 코다 가족을 너무 많이 만나왔고 때로는 그런 상황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다. 농인 부모에 대한 사회적 오해는 가족의 해체는 물론 농사회와 청사회의 연결 고리도 끊어 놓습니다"고 강조했다. 

뉴스1 © News1

◇코다에게 무성보다 중요한 것은 수어 교육…복지 비용 측면에서도 경제적

어린 코다들은 말을 배움과 동시에 어른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이 커가면서 부모와 형제자매들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수어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화씨는 "해외 교포 2세들이 사회생활을 할수록 모어와는 멀어지고 사회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언어가 주언어가 되는데 같은 문제가 농인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수어를 잊게 되면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결국은 서로의 이해도가 떨어져 갈등이 심화되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농인 자녀들에게 수어 교육보다는 언어치료라는 명목으로 음성언어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코다를 위한 정부의 공식 기관은 단 한곳도 없다.

서울 강북구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수어 교육 대안학교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소보사)이 있다. 소보사를 거쳐간 학생만 1000명이 넘는 등 국가가 해야할 역할을 대신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등 수어교육원이 전국에 단 4곳이 있긴 하지만 이곳은 수어를 배우려고 하는 성인 대상 교육 기관이다. 코다와 같은 학생들의 맞춤형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지난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 제12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인등의 가족을 위한 한국수어 교육과 상담, 관련 서비스 등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야말로 규정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화씨는 "코다들이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어 교원이 될 수도 있고 관련 복지 전문가가 될 수도 있어요. 농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수어입니다. 수어 교육이 제 때 이뤄지는 것이 사회적 비용과 복지 측면에서도 훨씬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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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뿐 아니라 장애인 특성별로 맞춤형 지원 필요"

이같이 코다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음에도 꾸준히 자신들을 알리는 일들을 해왔다. '코다코리아' 역시 코다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지금은 어엿한 정식 단체가 됐다.

2014년 한국농아인협회 주관으로 열린 한 행사 중 코다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계기가 돼 시작된 코다코리아는 자신들을 알리고 교육하는 활동을 해오다 2021년 비영리 단체로 정식 출범했다.

코다코리아 운영진 중 한명인 한민지씨는 "장애인 등록제를 없앤 이유가 장애인의 특성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반영하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어요. 특히 아이들은 가정 환경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거든요. 코다 가족뿐 아니라 장애인 지원에 대한 전체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현화씨는 "저는 수어를 할 줄 알지만 저 같은 코다가 많지 않습니다. 수어를 못하는 코다가 훨씬 많아요. 현재 농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녀들에게는 음성언어 치료만 집중돼 있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근간이 되는 수어 교육이에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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