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시선의 확장] 재일동포와 대통령 선거

(서울=뉴스1) 김명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사무총장/영화 <우리학교> 감독 | 2022-03-26 08:00 송고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 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제18대 대선의 재외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문재인 후보에게 2만여표로 뒤졌다. © 뉴스1
제18대 대선의 재외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문재인 후보에게 2만여표로 뒤졌다. © 뉴스1

2007년 말이었다. 영화 '우리 학교'가 한국 개봉 이후 일본에서도 지역 동포들에 의해 제법 많은 자주 상영회(공동체 상영회)가 열리던 시절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홋카이도였지만 상영은 전국적으로 이루어졌기에 전국의 재일 동포들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영화를 본 동포들은 필자에게 '고향에서 온 사람의 시선으로 본 조선학교'에 대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다. 물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라는 '공적'인 공간에서였다. 그러나 그 시간이 끝나고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으레 던지는 질문이 있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
2007년 하반기는 대통령 선거 국면이었다. 중반부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가 접전을 벌였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일본에 있었던 필자에게 위의 질문이 쏟아진 것이다. 비록 본국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재외국민의 선거권은 2012년 4월 11일 제19대 총선 때부터 실현되었다) 관심은 대단했다. 당시 두 후보의 경선 결과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박빙이었다. 대답이 궁색했다. 그래서 반대로 질문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 좋겠습니까?"

당시 내가 만난 동포들은 대부분이 '조선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조선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어머니, 아버지들, 그 부모들, 또는 그 학교를 졸업한 동포들이었다. 편협한 시선으로 본다면 '친북'이라 하겠지만 실상은 친북도, 중립도, 친남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통된 입장은 하나다. 조선학교를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통일이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공통으로 바란다.

"박근혜가 좋죠"

"왜 박근혜입니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지 않습니까?"

흔히들 '박정희와 김일성의 2세 만남'이라 칭하기도 하는 2002년 5월 11일, 박근혜 당시 의원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 만남을 떠올려 하는 말이다. 2000년 6·15 이후 한반도에 불던 평화 바람의 한 풍경이었던 이 장면이 동포들에게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에게 어떤 긍정적인 기대를 걸도록 했던 모양이다.

누구나 선거 결과가 자기의 삶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를 바란다. 내가 만난 동포들은 본국의 선거 결과가 자신의 삶의 지향, 즉 조선학교를 살리는 방향으로,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후 박근혜는 2012년 12월에 제18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 선거에서 재일 동포들은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총련계 재일 동포들은 박근혜에게 얼마나 투표했을까?

중앙선거18대 대선의 제외선거인 수는 총 22만2389명, 투표는 15만8225명. 그 중 일본은 등록한 선거인 3만7342명 중에 투표자는 2만5355명이었다.(출처 : 중앙선관위 제18대 대통령선거 총람) 재일 재외국민 57만8135명(출처 : 외교통상부 재외동포 현황(2022,3-8)) 중 4.4%에 불과했다.

2020년 6월에 방영된 PD수첩 '국정원 하얀 방의 고문'으로 재일조선인총연합(총련)이 조직적으로 한국 국적으로 변경하여 18대 대선에서 이른바 '친북 후보'를 당선시키려 한다는 날조된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는 것, 또 대선 당시 국정원 해외 공작관의 주요 임무로 국적 변경을 막아 대통령 선거를 방해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정원의 공작 덕분인지 재일 동포의 투표수는 4%였고 박근혜는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이 되었다. 재임 기간 동안 한반도는 차가워지기만 했고 재임 4년 만에 탄핵당했다. 2007년 당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믿었던 동포들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총련계 동포들의 참정권

재일 동포 단체는 총련과 민단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일찍이 재일 동포들은 일본 정주를 택했고 일본에서의 참정권을 오랜 시간 요구해 왔다. 우리도 거주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일본은 현시점까지 외국인의 참정권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재일외국인 참정권은 주로 민단계와 소속이 없는 재일 동포들이 요구해 왔다. 그렇다면 총련은 어떤가?

총련의 전신인 재일조선인연맹(조련)은 1945년 10월 설립과 동시에 일본 공산당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미 점령하에 있었던 일본의 각종 정책에 일본 공산당과 함께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투쟁했다. 1949년 강제해산 이후에도 재일조선통일민주전선(민전)을 결성해 한국전쟁(1950~1953)에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일본 내 기지파괴 활동 등 적극적으로 일본 공산당과 연합했다.

이후 1955년 총련이 결성되었고 '재일 동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해외 공민'이라는 북의 선언에 따라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했다. 결성 직후부터 총련은 북의 최고권력기구인 최고인민회의에 대의원을 파견할 수 있었다. 2019년에 열린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는 총련의 의장, 부의장 등 5명이 대의원으로 참가해 국가 정책에 관여했다.

2일 오전 인천 중구 공항동로 국제우편물류센터 대강당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제20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 회송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2.3.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일 오전 인천 중구 공항동로 국제우편물류센터 대강당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제20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 회송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2.3.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북에서는 17살 이상의 모든 공민에게 선거권, 피선거권이 있다고 하며 해외에 있는 공민도 이 권리를 가진다고 한다. 2019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687개 선거구에서 진행되었다. 체제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니 선거 형식도 많이 다를 것이다. 재일 동포의 대표를 북의 인민이 뽑을 리는 없으니 이들 5인의 재일 동포 대의원은 총련계 재일 동포 또는 총련의 활동가들이 뽑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일본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20년 동안 총련계 동포들에게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5인 대의원의 면면을 보니 총련의 고위급 간부인 의장, 부의장, 재일조선상공회장, 재일조선여성동맹 위원장, 조선대학교 학장임을 감안할 때, 총련 산하 주요 조직의 대표가 자동적으로 대의원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총련은 3년에 한 번 전체대회를 여는데 이 대회에서 선출될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해석의 여부에 따라 총련계 동포들은 일찌감치 '조국'의 정치에 참정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반면, 민단계 동포들 또는 무소속 동포들은 긴 시간 본국의 정치에 관여할 수 없었다. 기민 정책으로 일관하는 본국의 외면, 거주국인 일본의 차별정책으로 오랜 시간 정치 난민 신세였다. 지금도 지자체 선거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그런 요구를 표면으로 드러낼 때마다 우익 단체, 일본 정치인, 언론에서 공격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2012년에야 비로소 조국에서 시작된 재외선거가 1세 동포들, 그 자손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머나먼 투표소

한편 2022년 3월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재외선거인 수는 총 226,162명, 투표자 수는 161,878명이었다고 한다.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 수는 재외 동포 749만 명 중 약 220만 명이다. 대구광역시가 240만 명이니 엄청난 수치다. 그러나 여전히 선거인 등록자 수는 그 10% 정도에 그친다. 왜 그럴까?

지난 2012년 첫 재외선거 이후 크게 개선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투표소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일본만 해도 재외공관을 포함해 총 10개의 투표소밖에 없다. 재외국민 유권자가 88만 명에 이르는 미국도 20여 곳에 그치는 실정이다. 투표를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하고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인터넷 투표가 보안의 어려움이 있다면 적어도 우편 투표를 도입하는 건 어떨까? 하지만 지난 2021년에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논의가 있었을 뿐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압도적 다수의 재외 동포는 투표권은 가지고 있어도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명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사무총장/영화 감독.© 뉴스1
김명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사무총장/영화 감독.© 뉴스1



yellowapollo@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