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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강의 늘자 '학점 인플레 바로잡기' 나선 대학들

절대평가·A비율 늘렸던 대학들…대면 이후 속속 '제자리 찾기'
"우리만 돌아가면 인플레 피해 뻔해" vs "언젠가는 감당할 몫"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22-03-26 07:00 송고
봄기운이 완연한 3일 오후 영남대학교 경산캠퍼스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2022.3.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봄기운이 완연한 3일 오후 영남대학교 경산캠퍼스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2022.3.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코로나19 3년차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상황에서도 다수 대학이 대면 강의를 늘려가면서 그간 완화돼있던 성적 평가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2022학년도 1학기 성적평가 방식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 방식을 적용하거나 일부 조정한 대학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중앙대는 코로나19 이후 절대평가로 유지하던 성적평가 방식을 올해 1학기부터 '완화된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A학점을 50% 이내로 부여하고 A와 B학점을 합친 비율을 90% 이내로 제한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A학점 이상 35% 이내, B학점 이상은 누적 70% 이내로 주도록 했다.

서울시립대는 코로나19 이전의 상대평가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전공과목은 B+ 이상 50% 이내, 교양은 A0 이상 30% 이내로 제한했다. 지난 학기까지는 A0 이상 학점 비율을 이론 과목에서는 50% 이내, 실험·실습·실기과목에서는 75% 이내로 주는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이 적용됐다.

성균관대 역시 A학점을 50% 이내, A와 B학점을 합친 비율을 90% 이내로 정하는 개편안을 안내했다. 재수강 규정에서도 전공과목에서 성적 취득 상한을 한시적으로 A학점까지 올렸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학기에는 종전 수준인 B+로 낮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수 대학은 절대평가, 학점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성적 평가방식을 완화해왔다. 비대면 강의·시험에서는 성적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성적 평가방식의 변화에는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상향평준화 현상이 따라붙었다.

지난해 교육부 발표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1년차인 2020년 재학생의 87.5%가 과목별로 B학점 이상을 취득했다. 2019년(71.7%)보다 15.8%p 상승한 수치다.

개중에도 A학점 취득 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2019년 33.7%였던 A학점 취득 비율은 2020년 54.7%까지 21%p 치솟았다.

이 같은 상향평준화로 인해 취업준비생 사이에는 사라진 '학점 변별력'의 공백을 학점 이외의 교외 활동으로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리 잡았다. 취업 시 '학점 후한' 대학으로 여겨져 공신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대학의 우려도 있었다.

그런 만큼 대면 강의가 늘어난 올해 1학기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성적평가 방식을 되돌리려는 대학들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학교 수업이 대면수업 원칙으로 운영되다보니 코로나19 발생 이전이었던 2019년도 성적평가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립대는 올해 1학기 '대면수업 원칙'을 세워둔 바 있다. 현재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에 따라 4월 말까지 교수 재량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아직 대면강의가 전면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 만큼 속도 조절을 하는 대학도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장기간의 비대면 수업에서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적응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코로나19 이전 상대평가 기준보다는 완화된 평가 기준을 안내했다"며 "대면·비대면 수업이 혼재돼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한 면도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와 서강대는 A학점을 40% 이내로 부여하고 나머지 B~F학점은 비율 제한 없이 주도록 한 '완화된 상대평가(제한적 절대평가)' 방식을 이번 학기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학생들의 요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한양대 부총학생회장은 "다른 학교는 평가방식이 완화돼있어 학점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는데 우리 학교만 코로나19 이전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상대적으로 학점이 낮아 생기는 피해는 학생들의 몫"이라며 "이를 방지하고자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언제가 됐든 학점 인플레 현상에 따른 결과를 감당해야 할 순간은 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교 4학년 김모씨(23)는 "대학들이 일제히 평가방식을 되돌리지도 않을 것이고 지금도 모두가 균일하게 학점 인플레 현상을 겪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그저 취업 때 내 학점이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어서 불안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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