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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갈등이 온라인 사상 검증으로…도 넘은 사이버 괴롭힘

갈라치기하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와 오피니언이 문제
정치는 하나의 이슈일 뿐…온라인 린치 곳곳서 만연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2022-03-19 09:00 송고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지지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이 유명인을 타깃으로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갔다. 자신과 다른 정치적 이념을 가진 스타에게 사상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단체를 형성해 온라인 린치까지 자행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사실상 범죄와 다를 것 없다고 지적한다. 대중의 시선과 관심에 한해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유명인을 상대로 사상 검증을 강요하는 것은 어떤 답변을 내놓든 한 쪽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논란의 당사자들의 상황을 보면 온라인 린치가 얼마나 잔혹한지 알 수 있다. 지난 9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배우 정호연씨는 지난 9일 청바지 차림으로 ‘1’이 적힌 종이를 밟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가 설화에 시달렸다. '1번을 찍으란 얘기냐' 등의 막무가내 댓글이 올라오자 정씨는 곧바로 사진을 내렸다.

가수 전소미씨의 경우 대선 투표 인증 글에서 배경이 붉은색이라는 이유로 누리꾼들에게 공격을 당했고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김희철씨도 빨간색 슬리퍼를 신고 투표장을 찾았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렀다.

15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머 침착맨은 일부 커뮤니티에 퍼진 좌파라는 논란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심지어 대선 다음날 방송에서 유니짜장을 먹은 일까지 해명해야 했는데 해명 방송에만 무려 40분을 할애했다.
침착맨은 자신에게 낙인찍힌 딱지들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차별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침착맨은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감당해야 할 부분이겠지만 조금 지친다"며 특정인들의 사상 검증 요구에 피로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대선 과정에서 격화된 진영 논리가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번지며 가장 접하기 쉽고 약자인 유명인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갈라치기와 갈등 조장 등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편향된 이념과 이를 가져다가 여론을 호도하는 일부 정치인과 오피니언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즉, 사회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공개적인 공간에서 이념을 무기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다 보니 이를 따르는 지지자들 역시 똑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상 검증과 온라인 린치 역시 일종의 사이버 불링(온라인 왕따 및 괴롭힘)으로 정치가 아닌 다른 주제와 이슈로 불거졌을 때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명인을 상대로 한 마녀사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도쿄 여름올림픽 당시에는 금메달리스트인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상대로 페미니스트 검증과 온라인 린치가 이뤄졌다.

당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는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반납하라는 한국 사회, 누가 만들었나'라는 제하의 논평을 내고 "'쇼트커트라서' '페미니스트라서'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기 위안과 유희의 도구로 페미니즘을 탓하고 공격하는 것을 정치가 이용했고 사회가 받아준 결과"라고 지적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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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검증과 괴롭힘은 현실 세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채용 면접 과정에서 정치적 이념을 유도하는 질문을 노골적으로 받았다는 피해 사례가 올라오는 한편, 직장 내에서도 여성 인권을 강조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했다는 폭로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이버 불링에 대해 인식 개선은 물론 현실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이용자가 선하게만 콘텐츠를 이용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실질적인 법적 처벌이 이뤄져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이 어떤 정치색을 가지던 혹은 특정 이슈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던 당당히 밝히고 그것을 직업과 위치에 상관없이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드라마 '뉴스룸'에는 이 같은 대사가 나온다. "지난 선거에서 누굴 찍었느냐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았고 쉽게 겁먹지도 않았다." 갈등과 반목으로 '통합'이라는 키워드가 사회적 과제가 된 시기에 우리가 지녀야 할 생각과 덕목이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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