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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룰 수 없다"…공적연금 개혁 성패 새 정부 '의지'에 달렸다

[尹정부 과제]➂정치적 고려 우선하면 역대 정권처럼 실패 되풀이
"개혁 의지 있다면 당장 전문가들과 머리 맞대고 논의 시작해야"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2-03-19 06:00 송고 | 2022-04-06 11:34 최종수정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릴 시간이다. 이 시기 만들어진 정책 구상을 통해 향후 윤 정부의 성패를 상당부분 가늠할 수 있다. 윤 정부가 이끌 핵심 정책과제들이 시작될 현재 지형을 파악하고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야 한다. 로드맵이 중요하다. 뉴스1은 윤 정부 5년을 좌우할 핵심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20차례에 걸쳐 싣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 네 번째부터)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3.18/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 네 번째부터)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3.18/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정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체질 개선을 위한 당면 현안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국민 노후생활과 직결된 연금개혁 문제다. 시대는 급변했는데 24년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보험료율과 평균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환경적 요인으로 오는 2055년 고갈이 예견된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그나마 개혁이 이뤄진 3개 특수직역연금 (공무원·군인·사학) 등을 포함한 전체 공적연금 개혁도 시급하다. 이미 기금 고갈로 국민세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연금과의 '동일연금제' 추진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쉽게 손대지 못한 연금개혁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정권 초기 당면한 기금 고갈 문제에 대해 현실을 국민에 정확히 알리고, 강력한 의지로 속도감 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혁하려면 당장 논의 시작해야"…새 정부 연금개혁 의지 중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당선인 주재 인수위 티타임을 갖고 있다. 2022.3.1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당선인 주재 인수위 티타임을 갖고 있다. 2022.3.1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개혁' 과제를 풀려면 무엇보다 속도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소모적 논쟁만 거듭하다 논의를 앞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차기 정부에서도 연금개혁은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역대 정권의 공적연금 개혁 과정이 이를 방증한다.

'연금 개혁'을 공약했던 역대 졍부에서의 연금개혁은 모두 논의 단계에서부터 좌초했다.

그나마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소득대체율(연금급여율)을 깎는 연금개혁을 실시한 것이 그동안 개혁조치의 전부였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에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현행 소득의 9%→12~15%)을 골자로 한 보건복지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했지만,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이번 선거과정에서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공약에는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 하에 연금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대통령직 인수위워장에 앉힌 것도 개혁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 안 위원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연금개혁의 첫 단계로 국민연금과 3개 특수직역연금에 대한 '동일연금제' 추진을 공약했었다. 이는 보험료 납부율과 국가·사용주 부담비율, 소득대체율, 연금개시 연령 등 재정설계 구조를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당선인의 의지가 확실하다면 '기금 고갈'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을 더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정권 초기부터 강력한 의지로 개혁 작업을 추진, 속도감 있게 논의를 진전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대선 최소 표차로 당선된 만큼 정권 초기부터 강력히 개혁의 원동력을 살려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1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연금개혁은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 않은 문제임에 틀림없다"면서 "개혁 의지가 있다면 정권 초기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당장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은 불가피…북유럽 선진 복지국가식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고려

국회의사당 전경. © News1 
국회의사당 전경. © News1 

국회예산정책처는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전 국민의 안정적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정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보험료율 인상, 연금수급개시 연령 상향, 소득대체율 인상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요인을 조합한 시나리오 적용 결과 보험료율 인상 등 수입 증가 요인과 수급개시 연령 상향 등 지출 감소 요인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있어야만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결책은 명확한대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 붙일수 없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기준들이 유연하게 결정되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된 후 해당 법률의 개정을 통해 결정되고 있다. 

개인의 노후를 위한 '안전 자산'으로서의 개념이라기 보다 보험료율 인상을 일종의 '증세'의 성격으로 보는 국민정서가 짙다보니 표를 먹고 사는 정치권에서도 함부로 밀어불이기 곤란한 불가침(?)의 영역이 돼버렸다. 역대 정부가 연금제도 개선 필요성을 알면서도 손대지 못한 이유다.

때문에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의 절차적 문제를 해소하고,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한번 도입하면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이미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연금액과 보험료 등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장점이 있어 북유럽 복지 선진국가들이 채택·운영 중이다.

◇공적연금 운용 어떻길래…공무원·군인연금은 이미 '고갈'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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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지난 1988년 시행된 국민연금과 별개로, 특수직역을 대상으로 1960년에 시행된 공무원연금, 공무원연금에서 1963년 별도 분리된 군인연금, 1975년 도입된 사학연금 등이 운용되고 있다.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자료를 보면 군인연금은 이미 지난 1973년부터 수지적자에 대해 기금 적립금 충당 없이 국가보전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도 지난 2000년부터 기금 적립금으로 충당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사학연금은 적립기금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2040년 소진이 예상된다.

이들 3개 특수직역연금 부실화는 '저부담 고급여' 구조에 평균수명까지 늘면서 더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은 국민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구조다.

역대 정부에서 미래 급여액 수준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수급개시연령을 늦추는 등 지출 측면에서의 개선과 함께 공무원·사학연금의 경우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수입 측면에서의 제도 개선을 시행하면서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그나마도 군인연금은 손도 대지 못해 형평성 논란을 야기 중이다.

◇24년째 보험료는 제자리…수급자는 늘어나는데 국민연금도 '빨간불'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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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사정도 별반다르지 않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면서 수급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보험료는 24년 전과 같은 수준으로 운용되다보니 걷는 재원에 비해 나가야 할 지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행 보험률은 소득월액의 9%대로, 24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소득대체율(수령 급여수준)은 40%로, 가령 월평균 100만원 소득자가 월 9만원의 보험료(직장가입자는 회사와 반반씩 부담)를 40년 동안 낸 뒤 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숨질 때까지 연금으로 매달 40만원을 수령하는 식이다.

문제는 현행 운용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기금 고갈'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장기 재정 상태를 진단해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한 제4차 재정 추계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에 최고에 도달한 후 빠르게 줄어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적자 및 고갈 추정 시점은 이보다 더 비관적이다. 적자 시점은 2년, 고갈 시점은 3년 더 당겨졌다. 적립금이 바닥나면 그때부터는 현역 근로 세대의 급여를 곧바로 은퇴 세대의 연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전환된다. 이럴 경우 저출산·고령화를 고려하면 미래 근로 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소득의 3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른 공신력 있는 경제전문연구기관의 분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행 국민연금 체계가 유지될 경우 오는 2055년 수령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현 33세)부터 수급 가능 금액이 제로(0)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런 전망도 상황을 그나마 낙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기금 고갈 시기는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될 것이란 암울한 견해가 지배적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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