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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푸틴 중국에 손 vs 바이든 도우면 제재, 시진핑의 선택은?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2-03-17 11:35 송고 | 2022-03-17 11:39 최종수정
1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은 시장이 불에 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은 시장이 불에 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자 21세기판 미중러 삼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개전 초기에는 중국이 확실하게 러시아 편에 섬에 따라 중국-러시아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고전함에 따라 중국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고, 미국은 만약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경우, 대중 제재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시진핑 중국 주석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이 미워 러시아를 돕자니 미국의 제재가 두렵고, 러시아를 방치하면 반미전선이 헐거워지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장고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세계 지정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각오하고 러시아를 도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4일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위기의 당사자가 아니며 제재가 중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를 각오하면서까지 러시아를 돕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왕이 중국 외교부장.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싼값에 사주는 정도로 러시아와 협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대중 제재도 불사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이 폭락한 것은 물론 홍콩의 항셍지수도 연이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경우, 미국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주식을 상장 폐지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주식을 투매했다. 이에 따라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주식 모임인 ‘차이나드래곤지수’가 14일 하루에만 12% 폭락했다. 홍콩의 항셍지수도 이틀간 약 10% 폭락했다.

깜짝 놀란 중국 지도부가 부랴부랴 나섰다. 류허 경제담당 부총리가 미국 규제당국과 전화통화에 나선 것. 류 부총리는 통화 직후 미국과 중국은 경제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류허 중국 부총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류허 중국 부총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달래준 것이다. 이에 따라 16일 항셍지수는 9% 이상 폭등하며 지난 이틀간 손실분을 거의 만회했다. 차이나드래곤지수도 거의 원상회복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중국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 SNS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글로 도배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드는 중국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유명 블로거인 친촨야오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새로운 세계질서라는 주장은 실체가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40여년의 개혁개방으로 비할 데 없는 행복과 세계화의 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의 저명 외교관 고 우젠민의 글이 재조명받고 있다. 우젠민은 프랑스 등의 대사를 지내고 중국 외교아카데미 원장을 지냈을 정도로 유명한 외교관으로, 2016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우젠민 - 중국 외교부 갈무리
우젠민 - 중국 외교부 갈무리

그가 살아 있을 때 쓴 글이 주목받고 있는 것. 그는 2001년 9.11테러 직후 “중국은 침묵해야 할까요, 아니면 미국을 지지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국 지도부에 즉각 미국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테러 공격이 전개되는 것을 TV로 지켜보던 장쩌민 당시 주석은 급히 지도부 회의를 소집했다. 공격이 있은 지 5시간 후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테러 세력을 규탄하고 미국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우젠민은 당시 장쩌민 주석의 빠른 상황 판단이 미중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중국이 수년간 장애물 없이 쾌속 성장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현재 중국의 번영은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순응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패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는 고전하고 있다. 냉전시절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러시아가 ‘종이호랑이’란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러시아 중심의 신세계 질서를 운운하는 것은 사실 황당한 얘기다. 아직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지구촌의 ‘규칙’이다.

세계 각국을 물고기라고 치자. 물고기들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라는 ‘풀’ 안에서 놀고 있다. 그 풀에서 나오는 순간, 그 물고기는 죽는다.

세계는 지금 미중러 삼국시대가 아니라 미국 일극(一極)시대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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