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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투자 손해 만회"…소프트뱅크, 쿠팡 지분 1조2900억원 규모 매각

최근 47조원 규모 인수합병 실패하며 투자금 회수 가속화
소뱅, 올해 최대 53조원 현금 필요 "투자금 회수 지속 가능성"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2022-03-14 17:37 송고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캠프 인근 주차장에 서 있는 쿠팡 차량들. 2021.3.10/뉴스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캠프 인근 주차장에 서 있는 쿠팡 차량들. 2021.3.10/뉴스 © News1 이성철 기자

소프트뱅크그룹이 쿠팡 지분 5000만주를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쿠팡 주식 처분은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투자금 회수라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로 보유한 쿠팡 지분 가운데 5000만주(9.78%)를 주당 20.87달러에 매각했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소프트뱅크의 쿠팡 지분 매각은 지난 9월(5700만주) 16억9204만달러(약 2조원) 규모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 쿠팡 주식 매각 규모는 10억4350만달러(약 1조2900억원)이며 매각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이번 주식 매각 후에도 쿠팡의 최대 주주(4억6115만6413주 보유)로 남는다.

금융계와 외신은 소프트뱅크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조한 투자 실적으로 쿠팡 일부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신규 투자 등을 위해 올해 최대 53조원의 추가 현금이 필요함에 따라 쿠팡 등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에서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 6개월간 10조원 이상 투자손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지난해 3분기 1조1670억엔(약 12조3072억원)의 손실을 본 데 이어 4분기에는 1115억엔(약 1조1758억원)의 이익을 내며 6개월 사이 10조원 이상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그룹도 지난해 4분기 290억엔(약 3058억원) 손이익을 보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 98% 급감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지분 20.1%를 보유한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의 주가 하락으로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디디추싱은 같은 해 12월 미 증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1조원을 투자한 AI안면인식업체 센스타임도 미국 정부의 제제로 홍콩 상장이 연기되면서 손실 규모가 커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월과 7월 2차례에 거쳐 우버 주식 8300만주(약 41억달러)를 매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소프트뱅크가 매각한 테크기업 주식은 MS, 페이스북, 페이팔 등 140억달러(16조4000억원) 규모다.

지난달 소프트뱅크는 2016년 35조원에 인수한 영국 반도체업체 ARM의 미국 엔비디아 매각(47조원 규모)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관계 당국에서 허가를 받지 못해 실패했다. 약 10조원 이상의 매각 차익이 기대된 '메가 딜'이 실패로 돌아가며 투자금 회수가 절실해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의장이 투자약정을 체결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News1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의장이 투자약정을 체결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News1

◇소프트뱅크 올해 최대 53조원 현금 필요

소프트뱅크가 투자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올해 필요한 현금 규모는 최대 53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22일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Jefferies)의 아툴 고얄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소프트뱅크는 신규 투자,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해 올해 400억~350억달러(약 47조8000억~53조7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중국 이커머스기업 알리바바의 주식을 지난 분기 2000만주 매각했으며 올해 추가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3차례에 거쳐 미국 최대 배달업체 도어대시 주식 52억2800만달러(약 6조4670억원) 어치를 매각하며 잔여 지분 10.5%(3357만주)만 남긴 채 세쿼이아 캐피탈(SC US)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줬다.

미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과 도어대시는 소프트뱅크가 2020년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일본 기업 사상 최대인 52조원의 순이익을 올린 원동력으로 뽑힌다.

위기에 직면한 소프트뱅크가 쿠팡 지분을 올해에도 추가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투자사 담당자는 "손 회장은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신규 투자 확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성장 전망성까지 좋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라며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미국-유럽연합 등의 규제 분위기 속에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거듭 실패하면 쿠팡을 비롯한 상장기업 지분을 지속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8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타트업 주식 매각은 원치 않지만 비전펀드 재원 조달을 위해 자금 순환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 상장 © 뉴스1
쿠팡 상장 © 뉴스1

◇외신-금융계 전문가 "쿠팡 올해 적자폭 줄이며 지속 성장할 것"

소프트뱅크의 쿠팡 지분 매각과 별개로 외신과 금융계 전문가들은 쿠팡이 올해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184억달러(약 22조2200억원)로 전년 대비 54% 늘었으며 순손실은 15억4259만달러(약 1조8627억원)를 기록했다. 쿠팡의 활성 고객수는 1794만명이며 유료 정기 멤버십 '와우' 회원은 900만명에 달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쿠팡의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 대비 적자 폭이 높았지만 코로나19 관련 비용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예상 범위 내 적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올해 실적발표에서 조정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전년(7억5000만달러 손실) 대비 4억달러 규모로 줄이겠다고 했다. 상품 유통 부문의 조정 EBITDA는 4분기 흑자전환을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올해는 광고 사업 및 풀필먼트 사업 강화를 통한 손실 폭 축소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의 투자전문미디어 모틀리풀(The Motley Fool)는 지난달 쿠팡을 '올해 매수해야 할 성장주'로 평가하며 "쿠팡은 아마존의 이틀 내 배송을 무색하게 하는 당일-익일 배송을 제공하기 때문에 올해도 빠르게 성장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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