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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지갑 얇아진 시대 파고든 ‘무인점포’…빛과 그림자

최저임금 상승, 배달 수수료 상승 등 외부요인 영향 최소화
제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손님 대응 골머리…절도범도 기승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22-03-03 06:05 송고 | 2022-03-07 13:12 최종수정
(뉴스1 DB)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뉴스1 DB)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고충이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예비 창업자들이 주목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무인점포다.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은 물론 최저임금 상승,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 등의 외부요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다가올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시대에도 유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양심'에 의존해 운영되던 것과 달리 요즘의 무인점포는 판매 방식과 업종 면에서 진화했다.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확산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외에도 셀프세탁, 커피숍, 밀키트판매, 스터디카페 등 생활 밀착형 무인점포가 크게 늘었다.

◇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인건비라도 아껴보자

무인점포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인건비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이다. 무인점포는 매장 문만 열어두면 24시간 손님이 알아서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이라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가맹점을 모집하는 본사 역시 이를 강조한다. 아이스크림 무인판매 사업을 벌이는 한 업체는 '주휴수당 포함 최저시급 사실상 1만원 시대, 한 달이면 300만원, 1년이면 3600만원' '가게는 사장이 차리고 돈은 직원이 다 벌어간다' 등 다소 노골적인 문구를 통해 무인점포의 장점을 홍보한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으니 '미결제', '소액 절도' 등의 손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손님들의 주문이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일반 매장에 비해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덜하다는 장점도 분명 있다. 이에 따라 매출은 감소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무인점포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점주 역시 가게에 상주할 필요가 없어 무인점포에 관심을 두는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다.
◇ 문 닫히기 전에 서두르자…정부 방침에 예비 창업주 우르르

현재 무인점포와 관련한 정부 및 유관 업계의 공식적인 통계는 찾기 어렵다. 코로나19 시대 점포 수가 빠르게 늘면서 이제 막 관리의 영역에 들어온 탓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무인점포 시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크게 성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없는 업체는 가맹점을 모으지 못하도록 법령을 손봤다. 이를 피해 가맹점 모집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무인점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게 관련 업계 시각이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박람회를 열었는데 무인 밀키트 업종 붐이 일면서 10개 정도 업체가 참석했고, 관련 부스에도 사람이 대거 몰렸다"며 "2~3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었는데, 이를 보면서 무인점포에 대한 인기를 엿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된 30대 A씨가 파주시의 한 24시간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 현금계산기를 도구를 이용해 열고 있다. (파주경찰서 제공) © 뉴스1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된 30대 A씨가 파주시의 한 24시간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 현금계산기를 도구를 이용해 열고 있다. (파주경찰서 제공) © 뉴스1

◇ 에어컨 바람 쐬고 휴대폰 충전은 애교…상습 절도범 기승

고충도 있다. 지켜보는 직원이 없으니 물품 중 일부는 계산을 하지 않고 떠나는 일도 부지기수다. 구매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매장에 들어와 제집인 냥 행동하는 이들도 있다. 여름철 더위를 피해 에어컨 바람을 실컷 즐기거나 장시간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쓰레기를 가져와 버리는 일도 있다. 점포 내에 과도하게 머무르며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주고, 비닐봉지 등 관련 물품을 필요 이상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따지고 들기도 어렵다. 손님이 소액이라도 구매하고 나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절도 범죄도 기승이다. 지난달 대전에서는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를 돌며 200만원 상당의 상품을 훔쳐 달아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에선 심야 시간대 무인점포만을 노려 20여 차례 절도 행각을 벌인 10대 청소년이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해 무인점포를 대상으로 한 절도 범행은 2500여건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 범행은 2174건에 달한다.

점포마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으나 범행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시스템 자체가 범죄 예방보단 사후 검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또한 피해 액수가 크지 않으면 경찰 신고 등을 주저하기 마련이다. 설령 절도범을 잡더라도 형사책임이 없는 촉법소년인 경우도 많다. 경찰 참고인 조사 등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에 그냥 피해를 감수하는 점주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특정 시간대 일종의 '순찰'을 도는 점주들도 있다. 보안 관련 업계도 얼굴 인식 기술 등을 담은 보안 솔루션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 무인점포, 어디까지 확대될까

무인점포의 미래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도 많다. 대중화하기엔 넘어야 할 문턱이 많아서다. 무인점포는 업종 특성상 고객 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다른 매장을 찾더라도 만족도에선 큰 차이가 없어 이른바 '단골'을 만들기 어렵다. 이에 사업 확장이 용이하지 않다.

유행에 편승해 단기적인 시각에서 점포를 운영하기에 폐업이 빈번하다. 고가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남기기도 쉽지 않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인건비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무인점포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무인점포의 주 소비층은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다. 소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무인점포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인건비 절약만을 위해 무작정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체 간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본사의 자본력이나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점포 수가 급격히 늘면서 올해가 정점일 가능성도 있고, 동일 업종 점포 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며 "인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들고 난 후에 본사 역량이 부족하면 각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인 점포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인점포 확산이 고용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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