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태형 화백의 '철수와 영이' 삽화 한 장면 © 뉴스1 |
서울 강북구에서 30년 넘게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낸 이비인후과 원장 김모씨가 교과서의 '철수와 영이' 삽화를 그린 고(故) 김태형 화백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28일 강북구에 따르면 수유동에서 1983년부터 이비인후과 의원을 운영해 온 김모씨는 이번 겨울에도 구청에 성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김 원장은 해마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이 시작되면, 강북구 복지정책과를 방문해 조용히 성금을 놓고 간다.
구는 "(김 원장은) 30년 넘게 이어온 자신과의 약속이라며,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달라고 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번에도 성금을 기부하면서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사정이 힘들어졌지만, 그나마도 이웃분들 덕분이라며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원장은 주위 이웃을 위한 배려와 봉사정신을 선친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1948년부터 국정교과서 편찬위원으로 활동하며, 1980년대 초까지 약 30년 동안 초등학교 교과서 삽화를 그린 고 김태형 화백(1993년 작고)이다.
최근 오징어게임으로 더 유명해진 '철수와 영이' 삽화가 바로 김 화백의 작품이다.
김 화백은 국민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김 화백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회가 열렸다.
김 원장의 기부가 뒤늦게 알려진 것은 김 원장이 자신의 이름과 선행을 알리는 것을 극구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다만 구를 통해 "정겹고 훈훈한 그림들을 통해 당시 국민들과 그 시절 교육을 받으신 분들의 마음에 따뜻함과 위안을 드렸던 선친의 뜻을 이어, 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부를 지속하고 싶다"며 선행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최근 코로나로 더욱 어려워진 여건 속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실천해 주고 계신 김 원장, 그리고 부친께도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모인 정성들이 어려운 이웃들에 고스란히 잘 전달돼 희망의 싹이 될 수 있도록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북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간 추진했던 2022년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사업을 통해 약 9억6000만원의 성금과 물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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