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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참신한 이사회 운영을 위한 몇가지 조언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2-02-15 10:23 송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이사회 중심 경영’ 시대가 온 것은 다 이해하고 동의하는데 그러면 구체적, 기술적으로 이사회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매뉴얼이 없다. 회사마다 이사회 경영의 환경이 다르고 이사회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의 공통적인 방향이나 지침이 없을까.
이사회 운영에 대해서는 서구에서 이미 수많은 책이 나와있다. 그리고 관련 컨설팅 전문가들이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자료와 조언을 내놓는다. 그런데 어떤 컨텐츠를 보아도 대체로 공자님 말씀 같고 딱 떨어지는 처방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교과서를 읽는 것 같다. 하물며 우리 기업들의 이사회 운영에 직접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별로 없다.

해외의 자료와 정보, 그리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고 실제로 우리 기업들이 이사회를 운영하는데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참고해서 이사회 운영에 필요한 조언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은 최대 1시간 반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사진의 연령을 감안한 집중력이 대체로 그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준비된 자료를 한페이지씩 넘겨가며 같이 읽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다. 자료는 이사들이 미리 숙지하고 회의에서는 요점만 다시 반복하면 된다. 자료 낭독과 질문보다는 토론과 결정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둘째, 의장의 ‘말씀자료’는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바쁜 일정 중에 급히 회의에 도착해서 일정한 시간 내에 진행하는 의장의 입장에서는 말씀자료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자료가 회의의 분위기를 지배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딱딱한 회의인지 다소 캐주얼한 회의인지는 구성원들의 개성에 크게 좌우되지만 준비된 자료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셋째, 보고 안건은 최소화 하거나 자료로 대체하고 질문과 토의 중심으로 한다. 보고 안건의 경우 사내이사들은 이미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어서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에서 보고 안건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특히 정기적인 성격의 보고는 회의 밖에서 하는 방법도 많을 것이다.

넷째, 이사회를 회사 본사 외에도 공장이나 그 밖의 사업장에서 개최하는 것이 좋다. 사외이사들은 회사의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쉬워서 가급적 다양하게 회사를 돌아보고 사람들을 접해야 한다. 기업집단 내에서는 계열사도 포함된다. 이것은 일종의 의무다. 예컨대 신규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투자대상 회사와 공장을 본 적도 없고 경영자를 만나본 적도 없으면 곤란하다. 그러자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사회를 필요한 장소에서 개최하면 도움이 된다. 사내이사들의 시간을 절약해 줄 수 있음도 물론이다.

다섯째,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 장소는 통상 대회의실이다. 이는 이사회가 사내이사들로만 구성되었던 시대의 유물이다. 당시에는 이사회가 고위경영진 회의였고 그러다 보니 참석 인원이 많아 큰 공간이 필요했다. 2000년 초 삼성전자의 이사회가 약 30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결과 세팅이 국무회의처럼 되어서 심지어는 마이크도 필요하고 대화보다는 보고와 질의가 형식이었다. 이제는 대개 10인 이하여서 원탁회의도 가능하다. 이사회는 주주총회와는 달리 다면적이고 유연한 소통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상은 이사회 운영의 형식적 측면이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사회가 어떤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가라는 전략적 측면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정착되면서 감독형 이사회에서 참여형 이사회로 변화가 일어난다. 종래와 달리 주제 자체를 이사회가 발굴해 제시하고 토론, 결정하는 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ESG 시대에 구체적으로 어떤 실행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신기술 획득을 위한 M&A에서 어떤 대상을 물색할 것인지 같은 것들이다.

이사회는 임직원 성과보상체계 정비에서도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순항하는 대기업에서는 외부 경쟁보다 내부 이해관계 조정이 더 어렵다. 한국 선두기업들에서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성과배분이 지나치면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의 미래역량을 성급하게 소진시켜 지속가능성 이념에 반한다. 이 문제는 경영진이 다루기에 적합치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이사회의 몫이다.

끝으로, 이사회 교육이다. 사외이사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기는 하지만 정작 회사의 사업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사회 교육이라 함은 경영대학에 위탁교육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당면한 현안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바로 도움이 되는 컨텐츠를 특별히 학습함을 말한다. 장소를 달리해 개최하는 이사회는 그 자체가 교육 기회다. 서구에서는 이사회 평가에 교육 실적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erk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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