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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여름날의 청춘, 그 정취만으로도…'리코리쉬 피자'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2-02-15 06:00 송고
리코리쉬 피자 스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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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신작 '리코리쉬 피자'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인간 내면의 불완전한 세계를 파헤치는 어두웠던 전작과 달리 외신으로부터 "그의 영화 중 가장 사랑스럽다"는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리코리쉬 피자'는 사랑에 빠진 소년 개리와 불안한 20대를 지나고 있는 알라나의 뜨거웠던 여름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펀치 드렁크 러브'로 칸 영화제 감독상, '데어 윌 비 블러드'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감독상), '마스터'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감독상까지 3대 영화제 감독상을 휩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아역배우 개리가 중학교 졸업사진을 찍다 20대 알라나를 만나 첫눈에 반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개리는 어리지만 알라나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알라나도 호감이 있는 듯한 감정을 이어간다. 이후 알라나가 개리의 연기 활동을 돕는 매니저가 되는가 하면, 개리의 엉뚱한 물침대 사업에 함께 동참하면서 둘의 관계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리코리쉬 피자'는 감독이 자란 샌 페르난도 밸리의 1973년 뜨거웠던 여름날을 배경으로 자전적인 경험에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해 완성됐다. 감독은 20년 전 한 중학교에서 남자아이가 연상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떠올렸다. 극 중 개리가 물침대 판매 사업도 하고 핀볼장을 차리는 에피소드는 톰 행크스와 함께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개리 고츠먼의 실제 경험담이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청춘의 낭만과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여름날의 정취다. 미국의 석유파동 이슈를 연결해 주인공들의 위기와 갈등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그려내는가 하면, 1960년~1970년대 사랑 받았던 명곡으로 사운드를 채웠다.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 도어스의 '피스 프로그', 폴 매카트니와 윙스의 '렛 미 롤 잇' 등 명곡들이 영화의 정취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1970년대로 실제 돌아간 듯, 인상적인 풍경들을 담은 영화는 두 주인공의 잔잔한 일상과 주요 에피소드들 속에 얽히고설킨 미묘한 감정들을 보여준다. 남녀 사이 질투와 이성적인 감정을 주고받으면서도 둘만의 선을 넘지 않는 듯한 모습이 때때로 의아하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공감했을 법한 이성 간의 예측하기 어려운 감정선을 과감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리코리쉬 피자 스틸 © 뉴스1
리코리쉬 피자 스틸 © 뉴스1
리코리쉬 피자 스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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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이해가 어려울 감정선이지만 배우들의 생생한 호연은 설득력을 높인다. 주인공 알라나 역을 맡은 알라나 하임은 밴드 하임의 멤버로, 뮤직비디오로 인연을 맺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제안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개리 역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배우 고(故) 필립 시모어 호프먼(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아들인 쿠퍼 호프먼(쿠퍼 호프만)이 맡았다. 쿠퍼 호프먼도 알라나 하임과 마찬가지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두 배우는 연기가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와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청춘의 풋풋한 감정과 낭만을 표현해냈다.

무엇보다 알라나 하임은 데뷔작으로 제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개리보다 나이는 많은 성인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젊은 날을 보내다 점차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아나서게 되는 과정이 여운을 남긴다. 또 극 중 숀 펜과 연기한 에피소드로도 눈길을 끈다. 숀 펜은 극 중 고(故) 윌리엄 홀든을 연상케 하는 잭 홀든 역으로 등장해 윌리엄 홀든의 출연작인 한국전쟁 배경의 '원한의 도곡리 다리'(1954)를 언급한다.

'리코리쉬 피자'는 제93회 미국비평가협회 작품상을 수상했고, 해외 유수의 영화제/비평가협회에서 51관왕(2월 초 기준)을 차지했다. 오는 3월 말 열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까지 3개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국의 1970년대 낭만과 청춘을 그렸지만, 그 정취만으로도 국내 관객들에게도 소구력이 충분한 작품이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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