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민머리·여장까지" '박원장' 이서진, 데뷔 20년만에 '웃음' 도전 [N인터뷰](종합)

'내과 박원장' 타이틀 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2-02-08 14:52 송고 | 2022-02-08 15:26 최종수정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엄친아' '젠틀맨' 이미지로 사랑받던 이서진이 민머리를 하고 코미디에 도전했다.
이서진은 OTT 플랫폼 티빙을 통해 지난달 14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2편씩 공개되고 있는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극본, 연출 서준범)에서 '짠내'나는 내과 의사 박원장 역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내과 박원장'은 하나도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의 '웃픈' 현실을 그린 메디컬 코미디다. 드라마 속의 의사는 보통 의술을 펼치고, 부유하고, 병원 내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이는 설정이었다. 그러나 '내과 박원장' 속 박원장은 빚더미에 앉아 자그마한 병원을 개업하고, 매일같이 유지비와 빚 걱정에 고군분투하는 의사다.

'내과 박원장'에선 기존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서진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멋진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 보조개 미소로 멜로 드라마와 사극에서 활약했던 이서진이 처음으로 코미디, 생활 연기를 펼친 것. 데뷔 20년이 넘어 만난 첫 코미디에서 이서진은 민머리, 여장 분장에 인터넷 '밈' 패러디 연기까지 도전했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서진은 평소에도 오로지 '재미'만 추구한다면서, 앞으로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와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을 하겠다고 말했다.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민머리 분장까지 하는 등 코미디에 도전했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내게 코미디 대본이 온 것이 신선했고, 젊은 친구들에게 모니터했을 때 대본이 재미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 감성보다는 젊은 감성에 의존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서 선택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분장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대본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웹툰을 봤더니 박원장의 상징적인 모습이 있더라. 그걸(민머리) 계속 할 수도 없고 제작진에서도 계속 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이 부분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분장은 제가 꼭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까지 코미디 연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로맨틱 코미디 작품은 들어왔는데, 내 생각에 로맨틱 코미디는 서양 정서고 한국과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고사해왔다. 이번에는 약간 B급 정서인 코미디여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많이 시도하지 않은 작품이어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이 작품을 하면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열심히 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방송국도 많지 않았고 항상 작품이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잘 되는 작품 위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OTT 플랫폼 등이 생기면서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면서 재미있을 작품을 위주로 한다.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파격 민머리 분장이 화제가 되면서 '이서진 배우가 전재산을 탕진해서 출연한 게 아니냐'라는 말도 있었다.

▶웃길 줄 알았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실망했다. 배우로서 특수분장을 한다는 것이 창피한 일은 아니고, 많은 분들께 재미를 드릴 수 있다면, 성공적인 것이다.  앞으로도 재미를 드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생각도 있다.

-민머리 분장을 하시고 거울을 보셨을 때 혹시 충격을 받지는 않았나. 나라면 어떨까 생각해봤나.

▶한 올 한 올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웃음)  민머리 분장을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으로 사진을 만들어둔 게 있었다. 그 사진보다는 잘 나온 것 같다. 그 사진은 제가 처음 봤을 때 '진짜 이렇게 나올까?' 너무 충격이었다. 그 정도면 너무 웃기지만 슬플 것 같기도 했다. 그보다는 잘 어울리게 나온 것 같다. 예상보다 덜 웃겨서 실망했다.

-연기하면서 '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었나.

▶나는 민머리보다 여장이 더 힘들었다. (여장이 포함된) 대본은 나중에 봤다. 민머리는 웃기면 되는데 여장한 모습은 더럽더라.(웃음) 염색한 가발을 가져와서 더 이상하지 않았나 싶고, 아이 섀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못하게 했다.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기존의 의학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의사다.

▶'내과 박원장'의 특징은 의술을 중요하시는 게 아니라 개업한 개업 초기 의사의 삶을 중점적으로 맞췄기에 제가 의술을 보여드리는 장면은 거의 없을 거다. 40대 중년 의사의 초기 개업한 의사의 힘든 삶이 담긴다.

-6화에서 364일 병원을 운영하는 에피소드에서 개업의들의 애환을 표현했다. 의사뿐만 아니라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을 그리면서 참고한 것이 있나.

▶내 주변의 의사 선생님 중에서는 (박원장처럼) 힘든 상황은 없었다. 웹툰 속 박원장을 보면서 개업하는 의사가 이렇게 힘든가 관심이 생겼고, 여러 의사분들을 만나 개업 초기에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학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의술을 가진 것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삶도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개업하는 의사뿐만 아니라 요즘 자영업자도 상황이 많이 힘들지 않나. 그런 것들은 신문을 보며 나도 많이 느낀다. 재미보다 감동이 많아서 이 에피소드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시대에 맞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박원장 캐릭터의 어떤 점이 와닿고 공감이 됐나.

▶박원장은 월세, 생활비, 유지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나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아낄까 고민한다. 박원장 못지 않게 아끼는 버릇이 있다. 박원장처럼 빚이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나 역시 유지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점이 이해가 됐다.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대표 캐릭터 중에 이산이 있는데 최근 이산을 연기한 후배 이준호의 활약은 어떻게 보았나.

▶이제 이산은 (이)준호다.(웃음) 내가 이산이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안 난다. 준호가 이산으로 너무 잘 돼서 기쁘고 뿌듯하다. 준호가 잘 될 줄 알았다. 준호가 제가 예전에 했던 광고 패러디도 한 적이 있다. 준호가 잘 돼서 좋고, 이제 이산은 준호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서진의 '이산'도 역주행을 하고 있다. 다시 사극을 할 생각도 있나.

▶(역주행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웃음) 이제 준호가 이산이다. 사극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당장 사극을 할 생각은 없다. 정말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할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사극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으니까 현재 계획은 없다.

-이서진은 말끔한 '엄친아' '젠틀맨' 캐릭터로 익숙한데, 코믹한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어떤 것이 더 연기하기 어렵나.

▶드라마상의 멋진 캐릭터는 현실에 없는 멋진 사람들이어서 어렵다. 되려 친숙하고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 박원장 캐릭터가 더 와닿는 점도 많다.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코미디에 자신감이 붙었나. 앞으로 더 망가지는 연기도 욕심을 낼 것인지.

▶이번에 분장 빼고는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 처한, 처절한 남자를 연기한다고 생각해서 코미디에 대한 자신감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도 코미디가 들어온다면 할 생각은 있다.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는 것을 해야 하지 않나, 여장도 재미있다면 할텐데 보기 불편하다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10년 가까이 예능에서도 활약했는데 연기도 코미디 장르를 하는 것이 고민이 되지 않았나, 예능 이미지가 더 굳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예능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예능은 예능이고 연기는 연기인데, 간혹 '예능 이미지가 강해서 드라마가 안 어울린다'는 댓글도 있더라. 나는 내가 하는 역할이니까 나와 비슷한 모습이 많다고 생각했고 크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예능을 언제까지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지금 내가 활동하는 시기에 예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원장'은 그와 상관없이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재미있는 대본이 들어와서 선택한 것이다.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1999년에 데뷔해서 배우활동을 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시간이 정말 금세 지나간 것 같다. 나는 일을 많이 한 스타일은 아니어서 민망하다는 생각도 하는데, 요즘 젊은 배우들은 조금 더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젊은 배우들을 만나면 일 좀 줄이고 즐기는 삶도 충분히 가지면 좋겠다고 한다. 그때(젊을 때)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은 지금 즐기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다.

-'박원장'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산'의 여운이 오래 남았는데 이번 기회에 (이)준호가 싹 정리를 해줬고, 이제 어느 정도 '박원장'의 여운이 남지 않을까. '박원장'으로 많이 불리고 있는데 '이산' 만큼은 아니어도 이 인물의 여운도 길 것 같다. 앞으로 더욱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거다. 코미디이든 정극이든 또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이번에 남편과 아빠 역할을 소화했는데 결혼이나 개인적인 계획도 궁금하다.

▶ 전혀 없다. 코로나 시국이라 누구를 만날 수 없지 않나. 거리두기 때문에 가까이 할 수 없다.(웃음)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배우 이서진 / 티빙 '내과 박원장' 제공 © 뉴스1



ichi@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