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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권고했지만…'소녀상 골목' 설 곳 잃은 30년 수요시위

반대 단체들, 인권위 권고 이후 공동대응…골목 곳곳 선점
"해결 주체로 법원 등장해야"…정의연 법적대응도 검토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22-02-01 07:00 송고 | 2022-02-01 21:29 최종수정
반일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정을 들고 반대 집회에 맞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30년째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해 온 수요시위가 소녀상 인근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조치 권고가 사실상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주최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연은 지난달 20일 종로경찰서장과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인권위의 권고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제1527차 수요시위에서 경찰의 대응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정의연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는 경찰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었는데 달라진 점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정의연과 피해자들을 향한) 반대 단체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등 상황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간 위안부가 거짓이라며 수요시위를 반대해 온 단체들은 인권위 권고에 반발하며 '위안부사기청산연대'를 조직하고 본격적으로 공동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오는 23일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골목 초입부터 끝까지 집회 신고를 마쳤다. 최근까지 수요시위가 열린 서머셋팰리스서울 앞에서는 자유연대가 집회를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빌딩 앞은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국세청 옆 인도는 엄마부대가 차지한다.

수요시위 개최 장소를 선점하는 행위는 2020년 5월 정대협(정의연 전신) 대표 출신인 윤미향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현 무소속)의 후원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며 시작됐다. 당시에는 단발성이었으나, 위드코로나로 집회시위가 재개된 지난해 11월부터는 3개월 넘게 소녀상 일대에 이들 단체가 집회 신고를 선점하고 있다.

정의연은 23일 서머셋 맞은편을 포함해 다른 장소에 집회 선순위 신고를 마쳤으나, 반대 단체들이 추후 이마저 선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적극 대응을 주문한 인권위 권고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고에는 집회의 시간·장소를 달리하도록 적극 권유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는데, 경찰로선 반대 단체들이 현행법을 따라 선순위 신고를 한 만큼 집회 시간을 바꾸거나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강제할 방안이 없는 것이다. 

경찰은 23일 반대 단체 주최 측에 적은 인원에 맞춰 집회 장소를 축소하거나 1~2곳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설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이 집회를 허가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러한 분쟁의 해결 주체로는 가처분 소송 등을 통해 법원이 등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수요시위의 정당성과 별개로 반대 단체들의 집회 신고가 곧 방해 목적이라는 점이 인정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의연은 넓은 범위에 걸친 반대 단체들의 집회 신고가 '허위 신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대응을 검토 중이다. 정의연 관계자는 "현재 법리를 검토 중"이라며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대응도 검토를 계속 진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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