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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으로 보이니?"…'연예人 없는 연예시대' 온다

모델부터 MC, 가수까지…코로나19 상황 속에 속속 등장하는 '가상인간'
유튜브 시장에서는 '버추얼 유튜버' 열풍, 지난해 슈퍼챗 상위권 대부분 차지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2-01-31 09:00 송고 | 2022-01-31 23:00 최종수정
2019년 삼성전자 글로벌 디지털 캠페인 '팀갤럭시' 홍보 모델로 출연한 미국의 가상인간 '릴 미켈라' (유튜브 캡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축은 연예'인'이었다. 개개인의 인물들이 갖는 서사와 매력이 엔터 사업을 움직였다. 그러나 여기엔 위험 요소가 상존했다. 스캔들 하나에 쉽게 판이 뒤집혔다. 최근 유튜버 프리지아(송지아)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인간을 대체할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시도는 지속돼 왔지만, 현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90년대 사이버가수들은 '불쾌한 골짜기'에 부딪혔고, 사이버 낙원을 넘어 현실로 건너오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환경이 활성화되고,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엔터 시장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가상인간이 전면에 나설 무대가 마련되면서 '연예인 없는 엔터테인먼트'는 단순한 실험이 아닌 돈을 버는 산업으로 커가고 있다.
◇실험 아닌 돈 되는 가상인간…모델부터 가수까지 몰려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다양한 업종의 가상인간이 대중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LG전자의 가상 인플루언서 '김래아'는 가수 윤종신이 대표로 있는 미스틱스토리와 함께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윤종신이 직접 참여해 노래와 목소리를 프로듀싱한다.

래아는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한 가상인간으로, 지난해 CES 2021에서 열린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처음 공개됐다. '싱어송라이터 겸 DJ'라는 콘셉트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있으며, 현재 1.5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씨(오른쪽)와 래아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씨(오른쪽)와 래아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자동차 업계에서도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타타대우상용차의 신차 발표 행사에는 가상인간 '미즈 쎈'(Ms.XEN)이 발표자로 나섰다. 30대 초반 영국 유학파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설정의 이 가상인간은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신차를 소개했다.

최근 국내 가상인간 열풍을 이끈 건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로지'다. 로지는 금융사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얼굴을 알렸으며, 22세 여성으로 설정된 로지는 한국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를 자처하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1만3000여명이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시각특수효과(VFX) 전문업체 자이언트스텝과 함께 만든 '한유아'는 최근 패션 잡지 화보를 공개하며 음악,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예고했다.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을 마친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는 지난해 11월 첫 투자처로 가상인간 '수아'를 만든 온마인드를 선택하며 가상 인플루언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TV 광고에 등장한 가상인간 '로지' (신한라이프 유튜브 캡처)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가상 인플루언서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은 가상인간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다. 실제 로지는 지난해 한 해에만 광고비로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성공한 가상 인플루언서로 꼽히는 미국의 '릴 미켈라'는 2016년 등장해 샤넬, 프라다,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을 맡으며 2020년에만 1170만달러(약 141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인간 스타들이 묶여 있는 동안 가상 인플루언서는 실제 돈을 벌고 있다"고 짚었다. 또 해당 시장이 2025년까지 14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인간 인플루언서(13조원)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지난해 유튜브 슈퍼챗 1위는 '버추얼 유튜버'

엔터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유튜브 시장에서도 버추얼 유튜버들이 인간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유튜브 라이브 슈퍼챗 1위는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 '키류 코코'의 영상이다. 한 편의 영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3억7600만원이 넘는다. 전 세계 슈퍼챗 순위의 상위권은 대부분 버추얼 유튜버들의 영상이 차지하고 있다.

2016년 세계 최초 버추얼 유튜버로 등장한 '키즈나 아이' (키즈나 아이 유튜브 채널 갈무리)
2016년 세계 최초 버추얼 유튜버로 등장한 '키즈나 아이' (키즈나 아이 유튜브 채널 갈무리)

버추얼 유튜버는 가상의 캐릭터를 주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상인간 개념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장르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정교함이 강조되는 가상인간과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서브 컬처에서 파생된 캐릭터 산업에 가깝다. 기술적인 수준은 떨어져도 세계관을 정교하게 갖춰 오타쿠들의 팬심을 저격하는 게 관건이다. 처음 버추얼 유튜버라는 정체성을 내세운 것도 2016년 일본의 '키즈나 아이' 채널이다.

국내에서도 버추얼 유튜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일게이트에서 운영하는 '세아'가 있다. 세아는 2018년 게임 '에픽세븐'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먹방, 일상 브이로그 등 실제 유튜버 활동을 이어가며 현재 7만4300명의 구독자를 갖췄다. 2020년 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 '세아' (스마일게이트 제공)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 '세아' (스마일게이트 제공)

이 밖에도 게임 '비트세이버' 방송을 진행하는 맥큐뭅, 빨간 악마 캐릭터를 내세워 주로 영어 회화 콘텐츠를 올리는 '알간지'는 각각 구독자 120만, 71만 이상을 기록하며 버추얼 유튜버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우 겸 방송인 서유리가 일종의 '부캐'로 내세운 버추얼 유튜버 '로나로나땅'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매체 BBC는 "버추얼 유튜버의 부상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애니메이션 같은 일본 미디어와 문화에 관심 있는 거대한 청중"이라고 짚었다. 또 다음 세대들은 아바타와의 소통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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