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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파인 논두렁에서도 짧게 짧게…벤투 스타일, 확실히 틀이 잡혔다

한국, 레바논 원정서 1-0…최종예선 7경기 5승2무

(시돈(레바논)=뉴스1) 안영준 기자 | 2022-01-27 23:07 송고 | 2022-01-27 23:14 최종수정
27일 오후(현지시간) 레바논 시돈의 사이다 시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에서 조규성이 선취골을 넣은 후 황의조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공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논두렁 잔디'에서도 벤투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3년 넘도록 꾸준히 갈고 닦은 자신들의 힘을 믿었다. 결국 확실히 뿌리 내린 '벤투 스타일'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결과를 가져왔다.

벤투호는 27일(한국시간) 레바논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5승2무(승점 17)가 된 한국은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조 3위 아랍에미리트(UAE)(1승3무2패·승점 6)와의 차이를 11점까지 벌리며,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이날 경기의 최대 변수는 잔디였다.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의 잔디 상태는 아주 좋지 않았다. 논두렁처럼 발이 푹푹 빠졌고, 공은 예상하기 힘든 궤적으로 튀었다. 경기 전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우리 선수들의 입에서는 "여기서 정말 축구를 할 수가 있느냐"는 하소연이 나왔다.

다행히 경기 당일에는 비가 멎었지만, 전날부터 밤새 내린 비 때문에 잔디는 더 망가져 있었다. 레바논축구협회 관계자는 "최대한 관리했다. 어제와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좋은 축구를 펼치기엔 한계가 있는 환경이었다.

이런 잔디는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창출하는 스타일의 벤투호에게 더 좋지 않은 배경이었다. 벤투 감독은 경기 전 먼저 잔디를 언급하며 "이 잔디 환경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의 선택은 정공법, 그동안 착실하게 다져진 팀의 스타일을 믿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쓰던 원톱 대신 최근 실험에 나선 투톱을 내세우는 등 일부 변화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의 스타일은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 후방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레바논 밀집 수비의 간격을 뚫어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레바논 시돈의 사이다 시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에서 이재성이 상대 골대를 향해 쇄도하고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언급했듯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평소처럼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양 측면 수비수에게 공이 갔을 때 준비된 패턴대로 공을 이동시켜 전진하다 다시 측면으로 이동해 빠른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황의조의 측면 크로스를 조규성이 마무리했던 선제골 장면도 약속된 움직임 속에서 나왔다. 

잘 준비된 이 방법이 효과적이었던 덕에, 한국은 '논두렁' 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경기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팀 전원이 하나의 가치관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모두가 롱킥 대신 철저하게 짧은 패스를 했고 짧은 패스를 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물론 잔디 탓에 종종 패스가 부정확하거나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도 있었다. 그럼에도 벤투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모습으로 경기를 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패스 축구로는 도저히 효과가 없을 것처럼 보였던 환경 속에서도 결과를 챙겼다.

본선 진출이 아주 가까워진 것만으로도 소득이 컸던 경기다. 나아가 이젠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그것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챙겨 더 반갑던 승리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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