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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안법vs중대법]③중대재해 사고땐 찾기 힘든 고용부, 로펌엔 있다?

중대재해법 앞두고 고용부 퇴직자 대거 로펌행…자체 '고용창출' 비판
"붕괴사고 초기 부처별 대응능력, 건안법과 중대법의 실효성 차 방증"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2022-01-27 06:39 송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후 3시46분쯤 외벽이 붕괴돼 6명이 실종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2.1.12/뉴스1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컨설팅을 상품으로 개발 중인 법무법인들이 앞다투어 고용노동부 퇴직자를 영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을 근간으로 이를 적용할 부처와 해당부처의 퇴직자들이 각각 '창'과 '방패'의 역할을 자처하면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안전예방'보다 사고발생 후 '법적처벌'을 이용해 자체 '고용창출'과 법률 컨설팅 시장의 판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전 고용부 퇴직자 대형로펌행…일각선 자체 '고용창출' 비판  

27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25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 출신의 김화묵, 권기태 노무사를 영입했다.

이중 김 노무사는 최근까지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서 산재예방지도과장을 담당한 전문가다. 권 노무사 또한 고용부 서울관악고용노동지청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을 시작으로 본부 산업안전보건국 사무관을 거쳐 고용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으로 근무했다. 모두 30년 이상 고용부에서 근무한 퇴직관료다.

이외에도 대형 법무법인에선 고용부와 산하기관 출신의 전관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법무법인 세종에선 문기섭 전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을, 율촌에선 박영만 전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을 영입했다. 광장에선 신인재 전 산업안전보건교육원장을, 화우에선 고재철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과 신현수 전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을 영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앤장에선 고용부 출신 전관 등으로 100여명 등의 팀을 꾸려 중대재해 대응그룹을 만든 것으로 안다"며 "다른 대형로펌에서도 20~100명 규모의 사실상 중대재해법 컨설팅팀을 꾸리는 양상"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각 로펌에서 영입한 고용부 퇴직자들이 모두 중대재해법 적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직전 고용부의 직책에 있었다면 중대재해법의 초안을 구상했을 것이고, 현직이라면 법안의 적용여부를 두고 업계와 한참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분들"이라며 "중대재해법이란 창을 만들어 업계를 처벌하려는 이도, 이를 막을 방패를 만들어주는 전관도 사실상 한뿌리에서 나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를테면 고용부가 규제하고 고용부 전관이 포함된 대응팀이 응대하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컨설팅과 법률비용은 업체가 부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 24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수색·구조 계획 지원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2022.1.2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모호한 규정 탓 중대재해법 '법적안정성' 흔들…현장실무 '건안법'차 뚜렷 

일각에선 지난해 6월 광주 철거현장의 붕괴사고 이후 건설현장의 공사단계별로 현장책임자의 의무와 처벌을 명확한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의 입법이 불분명한 이유로 무산된 것도 중대재해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고용부의 영향력과 퇴직자 고용을 보장하는 중대재해법 대상에 가장 큰 '시장'인 건설업계를 남겨두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현대산업개발의 붕괴사고를 예로 들면 건안법의 경우 시행령 등을 통해 설계가 부실하면 설계책임자가, 기초공사가 문제가 있으면 기초공사 책임자가 강한 중징계를 받는다"며 "건안법이 신속히 적용됐다면, 부실 콘크리트 논란도, 임시기둥 설치 부분도 이미 적시된 책임자가 처벌받는 수순을 밟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처벌에 집중한 중대재해법의 경우 CEO의 강한 처벌만 내세우면서, 사실상 반드시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대형 법적소송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 수년간 법적소송이 진행되는 탓에 신속한 처벌도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모호한 규정 탓에 어떤 CEO도 법적 리크스가 큰 사업을 구상하거나 진행하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건안법도 업계 입장에선 안전에 대한 강한 규제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돼 최소한 건설업 진행 자체를 고민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이번 광주붕괴사고에 가장 먼저 도착해 이를 수습한 부처와 장관이 누군지 살펴본다면 건안법과 중대재해법 중 어느 법이 현장안전에 실효성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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