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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사기범 등친 교도관…재소자 애인에 유흥점 접대도 받아

인터넷 도박 중독으로 빚더미…가석방 미끼 '접대비' 달라 요구도
1심 이어 항소심 징역 3년…"형사사법제도 신뢰성 훼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2-01-26 05:30 송고 | 2022-08-17 15:52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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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형님이라고 불러라. 니 재판 받는 사건들 외부인들과 연결해 줄게."

지난 2019년 11월 부산구치소의 교도관 A씨(40대)는 사기죄로 구속된 재소자 B씨에게 다가가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15년 이상 교정직 공무원으로 일해온 A씨는 2012년 스포츠토토 도박에 발을 들이게 됐다. 도박 중독에 빠져 한때 채무 금액만 1억5000만원에 달해 대출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지난 2018년 부산구치소에 발령받은 이후에도 A씨는 억대의 빚을 갚지 못했다. 고심 끝에 그는 교도관의 지위를 이용해 재소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기 시작했다.

2020년 1월에는 '내 여자친구한테 옷을 받아서 전달해달라'는 B씨의 말에 지하철역에서 애인을 만나 부탁을 들어준 뒤 현금 50만원을 챙겼다. 또 B씨의 애인으로부터 유흥주점에서 수십만원의 접대를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B씨를 교도관 근무자실로 불러 재판 청탁 명목으로 "주식을 하게 됐는데 돈 좀 빌려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돈을 뜯어낼 궁리는 B씨에만 그치지 않았다.

2020년 8월 A씨는 재소자 C씨에게 "법원 직원을 잘 아는 내 지인을 통해서 재판부에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말해줄 수 있다"고 제안하며 1000만원을 받아냈다. 그는 재판과 관련해 청탁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

같은해 12월 A씨는 '같은 방에 있는 재소자의 정보를 알아내 달라'는 C씨의 부탁을 듣고 형사사법 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주민등록번호와 사건번호를 알아낸 뒤 구치소 청소부를 통해 정보가 기재된 쪽지를 C씨에게 전달했다.

독거실에 수용된 기업인 D씨를 찾아가선 음식을 주며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좋은 교도소로 보내주겠다"며 "가석방에 필요한 점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윗선에 술 접대를 해야 하니 돈을 좀 달라"고 요구했다.

또 "너희 가족들 청주에 펜션 하는 거 다 안다"며 "이번에 내가 가족 휴가를 가는데, 펜션에 머물 수 있도록 준비해놔라"고 요구했다. 그는 숙박료, 렌트비 등 160여만원의 이익을 제공받았다.

이렇게 A씨가 재소자들에게 접근해 받아낸 돈만 약 3000만원에 이른다.

A씨는 재판에서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친분이 있던 재소자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기소된 A씨가 교정직 공무원으로서 재소자들에게 뇌물을 받고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에 벌금 4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D씨의 부탁으로 펜션에서 음식을 제공받은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과 피고인 측은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직권 판단으로 재소자 정보를 넘겨준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고법 형사1부(박종훈 재판장)는 "피고인이 소속된 기관은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반성하고 있지만, 뇌물 및 청탁의 대가로 수수한 금품만 약 3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교정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물론 형사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신뢰가 중대하게 훼손돼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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