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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죽음에 시청자 분노…'태종 이방원' 사과에도 논란→폐지 청원까지(종합)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2-01-21 09:10 송고 | 2022-01-21 17:59 최종수정
KBS 1TV '태종 이방원'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
'태종 이방원'이 촬영 중 말을 죽음에 이르게 하며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사는 이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이전에 방영된 다른 사극들에도 동물 학대를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 있었음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9일 동물자유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제작진이 말을 활용한 촬영을 할 때 동물학대가 이뤄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동물자유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장면은 '태종 이방원' 7회에서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가다가 낙마하는 신이다. 이 장면에서 말의 몸체가 90도 가량 뒤집히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탄 것.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방송에 출연한 말이 심각한 위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하면서 방송사에 "말의 현재 상태 공개와 더불어 해당 장면이 담긴 원본 공개하라"라고 촉구했다.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안전 문제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말은 발목을 낚싯줄로 휘감아 채는 방법 등으로 고꾸라지듯 넘어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이는 동물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고 동물의 예측 불가능한 반응으로 인해 액션을 담당하는 배우 역시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 우려가 커졌던 상황이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윤리 강령을 살펴본 결과 동물에 대한 언급이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며 "자연이나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주의해야 할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동물 배우'의 안전이나 복지에 대한 고려는 전무하다"라고 했다.

이후 20일 동물자유연대는 당시 촬영 현장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말리 달리는 장면에서 스태프들이 와이어를 이용해 말을 넘어뜨리고, 말과 사람 모두 고꾸라졌다. 말과 스턴트 배우 모두 고통이 심한 듯 엎드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 금지 처벌하고 있으며, 이 같은 장면을 담은 영상을 촬영, 게시하는 것도 동물학대로서 범죄에 해당한다"라며 "'태종 이방원'에서 말을 강제로 쓰러뜨린 장면은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21일 오전 8시 기준 약 5만4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KBS 시청자청원 페이지에도 낙마 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청원이 올라와 약 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연예인과 연예계 관계자들 역시 드라마 속 동물 학대 장면에 대해 비판했다. 고소영은 20일 본인의 SNS에 관련 영상을 올리며 "너무해요, 불쌍해"라고 했으며, 김효진 역시 "정말 끔찍합니다, 배우도 다쳤고 말은 결국 죽었다고 합니다"라며 "촬영장에서의 동물들 소품이 아닌 생명입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배다해는 "어디에서든 동물 학대가 이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디어상에서 이뤄지는 동물 학대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청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KBS 1TV '태종 이방원' 포스터 © 뉴스1

논란이 계속해서 확산되자 KBS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20일 사과문을 올렸다. KBS는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KBS는 "지난해 11월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김영철 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라며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워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했으나,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일주일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방송사는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으며,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KBS는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라며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라고 전하며 재차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 누리꾼들은 과거 KBS 대하사극에 나온 장면 중 동물 학대가 의심되는 장면들을 찾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며 또 한 번 의혹을 제기했고, 이러한 일들이 어제오늘이 아니라는 것에 분노했다. 이에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제작진의 징계와 드라마 폐지까지 요구하는 청원들이 줄을 잇는 중이다. 방송사는 추가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드라마 촬영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되던 동물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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