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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학생 3D졸업앨범 숨은 주인공은 '창조공장' 크리에이티브팩토리

대구광명학교 "3년째 키다리아저씨 선물 받은 것 같아"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022-01-19 09:09 송고 | 2022-01-19 16:13 최종수정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대구광명학교 졸업앨범 등 다양한 시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 뉴스1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대구광명학교 졸업앨범 등 다양한 시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 뉴스1


지난 11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시각장애인 교육기관 대구광명학교에서 열린 2021학년 졸업식에서 초등학교 과정 졸업생이 3D프린터로 제작된 졸업앨범에 손을 올려 친구와 선생님 얼굴을 만져보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 11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시각장애인 교육기관 대구광명학교에서 열린 2021학년 졸업식에서 초등학교 과정 졸업생이 3D프린터로 제작된 졸업앨범에 손을 올려 친구와 선생님 얼굴을 만져보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 11일 시각장애인 교육기관인 대구광명학교 교실.
초등학교 과정 졸업생들이 3D프린터와 스캐너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 졸업앨범 속 친구와 선생님의 얼굴을 신기한 듯 어루만졌다.

상상하던 친구와 선생님 얼굴을 난생 처음 손끝으로 느껴본 순간이었다.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가 3년째 재능기부 형태로 대구광명학교에 3D졸업앨범을 후원하고 있다.

18일 대구콘텐츠센터에서 만난 김현덕 경북대 첨단기술원장(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은 "언젠가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점자(點字) 지구본과 세계지도를 만들어 주고 싶다. 지구본을 통해 손끝으로 떠나는 세계여행과 드넓은 세상을 마음껏 상상하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팩토리는 2014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과 창업진흥원이 시행하고, 대구시가 지원하며,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주관해 전국 최초로 동대구벤처밸리에 설립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지원기관으로 현재 김 원장이 크리에이티브팩토리를 이끌고 있다.

김 원장은 "크리에이티브팩토리는 '창조공장' 또는 ‘창의공간'"이라며 "최신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상상하는 것을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만드는 '현대판 대장간'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의료용 교구 가운데 귀 모형 시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의료용 교구 가운데 귀 모형 시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크리에이티브팩토리는 기업에서 시제품 의뢰를 받아 제작하거나, 일반인이 3D프린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한다.

또 교육받는 이들이 모여 의논하고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 비용도 지원해 준다.

크리에이티브팩토리는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랩 지정을 받았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다양한 디지털 정보기술을 배우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장비 시설을 갖춘 창작활동 공간이다.

일반랩보다 규모가 크고 전문가로 구성된 매니저 11명이 포진한 크리에이티브팩토리는 '좀 더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데 뜻을 모았고, 기술이 좋아질수록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해 고민하던 중 3D프린터 교육을 통해 장애인 눈높이에 맞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들은 대구광명학교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마친 뒤 교육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인연을 이어갔고, 학생들이 졸업할 때 기념이 될 수 있는 선물을 해주자고 결의해 다시 학교를 찾았다.

상상하는 것을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특화된 크리에이티브팩토리와 시각장애 학생들이 상상으로 떠올리는 친구의 얼굴에 포커스를 맞춰 논의한 끝에 마침내 대구광명학교 3D졸업앨범이 탄생한 것이다.

정문준 대구광명학교 미래교육부장은 "졸업앨범은 친구들과 학교생활의 추억을 되새기는 소중한 물건인데, 시각장애 학생들은 그런 추억을 가질 수 없었다"며 "크리에이티브팩토리의 도움을 받아 3D졸업앨범을 제작한게 벌써 3년이나 됐다"고 말했다.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대구광명학교 졸업앨범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2019학년, 2020학년, 2021학년 졸업앨범. © 뉴스1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대구광명학교 졸업앨범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2019학년, 2020학년, 2021학년 졸업앨범. © 뉴스1

3D프린터 기술로 제작하는 졸업앨범은 '스캔-보정-프린트-후처리-조립'이라는 다섯가지 공정으로 나뉜다.

졸업앨범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있는 경북대 첨단기술원 연구소에서 얼굴 스캔을 하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스캔 결과를 확인한 뒤 보정을 거쳐 프린트에 들어간다. 프린트가 끝난 결과물은 표면을 깨끗히 다듬고 열처리 등의 과정을 거친 후 이름과 얼굴이 일치되게 조립하면 완성된다.

졸업앨범이 주된 업무는 아니었던 터라 다른 업무와 병행하면서 직원 5~6명을 투입하고도 완성하기까지 2개월 가량 소요됐다.

크리에이티브팩토리 관계자는 졸업 앨범 가격에 대해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장사라면 100만원은 더 받아야겠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련 장비와 비용을 지원해 좋은 뜻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대구광명학교 졸업앨범 시제품을 만져보고 있다. © 뉴스1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대구광명학교 졸업앨범 시제품을 만져보고 있다. © 뉴스1

3D졸업앨범은 외국에서 가끔 소개되는 경우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드물다. 그러나 품질이 우수해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 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김 원장은 "타 시·도나 외부기관 등에서 요청이나 문의가 많은데 크리에이티브팩토리가 3D앨범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가 아니어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다"며 "대신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지도록 제작에 필요한 기술이나 장비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공유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팩토리는 2019학년 졸업생을 위한 첫 3D졸업앨범 제작 이후 해마다 조금씩 기술력이 추가되고 향상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두번째 졸업앨범에는 음성을 녹음해 재생하는 기술과 약시(弱視) 학생을 위한 램프가 추가됐다.

올해 세번째로 탄생한 2021학년 졸업앨범에는 경일대 키움 메이커에서 재능기부 형태로 목공 기술을 지원해 졸업앨범 케이스를 나무로 만든 덕분에 모양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크리에이티브팩토리 김 원장은 "3D프린터로 졸업앨범을 만드는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체온을 느낄 수 있도록 졸업앨범에 온기를 불어넣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김상선 대구광명학교장은 "3D졸업앨범을 후원하는 사업은 기관 대 기관의 인연으로 학생들을 위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며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키다리아저씨 같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의 소중한 선물에 거듭 감사한다"고 말했다.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의료용 교구 가운데 귀 모형 시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대구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에서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의료용 교구 가운데 귀 모형 시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jsg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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