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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MBC 비판하되 "국민께 송구"…與, 공식 입장 없이 여론 주시

국민의힘 "실질적 반론권 보장도 안돼"…尹, 17일 입장 밝힐 듯
민주당 '신중 모드'…일각선 "소문난 잔치" 실망감 나타내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이철 기자, 김유승 기자 | 2022-01-17 00:14 송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2.2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2.2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대선을 52일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입'이 정국의 핵(核)으로 떠올랐다.

여야는 16일 MBC의 '김건희 녹취록' 보도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지만, 김씨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향후 여론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MBC가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고 일방적인 보도를 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한편, 논란이 될 수 있는 김씨의 발언에 대해서는 자세를 한껏 낮추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17일 배우자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방송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지극히 사적인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MBC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다고 주장하면서 불법으로 녹취된 파일을 방영했다"며 "반론권을 보장하겠다며 문자와 전화를 걸어 통화를 유도한 것, 또 방송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것 등으로 볼 때 실질적으로 반론권이 보장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MBC에 제출했던 '서면 반론'을 공개하며 김씨의 발언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적극 방어했다.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정치적 목적으로 김씨에게 접근했으며, '사적 대화'인 것처럼 속여 의도한 대답을 끌어냈다는 취지다.

특히 김씨가 윤 후보의 정치 행보에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주장, 이명수 기자에게 캠프 자리를 알선해 주겠다고 한 발언 등은 사적 대화 과정에서 나온 맞장구이거나 과장된 것일 뿐 실제 김씨는 윤 후보의 의사결정이나 캠프 일에 관여할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사적 대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씨의 발언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특히 김씨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와 관련해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나는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솔직히.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매우 부적절한 말이었다고 사과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 녹음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사적 대화이지만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17일 부인 김씨의 발언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선대본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낮은 자세로 국민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하실 것"이라며 "내일(17일) 기회가 닿는 대로 입장을 밝힐 것 같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편 정치권은 '김건희 녹취록'이 대선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부 논란이 될 발언은 있었지만, 판세를 뒤흔들 만큼 치명적인 '핵폭탄 발언'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MBC를 향해 "시청자를 우롱하는 변죽만 올리고 시청률 장사만 잘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날 공식 입장을 유보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본방사수'를 독려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기대와는 다른 방송 내용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여론 추이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일부 친여 성향의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류근 시인은 SNS를 통해 "소문난 잔치 불러놓고 결국 김건희 쉴드(방어)만 치게 했다. 누이도 매부도 면피에 성공했다"며 "엠XX이 엠XX했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정철 카피라이터도 SNS에 "이쯤이면 한 점, 한 획 편집 없이 7시간(통화 내용을) 다 까지 않을 수 없겠다"고 적었다. 그는 '스트레이트는 그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방송 내용에 실망했다는 분이 많다. 핵폭탄 같은 폭로성 발언이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한 탓"이라며 "아무리 친해도 기자에게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 폭탄을 주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씨가 기자에게 진실을 밝히고 속마음을 털어놓았을 것으로 생각하나. 너무 순진하다"며 "기자에게 돈 집어주고 자리 약속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이 언론계에 흘러 들어가게 하려고 애를 쓰는 김씨를 보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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